시론 | 한·미, 긴밀한 협력 필요한 시점이다 2016년 11월호
시론
한·미, 긴밀한 협력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정치·경제·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미국의 리더십 교체는 한반도의 운명과 동북아 정세, 나아가 세계질서의 흐름까지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상호보완적이며 의존적인 한·미관계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역점의 강도에 따라 판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양국의 국익에 맞게 추진되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피할 수 없는 양국 관계의 전개는 극과 극을 달린 경험이 있다.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 마치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국은 지난 1953년 6·25 사변을 치른 후 1960년대 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였다. 북한보다도 경제력이 뒤떨어졌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피나는 노력과 더불어 미국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경제 강국의 대열에 서게 되었다. 무역은 세계 10위, GDP 11위, 스마트폰 생산 및 활용 세계 최상위, 자동차 생산 6위 등 OECD에서 11번째 경제대국이 되었다. 미국의 아낌없는 지원이 바탕에 깔린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나아가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대회를 개최한 몇 안 되는 선진 중견 국가가 되었다.
한반도 평화유지와 안정을 위하여도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가장 중요한 협력국인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제일의 우방으로 흔들림이 없다. 양국은 시장 경제, 의회 민주주의, 인권 중시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보장해 주는 열쇠는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이다.
한·미, 60년 동맹 지속 … 상호 정책실현 핵심국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태평양 지역 안보의 연결고리(linchpin)로 규정하였다. 미국은 외교·안보 전략의 초점을 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는 중심축 이동 전략(Pivot to Asia)을 수립하였다. 한국은 60년간 유지해 온 역사 깊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국의 정책 실현에 있어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이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하는 데 있어 한국을 핵심 국가로 삼고 있는 사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도 한·미 협력관계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통일 추진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 및 러시아의 소극적인 태도 및 방해를 견제해 줄 세력은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미국뿐이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파렴치한 우경화 정책, 독도에 대한 터무니없는 영유권 주장, 위안부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역사적인 만행에 대한 사과 거부뿐만 아니라 도를 넘은 역사 왜곡과 보수화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다.
북한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과 공격성을 관망하면서 내심 즐기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기회로 삼아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이를 통하여 동북아에서 패권을 확보하려 한다. 그간 중국의 태도를 보면 북한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중국에 대하여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역할을 기대하는 일이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은 북한을 산업기지화하고 통일된 이후의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적극 지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막무가내로 핵을 개발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체제 유지에 총력을 쏟고 있다. 북한은 현재 5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끝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장담하고 있다. 북한이 내년 말까지 두 번의 핵실험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핵무기 완성이 이루어지는 위험한 상황에 도달할 것이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 되새겨 봐야
한·미 간의 협력과 대북 압박은 이제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이 시점에서 과거 독일과 미국 관계를 통해 많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미국은 패전 독일의 전후복구를 위한 지원정책으로 농업개발에 중점을 둔 모겐소 계획(Morgenthau Plan)을 수립했다. 이에 서독은 동독과 소련을 경쟁상대로 한 산업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경제성장을 위한 보다 강력한 지원책을 촉구하였다. 그 결과 공업화에 중점을 둔 마샬 플랜(Marshal Plan) 정책으로 바뀌어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통일과 관련하여 서독은 1954년 10월 23일 승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와 ‘독일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통일 분위기가 조성될 시 반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무를 지는 원칙에 합의하였다. 이 조약을 바탕으로 미국이 적극 나서 소극적인 다른 나라들을 설득하게 되었고, 1990년 10월 2일 통일에 도달하는 모체를 마련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산적한 난제를 앞에 두고서 미국 선거 결과와 새로운 리더십에 깊은 관심을 갖는 이유다.
서병철 / 한미비전협회 이사장 (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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