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 확보한다면? 2017년 4월호
시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 확보한다면?
월간 <통일한국>의 역사는 국내 대북·통일 인식의 역사를 가히 대표할 수 있다. 지난 1983년 11월 <통일한국> 창간호 발간은 한국이 대북·통일 문제 논의에 대해 보다 열린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지금의 400호가 나오기까지 우리 사회는 대북·통일 문제에 있어 많은 풍파도 거쳤지만, 상황인식과 판단 그리고 정책 사고에서 많은 변화와 축적도 이룩해내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어떠한 변화와 축적을 이룩했는지 아는 데 있어 <통일한국> 400권은 최적의 분석 자료가 될 것이다. 누군가가 반드시 연구해 볼만한 주제다.
北, ICBM 능력 완비 시 군사·외교적으로 현저히 유리해져
한반도는 현 시점부터 향후 몇 년간 한국전쟁 이래로 가장 위험스러운 위기적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몇 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완비할 상황에 이르렀고, 그 상황을 넘어서면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한국과 미국에 대해 현저히 유리한 새로운 전략적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따라서 북한은 이를 위해 앞으로 몇 년간 막대한 비용 지출도 불사하면서 매진할 것이다. 역으로 미국은 이러한 전략적 상황변화를 결단코 막고자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의 도래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이 ICBM 능력을 획득하게 될 경우 발생할 국면 변화에 대해서만 한정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보유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에 유리하도록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증가한다. 북한은 저강도 재래식 도발을 일으킨 후 핵무기 사용 위협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맞대응을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을 구비하게 되면 북한은 한국에 대한 재래식 도발의 시점 및 강도와 빈도를 보다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둘째, 북한이 중거리핵탄도미사일 능력을 구비하게 되면, 전면전 발발 이후 미군 증원 병력의 참가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북한은 단순 핵무기 보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중거리핵탄도미사일 사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부산과 주일 미군기지 및 괌의 미군기지와 같이 미군 증원 병력이 발진하거나 도착하는 항구와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곧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군의 증원 병력이 한반도에서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임을 나타낸다.
셋째, 북한이 ICBM을 보유하게 되면, 동북아시아 전장에서 핵무기를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선제사용을 통해 부산, 일본과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한반도 및 동북아 전장에서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핵 또는 재래식 보복에 의해 북한 전역이 초토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구비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북한은 동북아 전장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이후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해 미국의 핵 보복을 억제하고자 할 것이다.
지금이 6·25전쟁 이래 가장 위험한 국면이다
넷째, 북한은 한·일 간의 관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간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북한은 3~4기의 노동미사일을 동시 발사하여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으로 탄착시켰다. 이는 주일미군이 한국 전장에 증원 발진하는 것을 일본이 허락하는 경우, 일본이 북한의 핵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주일미군을 발진함으로써 일본 본토가 북한의 핵 공격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을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국이 북한에 군사적으로 유린되는 것을 감수할 것인지의 선택지에 직면하게 할 것이다. 한·일관계가 나쁠수록, 북한의 대일본 협박은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ICBM 능력을 보유한 북한은 보다 자유롭게 핵 확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핵 확산 활동에 대한 보복을 대응 핵 보복 공격 협박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금의 한반도는 6·25전쟁 이래로 가장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적어도 국외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도래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에 대한 우려 때문에 편안한 잠을 방해받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박형중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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