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분단을 ‘발견’하고, 통일을 ‘상상’하라! 2017년 3월호
Book Review
분단을 ‘발견’하고, 통일을 ‘상상’하라!
통일을 사유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이성만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적대성에 근거한 계산적 이성에 대한 적절한 해독제가 필요하다. “통일을 상상하라: 통일에 관한 13가지 색다른 상상력”은 바로 이와 같은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다. 통일에 대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논의 이전에 보다 중요한 것은 그와 통일이 우리가 가진 어떤 욕망과 정서에 기반하고 있는가이다. 우리의 논리와 이성은 남북대립이라는 현실에 포박되어 있지만 우리의 감정과 욕망은 ‘남북은 형제’라는 ‘민족적 동일화’이며 그것은 분단이라는 현실을 단번에 뛰어넘는다. 물론 그렇기에 그것은 비합리적이며 주어진 현실을 무조건 부정 또는 파괴하려는,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오기도 한다. ― ‘서문’ 중에서
통일에 ‘인문’의 정신과 ‘상상’의 관점을 불어넣어 ‘포스트 분단’을 사유하고 실험하는 필자들의 에세이 모음집이 나왔다. 이 책의 발간동기와 연구사적 맥락을 압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서문은 통일, 더 정확히는 탈분단의 과제가 누적된 분단의 회로 속에서 습관이 되어버린 감정과 정서, 욕망과 편견 등과 연관된 문제임을 느끼도록 한다. 이성과 감정이 서로 배타적인 혹은 전혀 무관한 대립쌍이 아니라고 본다면, 통일을 둘러싼 이성과 감정, 욕망을 상호연관 속에서 사고하기 위한 ‘인문’과 ‘상상’의 실험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태도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탈분단의 관점에서 통일은, 단순히 분단의 해소와 종언이 아니라 뿌리 깊게 새겨진 분단의 문법들을 쉼 없이 드러내고 새롭게 포착하는 과제이다. 즉 통일은 분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 무수히 많은 대상들에 대한 사유와 폭넓은 논의의 지평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분단의 관점에서는 통일을 국제정치학적 현실로 한정하거나 민족주의적 열정으로 단순화하는 태도, 그리고 통일을 분단의 해결로 바라보는 태도들에 대해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상상력’이 가지고 있는 ‘열림’을 최대화하고자 했다.”는 것은 바로 분단을 다시 새롭게 정의하고, 분단의 문법들을 다양하게 포착하며, 분단 이후도 다양한 차원의 인식과 정서들이 서로 교차하고 갈등하는 열린 공간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느 할머니의 생애에 새겨진 분단, 국가주의의 인식회로와 정서들, 분단을 기억하는 다양한 입장, 탈북민들이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문화, 철도와 공동경비구역 등 분단의 다양한 공간…. 이처럼 분단은 ‘발견’되면서 동시에 ‘성찰’되어야 하는 것이다.
“빈약한 상상력은 빈약한 이해만을 낳는다.”고 강조했듯이 탈분단의 상상력은 다른 방식의 이해, 보다 풍부한 이해를 목표로 한다. 뿌리 깊은 분단의 에토스와 문법을 벗어나는 데에는 ‘치열한 상상’ 외에 다른 길이 없지 않을까. 자명해 보이는 분단, 그리하여 너무도 자명하게 정의되는 통일, 그 번역된 분단 세계의 속살을 파헤쳐 새롭게 정의내리고 탈분단의 세계를 열어나가는 인문과 상상의 실험들은 지금은 물론이고 통일 이후에도 계속되어야 할 열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재헌 /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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