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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 시리아 사태, 간단치 않다 2017년 5월호

글로벌포커스 WHY?

리아 사태, 간단치 않다

시리아 중부 홈스 인근의 알샤이라트 공군기지 비행장의 위성사진. 미국은 지난 4월 6일(현지시간) 밤 지중해 동부 해상에 있는 해군 구축함 포터함과 로스함에서 시리아의 공군 비행장을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의 이번 공격은 최근 시리아에서 발생한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감행된 것으로,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은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시리아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으로 알려졌다. ⓒ연합

시리아 중부 홈스 인근의 알샤이라트 공군기지 비행장의 위성사진. 미국은 지난 4월 6일(현지시간) 밤 지중해 동부 해상에 있는 해군 구축함 포터함과 로스함에서 시리아의 공군 비행장을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의 이번 공격은 최근 시리아에서 발생한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감행된 것으로,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은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시리아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으로 알려졌다. ⓒ연합

시리아 내전이 7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갈수록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는 대부분 파괴돼 황폐화되었으며, 국민의 절반은 외국으로 탈출했거나 고향을 떠나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지난 2011년 3월 15일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120km 떨어져 있는 인구 7만5천 명의 남부 농업도시 다라에서 벌어진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정부군이 무력 진압하면서 시작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지금까지 32만1,3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민간인들은 대부분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희생됐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 국민 490만 명이 전쟁을 피해 외국으로 탈출했고, 국내 이재민도 630만 명이나 된다. 내전이 발생하기 이전 시리아의 전체 인구는 2,200만여 명이었다. 유엔은 내전으로 파괴된 건물과 경제적 손실이 3,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이드 빈 라아드 자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시리아 내전 상황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이 만든 ‘최악의 재앙’이라고 개탄했다.

대를 이은 독재자 아사드, ‘아랍의 봄에도 살아남아

시리아는 아랍 국가들 중 왕정 국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세습에 성공한 악명 높은 독재국가이다. 1970년 하페즈 알 아사드 당시 국방장관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하페즈는 1971년 대통령이 된 이후 철권통치를 해오다 2000년 6월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하페즈가 사망하자 둘째 아들인 바샤르 알 아사드가 집권 여당인 바트당과 군부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한 달 만인 같은 해 7월 실시된 대선에서 무려 97%의 지지로 당선됐다. 34살에 대통령이 된 그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시리아를 지금까지 통치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국민들을 영장 없이 체포하거나 재판 없이 감옥에 가둘 수 있는 ‘비상사태법’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히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는 다수파인 수니파를 통치하기 위해 같은 알라위파인 아사드의 독재체제를 강력하게 뒷받침해왔다. 시아파는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사위 알리(제4대 칼리프)만을 정통 칼리프(통치자)로 본다. 알라위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알리를 신격화하고 숭배하는 교파다. 알라위파는 시리아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결집력이 매우 강하다. 수니파는 74%를 차지하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차별정책에 불만을 품어온 수니파 주민들은 정부군이 다라 시의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 곳곳에서 봉기했다. 당시는 ‘아랍의 봄’이라고 불리는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쓸던 시기로 튀니지, 이집트, 예멘, 리비아 등에서 독재정권들이 줄줄이 붕괴됐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아사드 정권도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아사드 정권은 군대와 알라위파 민병대를 동원해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민주화 시위대도 이에 맞서 무기를 들고 정부군에 대항하며 반군을 결성했다. 이후 내전은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대리전쟁으로 비화됐으며, 정부군과 반군은 공방전을 계속해왔다.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도움을 받고 있고,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국들과 터키의 지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반군에게 무기 등 각종 병참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러시아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군대를 파견해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테러 단체인 알카에다에서 분리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지난 2014년 6월 시리아 북부 라카에서 ‘칼리프제 국가(caliphate)’를 선포하고 내전을 틈타 세력을 확대했다. IS는 한때 시리아 북부 지역은 물론 이라크 동부 지역까지 점령하는 등 세를 넓히기도 했으며,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 반군도 공격해왔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IS가 자국에 대한 테러 공격까지 부추기자 이들을 격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에 특수부대를 파견하고 폭격기와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을 하는 등 IS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또 반군의 일원인 알카에다와 연관된 무장조직 HTS(하야트 타흐리르 알샴)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주 일대를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 족도 시리아와 터키 국경 지역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쿠르드 족은 반군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시리아 북부지역에 독립국가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터키가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다. 시리아 쿠르드 족이 자국 내 쿠르드 족과 손잡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이다.

얽히고설킨 복합 내전 속 무고한 민간인 희생만 늘어

그런가하면 반군 내에서도 파벌들이 전투를 벌이는 등 반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여러 세력이 시리아라는 땅덩어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물고 뜯는 혈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시리아 내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얽히고설킨 ‘복합 내전’이라고 불린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내전 개입으로 반군에 빼앗겼던 영토의 상당 부분을 탈환하는 등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어왔다. 실제로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해 12월 제2의 도시이자 반군이 점령해온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를 수복했다. 아사드 정권은 여세를 몰아 반군과 IS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벌여왔다. 아사드 정권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온 러시아도 미국과 수니파 아랍 국가들을 따돌린 채 터키·이란과 함께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휴전 협정을 주도해왔다. 반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기를 꺼려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S 격퇴에 집중하기 위해 아사드 대통령의 권력 유지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처럼 전세와 국제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아사드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한 화학무기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는 지난 4월 4일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북부 이들리브 주의 칸 셰이칸 지역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해 주민 87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부상했다. 사망자들 중 30명이 어린이였고 20명이 여성이었다. 아사드 대통령은 내전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하게 다지고자 화학무기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리아 정부군도 내전을 치르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계속된 전투로 매우 지쳐있다.

특히 시리아 정부군은 지상 병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오랜 내전으로 지상 전력이 상당히 소진됐다. 부실한 지상 전력 때문에 제공권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선에서 전과를 올리지 못해왔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의 조슈아 랜디스 중동연구소장은 “아사드와 그의 부하들은 이기길 원했지만 정부군은 탈진한 상태였다.”면서 “화학무기는 다른 군사수단이 고갈된 지도자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드 정권의 입장에서는 화학무기가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력 우위를 활용해 지상 병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아사드 정권은 민간인 희생을 별로 개의치 않아왔다.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의 발생에 대해 도덕적으로 무뎌진 아사드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화학무기 사용은 죄책감조차 들지 않을 정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드 정권은 지난 2013년에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반군 장악지역에 사린가스 공격을 감행해 주민 1,429명을 숨지게 한 적이 있다. 희생된 주민들은 대부분 수니파다. 오랫동안 이어진 잔학행위로 인해 지지율을 상실한 아사드 정권은 공포 정책을 통해 반군에 대한 지지를 주민 스스로 포기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시리아 내전 개입을 꺼렸던 국제사회의 소극적인 태도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아사드 정권은 그동안 반군에 가담한 주민들을 온갖 잔혹한 방법을 동원해 고문·살해하는 등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러왔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왔다. 특히 미국 정부는 IS 격퇴에만 관심을 보이면서 아사드 정권의 잔혹 행위와 인권유린을 외면해왔다. 때문에 아사드 정권은 화학무기를 사용해도 트럼프 정부가 방관할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아사드 정권에 대해 강경한 대응 조치를 결정하면서 시리아 내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중해 동부 해상에 포진해있던 미 해군 구축함 포터호와 로스호는 시리아 정부군의 알 샤이라트 공군 기지에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이 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한 첫 번째 공격이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실시된 첫 군사 행동이다.

미국과 러시아, ()밀월은 끝?

미국은 그동안 시리아에서 IS만을 공습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사드 대통령을 ‘도살자’로 규정하며 “이제는 잔인한 시리아 내전을 끝내고 테러리스트를 물리쳐, 피란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도록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고립주의를 표방했던 외교·안보 정책을 개입주의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사드를 지지하는데 이는 러시아, 세계, 인류에 매우 나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공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규탄하는 서방 주도의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12일 크렘린궁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시리아 내전 사태를 논의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주권국에 대한 침공이라면서 강력하게 비난했다. 한때 ‘브로맨스(bromance)’를 과시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관계는 파경을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양국 관계는 앞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서 신(新)냉전 구도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시리아 내전사태는 레바논이나 소말리아 사태처럼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레바논의 경우 1975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15년간 종교와 종파가 다른 세력들이 내전을 벌이면서 20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말리아의 경우 1991년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정권이 붕괴된 후 무장 세력들이 충돌하면서 세계 최악의 분쟁지역이 됐다. 25년째 내전 중인 소말리아에서는 테러단체인 알샤바브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내전이 종식될지의 여부가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와 이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4개국은 시리아 내전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입장만을 보여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듯 시리아 내전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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