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4월 1일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가정방문? 제발 오지마세요” 2017년 4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2

가정방문? 제발 오지마세요

지난 2014년 4월 1일 북한 평양시 소재의 한 학교 입학식에서 학부모들이 축하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을 이 보도했다. ⓒ연합

지난 2014년 4월 1일 북한 평양시 소재의 한 학교 입학식에서 학부모들이 축하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북한의 전직 교사로서 한국과 북한의 교육시스템을 비교하게 되는데, 의외였던 것은 가정방문이다. 사회주의 교육체제 하의 북한에만 있는 학생교양 방법인줄 알았던 가정방문이 자본주의인 한국에도 있다니 말이다.

남과 북의 ‘가정방문’을 비교해보니 남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좋은교사운동’이 눈에 띄었다. 가정방문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찾고, 학생과 교사가 ‘일대일 결연’을 맺는 시스템이다. 물론 모든 교사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대일 결연 기금’, ‘성과급 10%는 가난한 아이와 함께 기금’ 등을 조성하여 결연 운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하니 북한의 가정방문만 경험해 본 필자로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학생교양에 있어서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이 밀접하게 결합되어야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에 가정방문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주의인 북한의 가정방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교사의 사명감을 자각한 일부 헌신적인 교사들에 의해 간헐적으로 진행되어오다 1977년 김일성의 ‘사회주의교육에 관한 테제’가 발표되며 더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 것이다. 당시에는 교사들이 의무적으로 한 주에 몇 차례씩 가정방문을 해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시의 가정방문이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왔다는 것이다.

촌지의 통로로 전락 처음의 순수성 잃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가정방문은 처음의 순수성을 잃어버렸다. 학생교양이라는 주목적을 벗어나 일종의 협박, 회유를 통해 촌지를 받아내는 통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교육현장에서 학생교양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가정방문을 하는 교사가 몇 명이나 될지 의심이 갈 정도로 가정방문의 순수성이 훼손되었다.

담임교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학부모들의 직업과 직위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북한은 아직도 입학초기에 학생의 신원자료부터 수집한다.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교사나 학부모가 단 한 명도 없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긴다. 개학 첫 날 학생들에게 부모님의 생년월일 혹은 직장직위, 사는 곳을 적어내게 한다. 물론 교사가 이중에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직장직위다.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평범한 공무원이나 직장인 부모들을 배정받으면 담임도 먹고 살기 힘들고 학부모들에게 돈을 거두어들여서 해결해야 할 학급과제들을 수행하기도 힘들다. 또한 이런 가정들은 아이들 개별지도(방과 후 과외)를 할 경제적 여력이 없기에 학급의 성적도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학교 꾸리기’와 ‘사회적 동원’ 등 학생들에게 수많은 경쟁의 부담이 들씌워지는 북한에서 다른 학급보다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도 좋아할 교사는 없다. 종국에는 모든 책임이 담임에게 있기에 교사들은 학급에 배정된 학생들 부모의 직업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북한 교사들은 가정에 방문하기 전에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한다. 부모가 경제력이 있는 아이의 성적과 학교생활 태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성적이 낮으면 교사가 더 관심을 기울여서 성적을 올려놓고, 태도가 좋지 않으면 개별적인 방법으로 꾸준히 학생을 관리한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하여 성적이 조금만 올라도 하루 총화시간에 요란하게 칭찬해준다. 또한 시험성적이 낮거나 사고를 저질러도 학급 전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비판해 학생 스스로 집에 돌아가서 자신에 대한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을 토로하도록 만든다. 이런 방법으로 학부모 스스로 선생에게 촌지를 건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학생을 칭찬할 기회를 잡아 일부러 퇴근 후에 가정방문을 한다. 호랑이도 자기 새끼를 예뻐해주면 좋아한다는데, 학생과 부모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의 칭찬을 늘어놓으면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으랴? 반대로 가정 형편이 평범하거나 어려운 학생들은 하루총화나 생활총화 시간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꾸짖는다. 아이의 성적이나 교양 상태에 변화가 없으면 가정을 방문하는 대신 부모들을 학교로 부른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이라도 학교에 빈손으로 오는 학부모는 단 한 명도 없다. 최근에는 학부모들이 교사들의 생계를 걱정해 담임의 가정형편에 따라 달마다 현금이나 쌀을 모아주거나, 현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을 모아주는 게 사회적 현상이다.

집에 돈이 있든 없든 가정방문은 부담스러워

또한 ‘가정방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선생님에 대한 식사대접인데, 아무리 어려운 집이라도 선생이 가정에 방문을 하면 간단한 식사라도 차리는 것을 도리로 여긴다. 식사를 차릴 여력이 안 된다면 뭐라도 손에 쥐어줘야 한다. 특히 남자 교사들은 술 생각이 나면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가정방문을 가기도 한다. 그래서 전공과목을 둔 특수학교를 제외하고는 남자 교사들에게 학급을 잘 맡기지 않기도 한다.

물론 ‘가정연락부(알림장)’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소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저학년 단계에서나 제 역할을 하지, 학년이 올라가면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보여주지 않고 가짜 사인을 해오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집에 돈이 있든 없든 간에 학부모들에게 교사의 가정방문은 달갑지 않다.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통과의례’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제발 오지마세요.’라는 마음으로 가정방문 온 교사들을 맞는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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