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중국 중앙정부, 북·중접경 밀무역 통제 어려워” 2017년 3월호
Interview | 박종철 경상대 교수
“중국 중앙정부, 북·중접경 밀무역 통제 어려워”
Q. 3월 2일이면 역대 유엔 안보리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제재안이라고 하는 대북제재 제2270호 결의안이 도출된 지 1년을 맞습니다. 최근 단둥에 다녀오셨는데, 현장에서 보고 들은 북한 내부의 경제 사정은 어떻던가요?
A.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대외 무역량의 증가에 따라서 북한의 관문도시 단둥과 신의주는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경제회복이 진행되고 전력상황도 호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신의주의 야경도 과거에 비해 많이 밝아진 분위기고요. 김정은 시기 신의주에 15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시내 중심부에 50채, 신의주 남쪽 방향에 15채 정도 건설되면서 스카이라인이 변하였습니다. 단둥의 북한 식당은 중국인, 북한인 사업가들의 이용이 잦아지면서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식당 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북한 식당은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서 한국인의 출입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Q. 지난해에는 북·중 교역의 큰 손이라 불린 중국의 훙샹그룹이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아 무너졌습니다. 훙샹그룹 상황과 관련하여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지요?
A. 마샤오홍 훙샹그룹 총재의 모친은 세관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죠. 훙샹그룹은 지난 1995년부터 중국에서 국영기업의 민영화 분위기를 타고 제1진출구공사를 경영하게 되었는데요. 당시 단둥에서는 변경무역 회사가 두 개 뿐이어서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죠. 한국 정부의 대북포용 정책 속에서 한국 기업은 삼각무역 형태로 대북 교역을 장악하고 있었고, 특히 조선족과 평양화교 등을 고용하여 북경, 단둥 정부, 그리고 평양 당국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게 했죠. 결과적으로 훙샹그룹의 성장 과정에는 대북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배가 있는 기업인들 사이에서 마샤오홍은 엄청난 시기질투의 대상이었다고 해요.
현지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훙샹그룹은 군사적으로 전용가능한 물자를 사과상자 등을 이용해 북한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핵과 미사일 등으로 전용되는 물자가 너무 많고 다양해 그간 북·중 간 교역 회사들의 제품 중에서 상당부분이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훙샹그룹과 일부 회사만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의아하다는 반응입니다.
훙샹그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정보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믿고 있어요. 훙샹그룹에 제재가 가해진 이후 경쟁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었고, 훙샹과 거래를 하던 북한 무역회사가 파산하기도 했거든요. 훙샹그룹에 대한 제재가 전체적인 면에서 대북제재로 연결되지는 않고 단지 훙샹그룹과 관련되어 있는 북한의 업체만 제재를 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장성택의 숙청에 따른 북·중 무역 판도 변화 시기에 있었던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훙샹그룹의 경쟁업체로서는 충분히 유엔의 결의안을 이용할 가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죠.
Q. 중국과 북한의 밀무역 현황이 궁금합니다. 중국 중앙정부는 국제사회 대북제재 국면에서 이를 통제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요?
A. 중국 중앙정부, 특히 외교부는 국제사회 및 미국과의 협조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엄격하게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련 무역업체들도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금, 은, 희토류 등은 중국 중앙정부의 단속이 심하여 공식, 비공식 무역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비단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유엔 결의안에 따라서 북·중 고위급 정치회담도 통제하고 있잖아요.
그러나 결의안에는 제재와 관련한 내용뿐만 아니라 ‘관련국 사이의 대화와 경제협력을 촉진하라.’는 주문도 동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중 사이의 인도주의적 경제 교류와 사회·문화 교류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인데요.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 책임대국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가는 노선을 선택하고 있는 데 반해 지방에서는 제재안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북한과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중 비공식 무역에서 중앙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셈이죠.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문제가 쟁점화 되면서 중국은 북한을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종전의 반(反)북한 정서에서 전략적 자산으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이러한 입장으로 인해 한·중관계의 악화 속에서 북한이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라 보입니다.
Q. 실제로 중국에서는 주한미군 사드배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요?
A. 중국에서 만난 학자, 기업인, 일반인 모두 주한미군의 사드배치에 대하여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드 자체가 실제적으로 중국의 국익을 침해한 것을 넘어 소위 ‘체면을 구긴’ 사건으로 간주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최근 한·중 간 관계가 상당히 좋은 분위기였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지난 2015년 9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습니까? 중국인들은 이때 ‘박근혜 누님’이라는 애칭을 부르며 찬사를 보냈죠. 박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문가들에게도 한국이 ‘친미친중(親美親中)’ 국가로 변화하는 상징적인 선언으로 받아들여졌거든요. 비록 당시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충격을 받았지만, 시진핑 정부는 한·중관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발전 속도에 기쁨을 표시했어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고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사드배치 문제가 불거졌잖아요. 실제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은 중국을 크게 당황하게 했습니다. 이것은 또다시 한국이 친미국가로 회귀하는 행보로 해석됐기 때문이죠. 시진핑은 정보국과 안보라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천안문 성루의 최고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대했는데, 사드와 관련된 한국의 결정으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김정남 사태로 인해 최근 북·중 간 교역에 변화 조짐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시진핑 정부가 김정은 체제의 경제·문화적 안정을 위해 비공식 무역에 대해 일정 정도 묵인해 왔다고 볼 수 있죠.
Q. 현재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상당한 실효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보다 강력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잖습니까?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적 측면에서 대북제재에만 집중하는 것이 과연 실효적인 접근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과거 냉전시기 북한은 중·소와 갈등을 겪으며 빈번한 경제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제재를 극복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죠. 북한의 대외무역 의존도가 낮고 더욱이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이후 대외무역 의존은 전폭적으로 중국에 편향되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을 끊어내려면 북한에 상응하는 이익을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는 마땅한 반대급부 없이 시진핑 정부가 우리의 정책을 수용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는 아래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북한 주민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고, 이를 위한 가장 결정적인 힘은 바로 한류와 시장이겠죠. 현재 평양에서 쿠쿠밥솥, 한국산 화장품, 한국 드라마 등이 여전히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를 북한 사회에 유입하여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분단구조를 해체할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이동훈/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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