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 북한의 밤을 밝혀라! 태양광판의 비밀? 2017년 3월호
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2
북한의 밤을 밝혀라! 태양광판의 비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의 밤거리가 확연히 밝아지고 있다. 평양만이 아니다. 국경도시 신의주, 혜산을 비롯하여 심지어 시골에서도 저녁에 불을 밝히는 집이 증가하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야간개장한 대도시의 높은 빌딩과 놀이공원에 환호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밤의 풍경이 밝아지는 것을 체제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주민 필수품, 오장육기에서 태양광판으로!
북한의 밤이 밝아지고 있는 수수께끼의 해답은 바로 태양광판이다. 아파트, 사무용 건물, 호텔, 심지어 시골에도 태양광판이 설치된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북·중 접경지대인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신의주의 전경은 태양광판 덕분에 밤 10시가 되어도 불빛이 꺼지지 않았다. 주민 필수품이 종전의 오장육기(이불장·옷장·책장·신발장·찬장, 세탁기·선풍기·녹음기·냉장고·재봉틀·TV)가 아닌 태양광판이 된 것이다.
태양광판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부터 북한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주로 A4 용지 4장 정도를 합친 크기의 소형판을 아파트 창문에 걸어 놓고 중국에서 이른바 ‘왕따전지’라 불리는 12V 짜리 배터리의 충전용으로 썼다. 당시에는 사용하는 계층도 소수의 부유한 가정에 불과하였다. 북한 정부에서도 시범적으로 기관 건물에 설치해 놓고 활용하는 정도였다.
태양광판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4~5년 전부터다. 김정은 집권 이후 일반 가정에 급격히 보급되었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에너지 산업 정책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국가적으로 태양광 산업을 육성시키면서 지방 곳곳에 태양광 발전 단지를 건설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시설을 굳이 기발전 지역에 배치할 필요가 없었다. 배전설비가 낙후되고 노후화된 지역에 우선적으로 집중했고 동북지방, 특히 북·중 접경지대는 가장 적합한 배치지역 중 하나로 부상했다. 중국 동북지방에 설치되기 시작한 태양광판은 2012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북한에 유입되었다. 더욱이 2013년부터는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선전을 하며 더욱 활성화되었다.
현재 북한에서 태양광판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어두운 방을 밝히는 조명이나 DVD와 TV 시청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에도 사용된다. 핸드폰을 충전할 때나 겨울철 난방을 위해서도 활용된다. 과거 겨울에는 오후 5시만 지나도 식사를 마치고 취침에 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저녁 9시나 10시가 되어도 충전된 전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태양광판의 급속한 보급이 북한 주민들의 문화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주민들은 태양광판을 주로 시장에서 구입한다. 가격은 상품의 규격과 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크기는 가로×세로 기준 0.5m×1.5m에서 1m×3m 사이로, 크기가 클수록 고가에 거래된다. 품질도 다양한데 똑같은 중국산이지만 예를 들어 ‘베이징의 어느 공장에서 제작한 브랜드 제품’이라고 하면 가격을 비싸게 받는다. 반면에 ‘중국 동북 3성 모처의 개인이 차린 조그만 공장에서 제작한 태양광판’이라면 가격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가격은 천차만별 … 재력 과시 위한 경쟁도
따라서 시장에 팔리는 태양광판 가격은 중국 돈 200~7천元에 이르기까지 격차가 심하다. 전력난을 자체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태양광판이지만 지금은 북한에서 부를 과시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더 밝은 불빛, 더 크고 품질 좋은 태양광판을 설치하기 위해 앞 다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통 베란다 밖에 설치하다보니 더 좋은 태양광판을 들여놓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옆집 자녀는 밝은 집에서 식사하고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데, 자기 자식들은 어두운 곳에서 등잔불을 켜놓고 식사하며 공부하는 상황, 아침에 일어나면 그을음으로 아들딸 얼굴이 새까매져 있는 모습을 볼 때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방법을 쓰든 돈을 마련해서 최고 사양의 태양광판을 사들이려고 애쓴다. 먹는 것은 비록 옥수수밥일지라도 불은 옆집보다 밝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은이/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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