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 미·일 정상회담, 한 발 앞선 아베 … 한국은? 2017년 3월호
집중분석
미·일 정상회담, 한 발 앞선 아베 … 한국은?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기능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미국 중심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으며, 강한 일본의 건설을 추구하는 아베 일본 총리는 대미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사드배치 결정 이후 냉각된 한·중관계는 악화일로에 있으며, 이러한 와중에 북한은 중거리미사일 ‘북극성 2형’의 발사를 감행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이러한 국제환경의 급변에 우리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정책’을 일정부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즉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다자간 협력에 높은 비중을 두었던 것에 반해, 트럼프는 다자협력보다 양자관계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과 국익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동아시아 정책 기조, 결국 중국 견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급변한 동아시아 정책은 대중국 정책이다.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등 중국과의 마찰을 예고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통화 등을 통해 최악의 대립은 피했지만, 그럼에도 대중 견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적인 대중국 정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미·중 대립구도의 지속이 예상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인 협력을 보다 넓혀나가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즉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거래할 수 있다면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가능하며, 이 경우 미·중관계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중 접근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중 경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가 철저한 현실주의적 국제정치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국 안보견제와 경제적 접근이라는 ‘정냉경열(政冷經熱)’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오바마 행정부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가 해왔던 것처럼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기다리는 방향이 아니라, 군사적 타격을 포함한 다양한 카드를 준비하면서 북한을 강도 높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트럼프가 ‘매우 높은 우선순위(very very high priority)’를 두고 있다고 발언한 까닭에 강도 높은 대북 압박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미국의 안보부담 경감에 대해서는 한국이나 일본에 보다 많은 비용지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한국과 일본의 미군 주둔경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 위임한 상태이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 미국은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중관계의 악화 속에서 미·일관계는 급속도로 밀착되고 있다. 트럼프 정권 출범 이전에는 주일미군에 대한 일본의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 미국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등으로 미·일관계 악화가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일본은 적극적인 대미 외교를 통해 미국과의 밀월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최초로 트럼프를 만난 국가원수가 아베 총리였으며,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의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마라라고 리조트’로 초청받아 골프 라운딩을 하는 등 환대를 받았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 강력한 미·일관계 구축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하였다.
아베, 적극적 대미외교 … 미·일 신(新)밀월 구축해
미·일 밀월관계 구축의 추진자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정상회담을 위해 4,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투자를 통해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라는 선물을 준비했으며, 도요타, 소프트뱅크 등 일본 기업들도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를 지원했다. 일본 내에서 일부 ‘조공 외교’,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아베는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 정권과의 강력한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조정된 전략적 회담이었다. 정상회담 후의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일본이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 안전보장 조약의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으며, 선거기간 중 트럼프가 주장한 일본의 안보 무임승차 문제는 의제가 되지도 않았다. 일본은 경제적 기여를 통해 미국의 안보동맹 약속을 받아 내었다.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의 군사적 기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이 과거보다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일본의 군사적 보통국가화와 역할 확대를 통해 미국의 안보 부담을 줄이고 경제적 이익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경제적 기여를 통해 미국의 지원을 얻어 헌법 개정과 적극적 평화주의 추진의 동력을 얻으려고 한다. 이처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트럼프-아베의 밀월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일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의 안보 역할을 분담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의 회복에도 기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대신 미국은 일본이 원하는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대상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적인 면에서 지속적으로 일본을 압박할 것이다. 아베 총리의 경제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공동성명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원칙을 바탕으로 경제 관계를 강화하기로 하여,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를 시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압박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요구를 활용하여 이른바 ‘군사적 보통국가화’를 추진하려 할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도 이러한 일본을 활용할 것이다. 즉 미국은 안보·경제적 압박을 조합하여 일본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
취임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보다 국내정치에 집중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으며, 이는 그가 대통령이 되도록 한 백인 중·하층 및 노동자 계층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외교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미국 내 취업비자 발급규제나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정책인 ‘오바마 케어’의 전면수정 등도 모두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출을 억제하여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가 미국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구실로 미국으로부터 안보동맹 약속을 받아낸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방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의 당선은 일본에게는 도전이었다. 국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가입을 추진한 TPP에서 미국이 탈퇴하고, 일본에 대한 안보분담금 증액 요구, 환율조작국 지정 움직임 등이 일어나며 일본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일본은 외교력을 총동원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외교적 환경조성에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확고한 방어를 약속받고, 아태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강화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여론조사를 보면, 방미 직후의 아베 내각 지지율이 2012년 아베 2차 내각 출범 당시의 지지율보다 높게 나왔다.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아베 내각의 지지율로 연결된 것이다. 특히 센카쿠 열도가 미국의 방위 대상에 포함된다는 트럼프의 지지 선언이 지지율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4,500억 달러의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일본의 자기부상 열차로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한 시간에 갈 수 있다.”고 하면서 일본의 기술력이 미국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투자의 대가로 미국 내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일본의 참가를 요청한 것이다. 양국이 윈-윈(win-win)하는 전략적 연대를 하자는 것이다.
정상회담 후의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TPP를 대신하여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향후 금융과 무역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일 경제대화’를 시작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이를 통해 미국의 무역 압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또한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문제나 방위비 분담 문제, 일본의 환율정책 등에 대한 미국의 문제제기는 없었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수면 아래 잠복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690억 달러나 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문제들을 직접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향후에 문제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트럼프 정권의 동아시아 외교·안보 정책에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 미·일 정상회담, 미·중 전략대화 등에서 한국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국민과 정치권이 탄핵 ‘인용’과 ‘기각’으로 분열되어 싸우는 중에 한·미관계는 미·일관계의 하위로 전락하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 후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매우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한다고 발언한 것이 한반도와 관련한 유일한 언급이다. 또한 트럼프가 언급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원칙”은 한·미 FTA 재협상이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 우리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통령 부재의 우리 정부는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대중 관계개선과 한·미·일 연대 복원, 전략적 우선순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중국과는 사드배치 문제로 갈등하고,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로 주한 일본대사가 본국으로 귀국하여 돌아오지 않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사드배치 결정 이후 경색된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우선적으로 복원할 것인지, 아니면 미·일과 협력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연대를 강화할 것인지 분명한 전략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즉, 외교·안보 전략의 중심축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패권국가로서 동아시아에서의 지배권을 확립하려 하고 있고, 일본은 이에 대항하며 군사적 보통국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 상황에서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한·미·일 안보연대를 복원하는 우리 정부의 이중적인 접근이 트럼프 정권에서 용인될 수 있을 것인지 냉철하고도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정상회담 기간 중에 행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트럼프는 일본을 100%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주도의 대북압박이 강화되면서 이른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이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고, 이는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대응을 타진하기 위한 도발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떠한 대응수단을 택할 것인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의사가 미국에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전진호 / 광운대 국제협력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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