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트럼프의 한반도, 우선순위 낮아 … 북·미 돌발변수 대비책 마련해야 2016년 12월호
특집 | 트럼프의 ‘AMERICA FIRST’ … 한국, 준비되어 있는가?
트럼프의 한반도, 우선순위 낮아 … 북·미 돌발변수 대비책 마련해야

지난 11월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는 “당선인이 이날 초대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제임스 매티스(66) 전 중부군사령관과 뉴저지 주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면담을 갖고 북한 문제를 포함해 국가안보에 관한 계획들을 놓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연합
대선 기간 중 트럼프가 행한 발언을 살펴보면 그의 대북정책관은 대화를 통한 빅딜과 군사제재 양 극단을 다 열어두고 있어 특정 방향성을 찾기 어렵다. 김정은을 ‘미치광이’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가 미국에 오면 식탁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수 있다.”고 대화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 가지 초점은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을 맡았던 민주당 오바마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인 ‘전략적 인내’가 일방적인 제재만 가했을 뿐 북핵 고도화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비판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은 강대국 지도자로서 김정은과 대화하면서 잘 다룰 수 있다고 과시하여 표를 얻으려 했던 것이다. 트럼프가 취할 대북정책의 확실한 방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는 자신보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국가안보보좌관, 국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등의 조언을 경청하는 동시에 군사·통상 부문의 한·미관계 조정에 대한 한국의 정책을 관찰하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대북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트럼프의 국제정치관과 세계전략 기조를 명확히 파악하고 서서히 드러날 대북정책을 면밀히 분석하는 동시에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 할 북한 문제 해결방안을 시나리오별로 준비하여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회복하며 궁극적으로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전개되도록 능동적인 대외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한반도의 미래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불확실성’이다. 먼저 그는 한·미동맹을 기정사실로 여기지 않으며 미국의 실리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조정을 시도함으로써 미국의 군사력 자체를 강화할 것이다. 대북정책도 일방적인 제재 일변도보다는 빅딜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벌이되, 만약 실패하면 중국이 나서서 강력한 대북압박을 가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또한, 직접적인 대북 군사적 조치까지도 채택할 수 있는 진폭이 큰 정책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평생 사업가로 살아온 그는 협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승부사적 기질로 볼 때는 경제 수단을 넘어 군사적인 조치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의 세계 전략이 ‘신고립주의’라 불리지만 이는 먼로 독트린처럼 해외 개입을 끊겠다는 것이 아니다. 해외주둔 미군은 축소하지만 강력한 군사력을 양성하고 수시로 이를 기동타격대로 파견해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는 역외 균형자 전략(Offshore Balancing Strategy)을 취하는 ‘선택적인 현실주의적 국제주의’라고 규정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트럼프 초기 대북정책 방향, 12월 북한 도발 여부 관건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북한이 큰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이상 북한 문제는 그의 대외정책에서 일단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기조인 ‘전략적 인내’에 따라 올해 두 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 초까지 한반도 정세의 향방은 북한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12월 중순 김정일 사망 5주기를 맞아 또 다시 도발을 감행할지의 여부가 관건이다. 물론 김정은은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성향이나 경제이익 관점에 입각한 동맹관이 미국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여를 줄이고 한·미동맹 이완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북·미대화로도 이끌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일단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데다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의 빌미를 제거하려 하는 중국 정부도 북·미대화 재개를 중재하고 후원할 것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별 탈 없이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취임하더라도 행정부 주요 보직자 의회 청문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선적으로 국내 문제와 중동 및 테러 문제를 돌보아야 하므로 북한에 대한 대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일단 오바마 행정부가 취한 대북제재를 지속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탐색전 양상의 소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소강상태가 지속될 경우 김정은은 트럼프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 낙관하고, 협상력 강화 및 북·미협상 촉구를 위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선제적으로 감행할 수 있다. 2008년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 시절 “적성국과도 과감한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공언했는데 2009년 임기를 개시한 지 두 달이 넘어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자 김정일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까지 감행했던 것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그 당시는 북한의 핵능력이 미약해 일단 핵능력 보유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현재는 북한이 다섯 차례 핵실험을 이미 실시했으므로 핵·미사일 능력의 추가 확보보다는 핵동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트럼프와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오바마의 대북 압박 및 제재 위주의 정책이 협상을 소홀히 하여 북핵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해 왔으므로 설사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그랜드 바겐 차원의 북·미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은 꽤 크다고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북·미협상 재개를 기다리다 지친 김정은이 미국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충격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과격하게 반응해 북·미 간 최고도의 정면대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면충돌이 벌어지면 양측 모두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므로 결국 협상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꽤 크다고 평가된다.
국가리더십 혼란 … 북·미 간 돌발변수 대비할 수 있는가
현재 미국이 북한 핵 실전능력을 방임할 것인지 혹은 이를 어떻게든 동결시키고 궁극적으로 포기시킬 것인지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다. 남북 간 정면대결 또는 북한 체제붕괴 등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안보 위기 발발이나 상황급변 여부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의 국가리더십은 큰 혼란에 빠져있다. 잘 수습된다고 하더라도 내년 봄까지 지혜롭고 능력 있는 국가안보 리더십이 자리 잡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가 주도하여 북핵 문제를 해결하거나 북·미 간 대화를 주선하는 것은 고사하고 남북관계를 불신과 대립 국면에서 벗어나게 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우려되는 것은 남북관계가 정면대결 국면에 머물러 있으면 북·미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든 간에 한국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먼저 북·미협상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경우 이는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미 1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중·단거리는 물론 장거리미사일까지 개발한 상황이므로 북·미 간 1단계 타협은 지난 9월 중순 미국외교협회 보고서에서 제시된 것처럼 북한의 핵실험과 1,000km 이상 사거리 미사일 발사의 잠정유예의 대가로 미국의 대북 영양제 지원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 및 내용 축소·조정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우리는 북핵의 비확산 대가로 현재까지 개발된 핵이 묵인되어 상시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받게 되는 심각한 안보 위기와 통미봉남(通美封南) 구도에 처한 것을 만시지탄(晩時之歎) 할 수 있다. 또한 이어지는 북·미협상에서 양측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이로 인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심각한 변화가 발생하면 한국은 안보 딜레마에 처할 것이다.
더구나 북·미협상이 결렬되어 미국이 대북 무력제재에 나설 경우 우리는 안보 위협을 받으면서도 1994년 때처럼 미국의 대북 공격을 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왜냐하면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 시 북한은 미국 본토에 보복하면 가혹한 2차 보복을 당할 것이므로 주한미군을 가격한다는 명분 하에 사실상 우리 국토와 국민을 공격하여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고 이는 제2의 한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트럼프 등장 이후 한반도 정세는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도 더욱 예측이 어려워졌으므로 한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치밀한 준비와 현명하고도 탄력적인 대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특히 국가리더십이 위기에 처해 외교·안보 총사령탑의 기민하고 효율적인 지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관련 부처 및 당국의 애국적이고 헌신적인 역할과 기여가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대화 재개 시도로 북·미관계 전환에 대비태세 갖춰야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이 어려운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처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대비하고 상황 악화를 막는 한편 문제 해결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전술했듯이 압박 및 제재 일변도의 정책과 대화 단절로 인한 남북 대결 국면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북한과의 정면대결 상황 지속은 위기 탈피를 어렵게 하고 최악의 상황에 처할 가능성을 자초할 수 있다.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점진적으로 재개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남북대화를 재개하여 긴장을 완화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정책과 북·미관계 전환에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즉 미국의 새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성을 갖더라도 우리는 남북관계를 최악의 관계에서 최소한도의 신뢰를 회복하는 단계로 전환시켜 방휼지쟁(蚌鷸之爭)의 처지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지혜롭다. 정부가 남북 상호공존과 공영 및 내정 불간섭 방침을 천명한다면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재개하며 순조롭게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군사제재를 실시하거나 전격적으로 북·미대화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현명하고도 치밀한 대비책을 강구해 두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안보는 우리 스스로 지킨다.”는 각오 하에 자주국방 태세를 갖추는 데 전력을 기울이면서 미국과의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려 하면 미국의 연루 위험성 회피심리와 우리의 비용부담 및 국가안보 위험성만 키울 수 있다.
또한 정부는 한반도 평화 회복과 평화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혜와 노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주변의 어느 강대국도 이를 진정성 있게 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보다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의적인 타협 방안을 도출한 뒤 미국 및 중국의 동의를 받아 3국 공동안과 플랜-B(Plan-B)안을 동시에 북한에 제시하여 우선 북핵을 동결시키고, 2단계 이상의 협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포기 결정을 얻어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성공하려면 상호안보와 동시행동 원칙이 적용되는 전향적인 창의성을 동원하는 동시에, 미국 및 중국 뿐 아니라 북한까지도 설득해내는 슬기로운 외교력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한국형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마련한 뒤,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4자회담의 동시 개최를 지지한다는 정부의 의사 표명이 될 수 있다.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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