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 – Movie | 남한 불시착, 제3의 탈출구는? 2017년 1월호
Uni – Movie <동해물과 백두산이>
남한 불시착, 제3의 탈출구는?
북한 어민들이 동·서해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방한계선을 넘어 우리 영해로 들어오는 일이 종종 있다. 지난 호에 소개했던 영화 <그물> 역시 그러한 사실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다. 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그물>에서 취한 모티브의 원조격이 되는 영화다. 노후한 선박이 많은 북한에서 선박 고장으로 어민들이 공해상을 표류하다 해류에 밀려 남쪽으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화의 모티브는 실제로도 개연성이 있다.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북한군 해군 제13전대 매봉산 기지에서 시작한다. ‘매봉산’은 지난 2015년 김정은이 원산구두공장에 현지지도를 나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매봉산’ 상표를 최고수준으로 올릴 것을 지시하면서 알려지기도 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최백두(정준호 분)와 림동해(공형진 분)다. 매봉산 기지의 북한군 해군 916함 함장인 최백두는 원리원칙을 따지는 고지식한 군인이다. 최백두의 파트너 역인 상등병사 림동해는 근무 중 남한 음악을 듣고 낚시질을 즐기는 그야말로 군기 빠진 병사다.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냐, 남한에 남을 것이냐
영화의 제2막은 이 두 명이 해류에 밀려 남쪽 해안에 상륙하면서 시작된다. 남쪽 지역 강원도 해안에 도착하는 장면에서부터 이들에게는 ‘북한 부대로의 귀환이냐, 남한 사회에 잔류하느냐’는 선택지가 주어졌다.
지난 2014년에는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3명의 어민이 그들의 뜻에 따라 북한으로 송환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평양에서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남조선에서 쇠몽둥이로 얻어맞고 군홧발에 짓밟혔다고 거짓 주장을 했다. 이렇듯 북한 당국은 송환된 북한 주민들을 늘 체제선전에 이용해 왔다. 지난 1990년대에는 한 북한 병사가 표류해서 남쪽에 내려왔다 다시 송환되었는데 바로 군관으로 진급했고 공화국 영웅 칭호까지 받았다.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내용은 다분히 B급 코미디 영화다. 복날에 바다에서 보트놀이를 하다 풍랑을 만나 남한 지역 강원도 해변에 도착하면서부터 펼쳐지는 내용은 여느 코미디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에서 넘어온 2인조 군인이라는 신분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 두 주인공이 경찰서장의 가출한 딸과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남북한 분단을 주제로 한 영화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가볍게 처리되었다. 다만, 영화 초반에 해안경계근무 병사인 림동해가 라디오로 가수 왁스의 ‘오빠’를 들으며 남한식 춤을 추는 장면이나 군함에서의 모습 등을 보면 제법 고증에 신경 썼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영화가 제작된 2003년도의 분위기는 바로 전 해에 발생한 북한의 제2차 북핵위기와 서해교전으로 인해 위축되었을 법했다. 그럼에도 당시 영화제작을 위한 펀드 공모에서 20초 만에 8억 원이 모일 정도로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 제작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 당시의 뜨거운 사회적 관심에 비추어 봤을 때 영화를 조금 더 무겁고 차분하게 만들었으면 흥행에 보다 성공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마도 당시의 남북관계 분위기상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무겁게 다루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과적으로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통상적인 두 가지의 갈림길에서 제3의 탈출구로 빠져나간다. 영화의 결론에 대한 감독의 고뇌가 읽혀지는 부분이다. 두 주인공이 남한에 남는 것과 송환되는 것 모두 민감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결과가 주인공들의 의지는 아니었다. 그들이 남쪽으로 온 것 역시 그들의 의지가 아니었듯 말이다. 영화는 2003년의 상황을 반영하여 북한에서 내려온 2명의 군인을 세속적 의미에서 더욱 좋은 곳(?)으로 보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감상 포인트
북한의 선박이 동·서해안에서 표류하다 우리 영해로 넘어오는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고로 인해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 경우고 다른 하나는 탈북할 의도로 넘어온 경우다. 2011년 2월 북한 주민 31명이 어선을 타고 연평도 해상으로 남하했다가 4명이 귀순하고 27명은 북한으로 돌아간 사례가 전자에 해당하고, 같은 해 11월 북한주민 21명이 목선을 타고 남하하여 귀순한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경우 이들은 공통적으로 남조선 괴뢰군들과 용감히 맞서 싸우다 붙잡히게 되었고 모진 고문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귀순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조국의 품으로 안겼다는 동일한 스토리텔링으로 일관한다. 이것은 북한 체제의 학습에서 비롯된 일종의 매뉴얼이다. 북한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사회적 구조에서 기인한 촌극이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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