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 – Movie | 실패자와 배신자, 인간애로 맺은 남북의 의형제 2017년 4월호
Uni – Movie <의형제>
실패자와 배신자, 인간애로 맺은 남북의 의형제
최근 김정일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외교전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그 여파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동시에 북한 당국의 지령에 따라 암살을 수행하는 북한 조직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과거 북한은 김신조의 청와대 기습사건부터 김현희에 의한 대한항공 여객기 폭발테러, 아웅산묘지 폭발테러, 이한영 피살사건 등 크고 작은 대남 암살테러를 자행해 왔다. 이번 김정남 사건은 테러의 연장선상에서 주목을 받으며 유엔인권위원회에 다시 제소될 상황에 놓여있다. 특정개인에 대한 북한의 테러를 주제로 한 영화로 <의형제>를 꼽을 수 있다.
스토리
영화 <의형제>는 북한의 암호지령을 받아 난수표를 맞추는 북한요원 지원(강동원 분)과 북한의 암호지령을 해독하기 위해 고심하는 국정원 직원 이한규(송강호 분)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이후 북한의 암살지령총책인 ‘그림자’와 접선하는 지원에게 단란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던 김정일의 6촌 김성학을 암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그림자’는 “인민들의 축복을 받으며 살아온 놈이 장군님을 모략하는 책을 내?”라는 말과 함께 “김성학을 인민의 이름(?)으로 사살한다.”는 명령을 하달한다. 김성학의 죽음은 과거 이한영과 마찬가지로 책 집필을 통해 김정일을 비난했다는 죄목이었다. 영화의 말미에서도 ‘그림자’는 국책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탈북인사 한 명을 똑같은 이유로 살해한다.
서로의 정체 알게 되지만 ‘사람 냄새’로 뭉쳐
김성학 살해를 목적으로 한 ‘그림자’와 지원의 미션은 결국 성공한다. 그러나 지원이 김성학의 아들까지 살해하려는 ‘그림자’를 만류하면서 시간을 지체해 둘을 잡으러 온 국정원 요원들과 큰 총격전을 벌이게 된다. 총격전에서 국정원 요원 한 명이 사망하고 ‘그림자’와 지원은 현장에서 사라진다. 한편 이한규는 후배의 죽음과 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정원에서 퇴출된다. 이한규의 퇴출과 동시에 지원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배신자로 지목되면서 외면당하게 된다. 남한에서 근근이 살아가던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국제결혼이나 사기 등의 범죄자를 찾아 현상금을 받는 일을 함께 하게 된다. 의형제처럼 가까워진 둘은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어려움을 무릎 쓰고 서로를 돕는다. 남북한 두 요원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바로 ‘사람 냄새’다. 버림받았지만 바로 이러한 인간미 때문에 두 사람은 ‘의형제’가 될 수 있었다.
감상포인트
북한의 테러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가 우리 국가나 정부에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개인에게 가해지는 테러로 주로 북한체제나 지도자에 대한 비방과 관련이 있다. 지난 1997년 2월 이한영 피살사건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사실 북한의 탈북인사들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 중에는 알려지지 않은 몇몇 건이 더 있다. 공통점은 모두 북한체제 및 지도자 비방에 대한 ‘처벌’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정착하고 있는 북한 엘리트 출신 탈북자들 역시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방송 등에서 북한체제를 비방하지 말고 조용히 생활하라는 암묵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영화 <의형제>는 이한영 피살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이야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남한 국가정보원 직원과 북한 요원의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 역시 지난 호에서 소개했던 최근 분단영화의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춘 영화다. 출중한 격투능력을 갖춘 꽃미남 북한요원이 등장하고, 영화 제작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었다. 어찌 보면 영화 <공조>의 직계 선배격인 영화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북한 요원으로 등장하는 영화 주인공들의 수트 스타일 변화 정도다. 영화 <공조>의 현빈이 슬림핏 수트의 정석을 보여줬다면 영화 <의형제>의 강동원은 레귤러핏의 헐렁한 수트 차림으로 등장했다.
현실극복과 가족상봉의 ‘인간적 면모’가 호응 이끌어내
영화 <의형제>의 액션장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카 체이싱이다. 남가좌동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에서 펼쳐진 추격신은 이후 유사영화의 표본이 될 만한 장면이다. 골목을 달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인물의 표정까지 담아내기 위해 특수 개조차량을 동원했다. 도전적인 장면 묘사를 위해 감독과 배우가 노력한 덕분에 비교적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분단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영화 <의형제>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이야기에 개연성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한 요원이 피눈물 나는 현실의 상황을 극복하고 헤어졌던 가족과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인간적 면모’를 잃지 않는 모습이 그려진 것 또한 관객의 마음을 울려 호응을 얻어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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