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美 보호무역주의 강화 대비 한국경제 체질개선 필요 2016년 12월호
특집 | 트럼프의 ‘AMERICA FIRST’ … 한국, 준비되어 있는가?
美 보호무역주의 강화 대비 한국경제 체질개선 필요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인 지난 11월 9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개표현황 생방송을 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은 미국 대선 영향으로 요동쳤고 코스피는 45포인트 하락한1,958.38원, 원·달러 환율은 14.5원 오른 1,149.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
2016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당선된 트럼프가 후보 당시 주장했던 공약 중 일부는 과격할 뿐만 아니라 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트럼프의 경제 분야 대선 공약을 분석하고 향후 미국 경제의 향방과 함께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최근 미국 경제 이슈에 대해 점검해보자. 미국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경기가 좋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인 수준이고 전체적으로는 경제 활성화가 더 필요하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후한 인프라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조업 리쇼어링(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으로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체결되면 제조업에서의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 공공부채, 2016년 14조 달러 육박 전망
대외 거래 측면에서는 대(對)중국 대규모 무역적자에 대한 비판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반덤핑 관세 등을 통해 중국 등 대규모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특정 국가들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복지 부문에서는 막대한 의료비 지출이 중산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 미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과 제약 지출 비중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가 재정적자는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채가 증가 추세에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어들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대 들어 미국의 공공부채는 10조 달러를 넘어섰고 2016년에는 14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수경제의 전반적인 활성화 정책 목표와 관련, 트럼프는 미국 국내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 회복을 주장하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가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유세 기간 중 교통체증과 지하철 운행 지연 등으로 미국인들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낙후된 도로, 공항, 수로 등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통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3.5%로 촉진시키고 잠재성장률은 4%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향후 10년간 2,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경제 분야 공약 중에서 다른 나라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무역 정책이다. 후보 시절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미 체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하고, 만약 상대국에서 거부할 경우 협정을 철회할 것임을 밝혔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 약 열흘 정도 지난 시점에서 TPP는 사실상 폐기되었다. 보호무역의 파고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중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불공정 행위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재량적 무역구제수단 등을 통한 강력한 무역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공화당의 전통적인 노선을 따르는 전통 화석에너지 산업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즉, 환경보호를 이유로 규제해 온 전통 에너지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셰일가스와 천연가스 생산을 확대해 에너지 자립도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비용 대비 효용을 중시한다고 밝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에너지 산업 일자리를 줄이는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을 모두 무효화할 것으로 주장함에 따라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은 허용되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무효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트럼프는 소득세율 적용의 간소화 및 세율 인하, 상속세 등 주요 세금 폐지, 법인세의 대폭적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내세웠다. 아무래도 세금 부담이 낮아지면 소비나 투자가 더 증가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소득세율 적용 구간을 기존의 7구간에서 3구간으로 간소화하고 최고세율은 39.6%에서 33%로 인하할 것을, 또한 법인세율은 35%에서 15%로 인하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상속세와 증여세, ‘오바마케어’의 재원을 위한 순투자소득세 등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 확대를 꾀하면서도 감세를 주장하여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해 불분명한 점도 있다.
무디스 “트럼프 공약 집행되면 미국 경기 둔화세로 전환”
트럼프 당선은 일단 미국 경제 성장세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한국의 대미 투자 및 수출 등의 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 성장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의 공약이 집행될 경우, 미국 경제는 현 경제 정책보다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증가율은 낮아지고, 재정적자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트럼프의 투자·무역·세제 등 모든 공약이 집행될 경우 미국 경제가 2016~2020년간 연평균 0.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 정책 유지 시의 연평균 2.3% 성장보다 1.7%p 낮은 수준이다. 또한 보호무역, 이민 통제 등 고립 정책이 실행될 경우 2018년부터 미국 경기는 둔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되었다. 단기적으로는 법인세 인하로 인한 리쇼어링 유도, 이민 제한 등으로 내국인 일자리 창출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보호무역 강화로 인한 수출 부진, 재정적자 확대, 경기 둔화 등에 따라 일자리가 2018년에 2016년 대비 450만 명으로 잠시 증가한 이후 2020년에 다시 2016년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도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인프라 투자 증가로 인한 시장 참여 기회 확대의 수혜를 입을 것이다. 그러나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제한적’이라고 한 이유는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 확대 시 자국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한국 등 외국 기업의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 감세를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금리 상승 및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가치 하락(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으로 대미 수출이 증가하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세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의회 동의 과정에서 수위 낮아질 수도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보호무역이 강화되면서 미국에 대한 직간접 수출이 둔화되고 한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취한 보호무역 조치는 누적기준으로 2000~2008년 2,573건에서 2009~2016년 2,797건으로 증가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이행될 경우, 미국과 중국 간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의 여파로 한국의 대미 직접 수출 및 중국을 통한 대미 간접 수출 모두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당선자는 보호무역 강화를 통한 자국의 수출 개선이 목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보다 약세를 원할 것이다. 이는 한국의 수출 상품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의 공약이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에 의문점이 있으며, 공약 이행 정도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공약 중 가장 관심이 가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분명 큰 우려이긴 하지만, 의회 동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마디로 불확실성이 크고 리스크 요인도 있지만 실제 정책 이행 단계에서는 예상만큼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회 요인도 있다. 기회 요인은 적극 활용하고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와 수요 확대에 대비하여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미 수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이를 국내 수출 경기 회복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내수 회복과 최종재에 대한 수요 확대에 대비하고 경쟁국의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품질 경쟁력 향상을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릴 필요가 있다. 둘째,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 확대에 대비하고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경쟁력 향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이 글로벌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투자 여건 개선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국내의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미국과의 통상 마찰 리스크, 한·미FTA 재검토·재협상, 미국의 환율조작국 대상에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품질 기준 조건을 국제적인 요구 조건에 맞추는 등 자체 검열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불공정한 보호무역에 대처하기 위해 WTO, FTA 이행위원회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의견 조율 및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 미·중 간 무역 마찰 심화로 우회 수출에 대한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중간재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자동차, 전자, 기계 등 FTA 재협상 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환과 통상의 연계 분야에 대해서는 총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여러 정책부처 간의 공조체계도 요구된다. 특히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한 통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하여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 급등락 및 변동성 확대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환리스크에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환변동보험 제도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환관리기법 컨설팅 지원도 지속해야 한다. 향후 금리 상승 시 국내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증폭시킬 수 있는 가계부채, 부실기업 등의 취약 요인들에 대해서도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홍준표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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