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온다, 극동으로 간다! | 프리모리예 프로젝트 임박 … 한·중·러 합작공단 추진해야 2017년 4월호
러시아가 온다, 극동으로 간다! ①물류
프리모리예 프로젝트 임박 … 한·중·러 합작공단 추진해야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은 북방에서 찾을 수 있다. 북방 진출은 우리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다. 거대한 유라시아경제권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물론이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개선으로 인한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서의 순기능 등 안보적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동북아는 단일 경제권으로 변모하고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역할이 증대되면서 그 위상 또한 커질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 일본은 일찌감치 북방 지역의 주도권 선점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 중에 있다.
중국 경제의 부상과 유럽연합(EU)의 경제위기를 예측했던 짐 로저스는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극동 러시아의 접경지대가 향후 20년간 가장 활발한 경제성장을 실현하는 지역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또한 중국의 훈춘과 북한의 나진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축을 ‘기회의 삼각지대’라고 칭하며 동북아 경제의 심장부로 부상할 것을 예측했다.
동북3성(중)과 극동 연해주(러), 육해상로 연결 된다
먼저 러시아는 극동개발을 위해 신(新)동방정책을 천명하며, 장관급 인사의 지휘 아래 극동개발부를 창설하고 선도개발구역과 자유항 등의 경제특구를 지정함으로써 투자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동시에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또한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자국과 세계대륙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건설을 표방하며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여기서 주도권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신밀월관계라 불릴 정도로 다양하고 심도 깊은 공동의 국책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연해주 국제운송회랑 사업, 일명 ‘프리모리예 프로젝트’이다.
프리모리예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중·러 양국의 국경이 허물어질 정도로 왕래가 잦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사업의 핵심은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 극동 연해주 간의 주요 육해상로를 연결하는 복합물류망 구축 사업이다. 우리가 중단한 나진-하산 복합물류 사업에 비하면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극동 지역의 개발 촉진을 위해서는 물동량 확대가 급선무다. 따라서 중국과 공동추진하는 프리모리예 프로젝트는 필수불가결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인 셈이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의 전략 가치를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겨냥한 에너지 공급의 허브 역할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흔들림 없는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특구를 지정하며 법적인 근거까지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프리모리예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목적은 명확하다. 러시아 연해주 육해상로를 활용해 동북 3성의 바닷길을 구축하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강화하며 다가오는 북극항로 시대에 자국의 참여 기반을 더욱 다지기 위한 목적이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국면인 것이다.
일본 또한 역내 경쟁에서 밀리기 싫은 눈치다. 비록 사업화는 떨어질지언정 역내 경합 구도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러시아와의 소통강화를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이슈를 생산해 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최근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나진-하산 복합물류 사업이 흐지부지되자 일본에 철로 연결 사업을 제안하며 양국 간 주요 경협 이슈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러시아는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을 일본 홋카이도까지 연결하는 사업을 일본에 요청한 바 있다. 일본 열도와 TSR이 연결되려면 7km 가량의 폭인 타타르해협과 사할린섬 및 홋카이도 사이의 42km 구간인 라페르즈 해협 간에 교량 또는 터널이 건설되어야 한다. 이것이 실현되면 일본도 지정학적으로 섬의 위상을 벗고 사할린과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으로 통하는 육로로 연결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러시아 극동 지역의 경협 이슈에 대해 관련국들의 전략적 이익은 명확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은 미묘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극동 지역의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달려드는 중국의 태도를 매우 저돌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대자본을 앞세워 쾌속으로 진행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은 오히려 러시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굵직한 프로젝트가 잇달아 터지게 되면 자연히 극동 지역에 중국인들의 이동이 줄을 잇게 되고, 그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오르게 되면 자칫 극동 개발의 수혜를 따져봤을 때 주객이 전도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극동 물류중심지 진출 전략이 시급하다
이것이 현재 극동 지역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협력을 내건 경제전쟁의 속살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우려가 바로 한국이 뚫고 나아가야 할 틈새가 될 수 있다.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극동 지역의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데 참여하고 여기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국익 관점의 균형감 있는 외교를 위해 러시아와 보다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치밀한 전략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구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러시아와의 협력은 우리의 북방 진출을 앞당길 수 있는 가장 주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기회의 삼각지대’라 불리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의 접경지역에 한·중·러 합작공단을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봐야 한다. 거대한 유라시아 시장이 시작되는 물류 중심지에 3국의 합작공단을 조성하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동북아 역내 평화를 형성함과 동시에 경제기반을 끌어올리는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야 한다. 한국의 기술 및 운영 노하우와 높은 수준의 북한 노동력, 러시아의 양질의 자원,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배가될 수 있고 오랜 기간 상생 가능한 역내 다자간 사업이 될 수 있다.
전명수 / 러시아 주재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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