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2016년 12월호
특집 | 트럼프의 ‘AMERICA FIRST’ … 한국, 준비되어 있는가?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 당시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망신거리(a disgrace)”라고 지칭하면서 미국의 경제력을 이용해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은 트럼프가 이날 네바다주 리노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사인해 주는 모습 ⓒ연합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고 강조해왔다.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초강대국으로서의 국제적 역할을 버리고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미국이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다만 미국의 국익이 침해받으면 군사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또한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부동산 재벌로 타고난 사업가라는 말을 들어온 트럼프가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트럼프는 1946년 뉴욕 주 퀸스에서 독일계 이민자 3세로 태어났다. 독일 서부 팔츠 지역에 있는 칼슈타트 출신인 조부는 1885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와 식당과 호텔 등을 운영하면서 많은 재산을 모았다. 부친은 조부가 남긴 재산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과 건설업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트럼프는 명문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로 편입해 경제와 비즈니스를 배웠고, 1971년부터 뉴욕의 심장부인 맨해튼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83년 자신의 이름을 딴 트럼프 타워를 준공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68층인 트럼프 타워는 당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주상복합 건물이자 고급스러운 외형으로 준공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트럼프는 사업을 확장해 전 세계의 호텔과 고급 콘도미니엄을 운영하는 트럼프 그룹의 최고 경영자가 됐다. 현재 그의 재산은 37억 달러(약 4조7,800억 원)나 된다. 역대 대통령들 중 가장 재산이 많다.
오래 숙성된 정치적 야망 … “탁월한 협상가”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무슬림 입국 금지와 불법체류자 즉각 추방 등 무수한 막말과 인종차별 및 여성비하 발언들을 쏟아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자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런 막말 덕분에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광고에 따로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특히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은 ‘아웃사이더’(outsider : 비주류)인 트럼프에 열광했다. 그의 이런 언행은 고도의 전략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말 그대로 부동산 개발과 투기로 재력을 쌓은 비즈니스맨이다. 대단히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의 달인’이라는 말까지 들어왔다. 부동산 투자는 다른 사업에 비해 두둑한 배짱을 필요로 한다.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업자들에게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줘야 한다. 때론 사기꾼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과장된 허풍도 부려야 한다. 당연히 막말도 사용해야 한다. 트럼프는 사업을 하면서 4차례나 파산했으면서도 살아남았다. 정치판에서는 초보지만 사업에서는 백전노장이다.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5개 이상의 신문과 10여 권의 잡지를 훑어보고, 저녁에는 3시간 정도를 명상과 독서로 보낸다. 하루아침에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2000년 개혁당 경선에 출마했다가 포기했고, 2012년에는 공화당 경선을 저울질하다가 불출마했다. 하지만 2013년 100만 달러를 들여 은밀히 대선 성공 가능성을 조사했다. 정치적 야망을 오랜 기간 숙성시켜온 셈이다.
트럼프의 협상 방법은 상대방에게 최악의 카드를 내보이면서 최대의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다. 트럼프의 정권 인수위원회 국가안보자문위원인 왈리드 파레스 미국 BAU 국제대학 부총장은 “트럼프는 탁월한 협상가로서 일단 최대치를 보여주고 난 뒤 현실적인 협상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도 협상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협상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미국에 대한 ‘강간’에 비유하며 중국을 정면으로 공격한 바 있다. 그는 선거유세 기간 자신이 중국 사업가들을 다뤘던 경험을 자랑하기도 했다. 협상 상대국을 강력하게 공격하는 것은 그의 전형적인 사업 방법이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또한 북한 핵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은 운반수단만 확보되면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충분히 병적인 인물”이라면서도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그와 얘기한 것이 전부”라고 지적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안보 라인, 대부분 매파 … 대북 강경론으로?
트럼프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대부분 매파다.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트럼프의 대선 공약인 미군의 전력 강화 등의 핵심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사령탑 역할을 맡게 된 플린 전 국장은 북한과 이란 핵문제, IS 격퇴 문제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트럼프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만큼 플린 전 국장의 역할이 더욱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도 테러와 이민 문제 등에서 단호한 대응을 주장해왔다. 국방장관으로 유력한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 사령관도 사병에서 4성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매티스 전 사령관은 ‘매드독(Mad Dog : 미친개)’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강골이다. 트럼프는 또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장,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등으로부터 외교·안보 정책의 자문을 듣고 있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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