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 – Movie | “그물에 단단히 걸린 것 같아”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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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그물>
“그물에 단단히 걸린 것 같아”
최근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탈북민들에 대한 처우와 복지 개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탈북민 3만 명’ 시대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이방인이 아니라 당당한 ‘국민’으로 인정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때다.
영화 <그물>은 그동안 난해한 ‘추상 영화’를 만들어 온 김기덕 감독이 남북한 분단 체제에 포획된 반자발적 탈북 어민을 그려내고 있다. 처음 이 영화 소식을 접했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성향 상 남북한 분단 상황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호불호가 너무도 선명하다.
‘그런대로 볼만하다’라든지 ‘약간 아쉽다’식의 평가는 없다.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인 ‘그물’에 대해 “물고기는 그물에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죄어진다. 그래서 그물은 국가로, 개인은 물고기로 생각했다.”라고 말함으로써 김기덕 특유의 이면을 드러냈다.
“북으로 돌려보내 주시라요”
영화는 황해도의 해안가에 살고 있는 철우(류승범 분)가 고깃배의 엔진 고장으로 해류를 따라 남쪽으로 오게 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철우는 남한 수사관의 조사를 받기 위해 모처로 이송된다.
철우는 조사 과정에서 오직 ‘집으로 보내 달라.’는 한 가지만을 요구한다. 이미 조사관들은 직감 상 철우가 위장간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든 철우에게 간첩 혐의를 씌우기 위해, 혹은 전향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조사관들은 철우에게 남한의 경제발전상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명동에서 놓아준다. 영화에서 그려진 서울 모습은 자본주의의 욕망 그 자체였다. 넘치는 쓰레기와 음식물, 룸살롱 아가씨와 건달들.
남한에서의 조사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간 철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남한에서 받았던 것보다 더욱 강압적인 북한 보위부의 조사였다. 남북 조사관은 공통적으로 철우에게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 한 자도 빠짐없이 적어낼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지난 호에 소개했던 영화 <타인의 삶>에 나왔던 슈타지 수사관의 날카로운 분석이 떠오른다. 조사 과정에서 피심문인이 화를 내거나 날짜 내용 등을 다르게 말할 경우 혐의가 없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매번 정확하게 진술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우는 등의 감정 표현이 있을 경우 대부분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말 죄가 없는 사람은 억울하기 때문에 대부분 화를 내거나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혐의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치밀하게 사전에 조작된 내용을 암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일리 있는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에 비추어 보았을 때 영화 <그물> 속 수사관들의 심문 방식은 단순히 폭력적이었다.
남북을 오가며 조사를 받은 철우는 점점 지쳐간다. 남북 체제의 그물 속에서 너덜너덜해진 철우의 육신과 영혼. “내가 그동안 그물로 고기를 너무 많이 잡았나 보오. 이제 내가 그물에 단단히 걸린 것 같아.” 철우가 보호관 진우에게 뱉은 이 한마디가 철우의 신세를 대변한다.
여러모로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편하지 않다. 우리 정서 상 해피엔딩을 선호하는데 그의 영화에 해피엔딩은 없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은 항상 보편적인 인륜과 도덕률을 과감하게 넘나든다. 그런 경향에 비추어 봤을 때 영화 <그물>은 그나마 얌전한 편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은 대부분 18세 미만 관람 불가지만 이 영화는 남북문제를 다뤄서일까? 한 단계 낮춘 15세 미만 관람 불가다. 김기덕 감독의 그러한 배려(?) 덕에 중고등 학생들도 감상이 가능하다.
감상 포인트
김기덕 감독은 철우라는 물고기가 국가라는 그물에 걸린 것을 그려내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 몇 가지 ‘억지 그물’도 눈에 띈다. 영화 <그물>은 사실상 김기덕 감독과 류승범의 ‘똘끼’로 만들어졌는데 우선 주인공인 철우의 외모는 북한 현실과는 동떨어졌다. 덥수룩한 수염과 긴 장발은 북한체제에서 생존할 수 없는 외모다. 지극히 류승범적인 외모를 영화에 삽입시킨 격이다.
또한 조사관이 과거 6·25 전후 상황에서 활동한 서북청년단과 같은 극단적 대북 증오심을 갖고 있는 인물로 묘사된 점도 시대착오적이다. 그 밖에도 황해도의 외딴 해안가에서 어부로 살고 있는 철우가 북한의 특수8군단 출신으로 나온 점이나 철우가 위장간첩과 안가 화장실에서 조우한 점도 과도한 설정이다. ‘그물’이라는 큰 틀을 그려내기 위한 ‘미장센(mise en scene)’이 과장됐다.
생각해 볼 문제
- 남북의 분단구조로 인해 개인 차원에서 당한 피해 사례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 우리의 탈북민 정책과 북한의 월북인 정책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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