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5월 1일

Uni – Movie | 분단에 가린 남북의 ‘일탈 우정’ 2017년 5월호

Uni – Movie  | <공동경비구역 JSA>

분단에 가린 남북의 일탈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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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트럼프정부의 대북정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한반도 주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일 군사적 옵션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공군비행장을 토마호크 미사일로 폭격함과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에

‘폭탄의 어머니’라 불리는 대형 폭탄 GBU-43를 투하하면서 군사행동의 긴장감을 높였다. 자연스레 시선은 북한으로 옮겨지면서 미국의 군사행동 여부에 촉각이 쏠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이 보고되지 않고 있으며, 한반도 냉전체제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지역인 JSA(공동경비구역) 역시 평온한 분위기다. 이번 호에서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소개한다.

 

 

 

 

 

 

스토리

이 영화는 개봉 초기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우선 남북 대치의 긴장이 흐르는 판문점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활용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후 국내 여론은 자연스레 북한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는 남북 병사들 간의 훈훈하면서도 가슴 아픈, 다소 역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남한군 병장 이수혁(이병헌 분)과 북한군 하사 전우진(신하균 분),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 분)이 갈대밭에서 조우하면서 시작한다. 사실상 이 장면은 공동경비구역 담당 병사들의 임무가 아님에도 영화적 효과를 위해 구성한 듯 보였다. 보통 비무장지대 순찰은 전방 수색부대에서 맡기 때문이다.

경비초소를 넘어 담배 등 선물이 오가며 주인공들은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갖고 우정을 쌓아간다. 급기야 이수혁 병장이 북한군 초소까지 무단침입하면서 북한군 오경필 중사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화목한 분위기는 잠시 망각했던 분단이라는 차가운 현실로 인해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분단의 차가운 현실, 그 속에서 피어난 우정

“형 안 내려올래?” 이수혁이 오경필에게 전향을 권유하자 오경필은 정색하며 거절한다. “야 이수혁이. 내 꿈은 말이야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훨씬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기야.” 오경필이 다소 우회적인 표현으로 분단의 싸한 현실을 이야기하자 화기애애했던 초소내부에는 잠시 긴장감이 흐른다. 초코파이와 야한 잡지 등이 오가면서 젊은 남자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분단이라는 현실은 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어색함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남북한 초소에 불던 훈풍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북한군 순찰장교의 갑작스런 출현은 이들의 놀이터였던 초소를 전쟁터로 만들어 버렸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스위스 국제 군사 중립국 소속 소피 E. 장(이영애 분) 소령이 판문점으로 날아온다. 소피 소령의 수사방향은 북한 군인들의 사망과 분단이념에 감추어진 남북 군인들 간의 ‘일탈우정’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북한에 남겨진 오경필의 신상이 위태로울 것이라 판단한 이수혁 등은 끝까지 함구한다. 결국 남북 군인 간의 우정은 두 젊은이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감상포인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무대로 남북한 군인 간 우정을 다룬 영화다. 영화는 적으로 만나 친구가 된 젊은 군인들 간의 가슴시린 우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분단 현실의 냉혹함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영화 개봉 이후 10년 뒤인 2010년에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를 통해 다시 한 번 비무장지대를 무대로 한 남북한 군인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졌다. 다만 〈꿈은 이루어진다〉는 이수혁과 남성식이 자살을 선택함으로써 북한군 중사 오경필과의 우정을 지켜낸 〈공동경비구역 JSA〉보다는 내용적으로 조금 더 가볍다.

이 영화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가까워진 남북관계 속에서 분단이라는 ‘현실’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우정’ 사이의 극단적 대비를 잘 잡아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깔린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는 남북한 분단현실의 서글픔과 잘 조합되면서 새드 엔딩의 애잔함을 한껏 고조시켰다.

서유석/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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