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분쟁 25시 | 분쟁으로 얼룩진 지구촌 무엇을 할 것인가? 2016년 12월호
세계분쟁 25시 마지막회
분쟁으로 얼룩진 지구촌 무엇을 할 것인가?
9·11 이후 세계분쟁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양적 증가를 보였다. 특히 종교와 테러가 접목된 원리주의 세력의 등장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들은 기존 체제를 부정하거나 종교이데올로기에 기반하는 등 이념이 원인이 된 분쟁과 내전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영토, 민족, 종교 같은 전통적 분쟁 원인과 결합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악화되었다.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유럽 지역에서는 발칸반도와 카프카스 지역을 꼽을 수 있으며, 중동 마그레브에서는 레반트(Levant) 지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대호수(Great Lake) 지역,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지역을 꼽을 수 있다. 해당 지역들은 분쟁이나 내전에 다수 노출되어 있으며 분쟁이나 내전에 연관될 수밖에 없는 개연성과 복합인자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다.
세계분쟁, 장기적이며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
무력 분쟁(Armed Conflict)의 발생 빈도를 살펴보면 우선 중동 마그레브 지역과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은 누적된 통계치의 발생 빈도에 비춰 볼 때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매년 발생한 분쟁 빈도를 고려해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로 평균 이상의 발생 빈도를 보였다. 특히 중동 마그레브 지역 중 분쟁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레반트 지역은 그 발생 빈도와 치열함의 정도에 있어서 다른 지역보다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 동안 연재된 분쟁과 내전이 가지는 몇 가지 함의를 끌어낼 수 있다. 첫째, 분쟁과 내전의 장기성과 해결의 불투명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쟁의 장기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종료된 사례는 발생한 분쟁이나 내전의 숫자에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해결을 위해서 수년 또는 수십 년의 시간적 노력이 수반되고 당사자 간의 협상, 회담이 끊임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해 관계자나 국제사회, 유엔의 분쟁 해결을 위한 각종 기구들의 지속적인 활동 등은 분쟁이나 내전 종식에 있어서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상호의존성 차원에서 분쟁을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념에 기반한 명분주의보다 실리주의에 편승한 분쟁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분쟁이나 내전의 국제화를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셋째, 폭력분쟁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피해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피해규모의 확대는 분쟁이나 내전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최신 무기나 장비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다중밀집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넷째, 극단적 원리주의의 확산이다. 원리주의의 출발은 종교적 근본으로의 복귀, 순수 종교이론의 도입 등 교리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나 발전을 모색하는 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극단적 원리주의는 교리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 원리주의는 이슬람교뿐만 아니라 기독교, 힌두교 등 종파를 초월하여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기존 종교가 세속정권에 의지하여 종교로서의 순수성을 상실하여 일반 대중의 지지 동력을 잃어버린 데 있다. 따라서 기존 종교의 혁신적 변화나 순수성 회복이 담보되지 않는 한 이러한 확장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분쟁이나 내전에 첨단무기가 동원되고 최신 군사교리가 적용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분쟁과 내전에는 재래식 무기나 고전적인 교전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접어들면서 분쟁 지역에서 새로운 무기의 시험적 적용이나 활용이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는 무인전투기나 무인정찰기 같은 무기와 장비가 운용되어 그간의 통념을 깨버렸다.
여섯째, 국제기구의 조정자 필요성 및 역할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리비아 내전에서 나토와 유엔이 보여준 모습은 그간의 조력자 지위를 뛰어 넘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특히 프랑스가 주축이 된 나토(NATO) 연합군은 무력을 동반한 분쟁 해결에 적극 개입, 주도적으로 작전을 진행하여 초기작전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특정 국가가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인권유린 등의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했을 때 국제사회(유엔)가 대신해서 해당 국민을 보호할 공동책임을 진다는 보호책임원칙(R2P)이 실제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이러한 적극개입 해결 방안이 지속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로운 명분 뒤에 감춰진 추악한 실리도 함께 봐야
일곱째, 메시지 전쟁의 개념 확대로 분쟁 지역에서의 진실이 혼돈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칸다하르 시에서 급조폭발물이 조기에 폭발하여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무인항공기의 공격이었다고 재빨리 거짓 제보되었다. 비록 이는 사실무근이었으나 현지 주민들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사상자들이 연합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믿고 있었다.
2016년 한 해에도 지구촌 곳곳은 분쟁과 내전으로 얼룩졌다. 여기에다 ISIL을 비롯한 테러세력들이 준동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분쟁은 분쟁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분쟁이나 내전은 다원·개방·세계화의 심화로 모든 국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정의롭게 보이는 명분의 이면에는 추악한 실리가 도사리고 있다. 이를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분쟁 해결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 부메랑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상현 / 군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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