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인터뷰 | “탈북민 재능 꽃피울 발판 되고 싶어요” 2017년 4월호
통통 인터뷰 | 양세진 <한통신문> 대표이사
“탈북민 재능 꽃피울 발판 되고 싶어요”
Q. <한통신문>이 창간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한통’이라는 매체명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북한에서 무역업에 종사했어요. 2005년에 탈북해서 중국에서 몰래 사업을 했는데,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신분을 보장 받아 다시 중국에 건너가서 사업을 하려고 한국에 입국하게 됐어요. 그런데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지역 사회에 적응해나가다 보니 한국에 먼저 나와 살고 있는 탈북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다들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북한식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남한에서 소외된 채 살고 있었어요.
남한에 정착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했어요. 폐쇄적인 북한과는 다르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노력 여하에 따라 삶이 바뀔 수 있는 남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크고요. 처음에는 작은 단체를 만들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더라고요. 이 단체를 사단법인으로 승격시켜서 정부의 지원 하에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해보려고 했으나 진행이 잘 안됐어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떤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탈북민이 만든 지면 신문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죠. 물론 <뉴포커스> 등과 같은 인터넷 신문은 있지만요. 신문을 통해 남한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탈북민들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한통신문>을 창간하게 됐어요. 지난해 9월 7일에 지면 신문을 첫 창간했고요, 10월 말부터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한통’은 ‘한민족 통합’을 의미해요.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 주민들이 하나가 되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훗날 통일이 되어 북한 동포들을 만났을 때 스스로 떳떳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남한 사회에 먼저 도착해서 무엇을 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만을 위해 바삐 살기보다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명분만 있고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누구든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신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영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런 측면보다 사명감을 가지고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Q. 탈북민들의 소통의 장 마련에 뜻을 두고 신문을 창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한통신문> 홈페이지에 ‘탈북인 수기’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그 코너를 보고 본인의 글을 게재하고 싶다는 문의가 오고 있어요. 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분도 자신의 글을 게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요. 최근에는 탈북한 지 6개월 된 중학생도 홈페이지를 보고 글을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이 매체를 접하고 피드백을 보내온다는 것에 매우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힘은 들지만, 탈북민이 만든 신문이 생겼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시는 것을 보면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한통신문> 조직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직원은 탈북민으로만 구성되어 있나요?
A. 아닙니다. 저 포함 두 명만 탈북민이고요. 다른 직원들은 한국 분들이에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언론사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에 함께 뜻을 모을 여러 분들을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됐어요. <한통신문> 실무진은 다문화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해오셨거나, 언론매체에서 다년간의 실무 경험이 있는 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근 직원과 북한 출신 명예기자, 독일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특파원 등 20여 명 정도가 속해있어요. 탈북민 전문 매체라는 특성을 살려 좀 더 발 빠르게 북한 소식을 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계속해서 고려하고 있습니다.
Q.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 버전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각각의 차이점이 있나요?
A. 온라인 신문의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오픈되어 있고요. 오프라인(지면 신문)의 경우에는 올해부터 교육 신문으로 만들고 있어요. 한국 사회 적응이나 정착을 도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칼럼을 통해 이를 실현하려는 계획이 있어서 각 분야의 전문가 50여 명을 섭외해 둔 상태입니다.
1차 대상은 남한에 살고 있는 청소년인데, 법적으로 24세 이하까지를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탈북민들은 통상적으로 학교에 늦게 들어가기 때문에 본 콘텐츠의 수혜자를 29세까지로 설정했어요. 그 친구들에게 무료로 신문을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념의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신문의 정치면을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점인데요. 그래서 오프라인 신문을 등록할 때 ‘일반 주간지’로 하지 않고, ‘특수 주간지’로 등록을 했습니다.
Q. 탈북민 3만 명 시대인데, 현재 정부의 탈북민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정부의 탈북민 정책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있어요. 지금의 전문가들은 외국의 사례를 한반도의 상황에 접목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좋은 대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사례는 이론적인 것이고, 아시아의 환경에 맞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것이죠. 관련된 전문가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고 보고요. 전문가의 양성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는 가정 하에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문화적인 접근입니다. 문화를 아는 사람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한 전문가가 많이 양성되고 그들에 의해 대한민국 현실에 맞는 정책이 만들어질 때 탈북민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세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현재는 복지와 교육을 병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복지와 교육은 동일선에서 추진될 수가 없어요. 담당하는 정부 부처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함께 갈 수가 없는 것이죠. 예산이 누구를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인가 면밀히 돌아봐야 하고요, 목적 없는 ‘복지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복지를 할 것인지 교육을 할 것인지 선택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복지 안에 교육이 들어가고, 교육 안에 복지가 들어가는 현 상황으로는 제대로 된 탈북민 정책을 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 통일한국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 탈북민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A. 이것은 먼저 온 탈북민들의 역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의 몫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남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남과 북은 하나가 되기 어려워요. 탈북민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지칭하며 말은 거창하게 하고 있지만, 만연한 편견 속에 소외당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탈북민 3만 명을 모아 놓고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탈북민에 대한 5천 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통일한국 시대를 앞당기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생각해요.
Q. <한통신문>의 향후 비전이 궁금합니다. 탈북민 전문 매체로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A. 큰 욕심은 없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탈북하신 분들이 남한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그분들의 자립을 돕는 것이에요. 세부적인 계획을 말씀드리면, 탈북하신 분들 중에 재능이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요. 남한 사회에서 이분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저희 매체가 발판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특히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살려서 세계에 퍼뜨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그림 잘 그리는 친구가 웹툰을 통해 세계평화라는 가치를 설파하거나, 외국과 협약해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페스티벌을 열 수도 있죠. 주제는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요. 또한 대한민국의 콘텐츠를 세계에 퍼뜨리는 일들을 하는 홍보단 결성을 준비하고 있어요. 탈북민이 더 이상 ‘수혜자’가 아닌 ‘국익 창출의 개체’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했죠.
<한통신문>은 언론사의 범주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각색하지 않는 디자인을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실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고 함께 공유하면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시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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