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8월 1일

Uni – Movie | “형,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 2017년 8월호

Uni – Movie | <태극기 휘날리며>

,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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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1차원적 반공 이념에 기반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보니 그다지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이라는 소재로 마음을 울리는 ‘웰메이드 영화’라는 입소문과 함께 많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분단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던 <쉬리>의 강제규 감독이 제작한 영화였기 때문에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영화계에서 강제규 감독만큼 분단영화로 흥행의 재미를 많이 본 인물은 없을 듯하다.

스토리

영화는 서울의 한 전형적인 서민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해방 이후의 정국은 매우 혼란스러웠으며 먹고사는 문제는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화두였다. 주인공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구두닦이를 하는 진태(장동건 분)와 그의 동생 진석(원빈 분), 진태의 약혼녀 영신(이은주 분)이다.

가난하지만 정이 넘쳤던 이들 사이에 커다란 아픔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이들은 곧 피난길에 올라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고 도중에 진석이 강제징집 당하게 된다. 전시였던 만큼 총을 잡을 수 있는 젊은이들은 마구잡이로 전쟁터로 징발되던 시대였다. 이에 형인 진태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열차에 뛰어들지만 곧 같은 신세가 되고 만다.

두 형제는 곧바로 낙동강방어전선에 투입된다. 여기에서부터 전쟁의 광기와 가족애가 혼합되어 ‘괴물’로 변해가는 진태의 모습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진태는 어떻게 해서든 동생인 진석을 군에서 빼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데 자신이 무공훈장을 받으면 그 문제가 해결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전쟁의 화신’으로 변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종로 골목에서 구두를 닦던 순박한 청년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고 살육에 집착하는 전쟁의 광기만이 그의 사고를 지배할 뿐이었다. 형이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두 형제는 다투고 갈등하지만 동생을 향한 진태의 왜곡된 형제애는 점점 더 커져만 갈 뿐이었다.

전쟁의 화신이 된 진태는 군에서 신망을 얻고 승진을 거듭하게 되지만 그의 광기를 극에 달하게 만들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동생인 진석의 죽음과 약혼녀인 영신이 인민군에게 협조했다는 죄목으로 국군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이다. 이미 전쟁광이 된 진태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중공군에 포로로 잡히고 나서 바로 인민군 결사대 대장으로 변신한 진태는 국군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인민군 내 백병전 전문부대인 ‘붉은 깃발 부대’의 지휘자로 등장한 진태는 붉은 깃발 부대원들을 이끌고 증오의 대상이 된 국군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잔혹한 인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죽지 않고 살아있었던 동생 진석은 그 소식을 듣고 제대를 하루 앞둔 날 전선을 찾아가 간신히 진태를 만나게 되지만 그것이 두 형제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죽어가는 순간까지 동생의 안위를 챙기던 진태는 진석이 대학에 입학할 때 주려고 했던 구두를 아직 못 만들었기 때문에 죽지 않을 것이라 위로하면서 동생을 안심시켰다. 이 마지막 장면이 그 동안의 오해가 풀리고 형제애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클라이맥스다. 그로부터 50년의 세월이 흘러 국방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진석은 손녀를 대동하고 다시 형과 재회하게 된다. 이미 유골이 되어 있는 진석. 유품 상자에는 만나서 주기로 했던 만년필이 소중히 놓여있다.

감상포인트

이 영화는 전쟁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해 내기 위해 대규모 인원과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다. 순 제작비만 147억 원이 들었고 2만여 벌의 군복과 2만5천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다. 게다가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장동건과 원빈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처음 영화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인기 배우를 앞세운 단순 흥행용 영화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두 배우의 열연이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장동건의 광기어린 모습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해안선>에서의 ‘미친’ 연기와 살짝 겹쳐보였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기념관에 있는 ‘형제의 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실제 형제였던 국군 박규철 소위(형)와 북한군 박용철 하전사(동생)의 이야기로 이들은 죽령 전투에서 만나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고(故) 최승갑 일병의 유품이다. 다부동 전승지에서 최승갑 일병의 이름이 새겨진 삼각자가 출토되었고 관련 다큐를 본 강제규 감독이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픽션은 논픽션의 토대 위에서 진정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전해준 감동은 이후 제작된 전쟁영화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외피로 인간애를 감싼 영화들이 나오는 데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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