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3월 1일 0

콕! 집어 개념풀이 | 백두혈통(白頭血統) 2017년 3월호

! 집어 개념풀이 1

백두혈통(白頭血統)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당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한 이슈라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의 열띤 취재 경쟁이 이어졌는데요. 이 사건을 다룬 여러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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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북한 내부에 아직 전파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지만, 결국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당국이 최고 수뇌인 김정은과 연결된 ‘악재’에 대해 철저한 정보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도 대북확성기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 유일한 ‘백두혈통’인 김정남의 피살 소식을 북쪽으로 송출할 계획이어서 ‘입소문’은 증폭될 것으로 예측된다. – <연합뉴스> 2017년 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첫 번째 부인 성혜림 사이에서 김정남을, 세 번째 부인 고용희 사이에서 김정철과 김정은을 낳았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권을 이어받은 아들은 장남 김정남이 아닌 막내 아들 김정은이었죠. 미디어에서는 이번에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백두혈통’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무슨 의미로 쓰는 말일까요?

‘백두혈통’이라는 개념은 김일성이 ‘혁명의 계승’이라는 관점으로 후계체제를 확립하면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1971년 6월 24일 개최된 사로청1) 제6차 대회에서 김일성이 “청년들은 대를 이어 혁명을 계속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라나는 새세대들이 혁명을 계속하여야만 혁명의 대를 이어나갈 수 있으며 우리의 성스러운 혁명위업을 완수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김정일의 등장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죠.

혁명의 계승’, ‘주체의 혈통론으로 이어져

이후 김정일도 1971년 10월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년사업부 및 사로청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과의 담화에서 이러한 아버지 김일성의 세대교체 발언을 상기시키며 “청년들이 대를 이어 혁명을 계속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사회주의 몰락이 혁명 선배에 대한 배신(혁명전통 계승의 부정)에서 비롯되었다며, 북한 지도부와 체제에 대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도 했고요.

이처럼 북한은 대를 잇는 ‘혁명의 계승’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는데, 이는 결국 ‘주체의 혈통론’으로 이어져요. 혈통론에 따르면 당은 수령에 의해 마련된 혈통을 계승해 나가면서 수령의 당을 끊임없이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리죠. 또한 북한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체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논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후계자의 요건을 보면 ①수령에 대한 충실성(수령의 노선과 정책 관철), ②비범한 사상이론적 예지와 뛰어난 영도력, 고매한 공산주의적 덕성, ③업적과 공헌으로 확보한 절대적인 권위와 인민들로부터의 위신, ④세대교체론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라고 합니다. 김일성이 당 건설과 혁명을 개척하고 이끌어가는 노정에서 창시하고 발전시킨 모든 혁명적 재부를 후계자가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혈통이 아니라 김일성의 사상, 이론, 혁명 업적, 투쟁 경험, 사업 방법 등을 정통으로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후계 확립 과정에서 생물학적 의미 부각돼

그러나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 확립 과정에서 생물학적인 의미가 부각되어 권력승계의 가장 중요한 근거 중 하나로 작용했으며, 오늘날에는 김정은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백두혈통’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백두산 항일혁명가’인 김일성과 김정숙의 적자인 김정일을 잇는 ‘혁명위업의 진정한 계승자’라는 의미죠. 그러나 김정은은 김정일과 재일동포 출신인 세 번째 부인 고용희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그들이 강조하는 백두혈통의 명분에 있어 한계점을 노정해왔어요.

결국 백두혈통의 본래 의미는 ‘혁명의 계승’이라는 정신적인 차원이었지만, 북한에서 권력이 세습되는 과정에서 생물학적인 의미가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국내외 언론들이 김정남의 피살을 보도하며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것도 생물학적인 의미에 착안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김정남의 존재를 아예 모르거나 김정은이 김정일의 장남이라고 알고 있는 북한 주민이 많다는 점에서 미루어 보아, ‘백두혈통’이 드러내는 생물학적 적자의 중요성은 북한 정권 유지에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가나 /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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