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8월 1일

만나고싶었어요 |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이렇게 살아요” 2017년 8월호

만나고싶었어요 | 이애리아 일본 와세다대 교수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이렇게 살아요

이애리아 일본 와세다대 교수

이애리아 일본 와세다대 교수

Q.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해 왔는데?

A. 제가 처음 북한 해외노동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4년부터입니다. 당시에는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는데,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러시아 연해주 귀환을 조사하기 위해 연해주를 방문했다가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인권 측면보다는 다문화·다국적 코리언 중 하나로 북한 노동자의 삶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후 연해주에 갈 때마다 길거리나 시장, 식당에서 마주치는 북한 노동자를 유심히 관찰하고 기본적인 실태를 살펴보게 되었죠. 언젠가는 북한 노동자의 삶에 대해 조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2014년에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에서 북한 해외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대한 연구가 추진되었고 그 일환으로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Q. 현재 북한의 해외노동자들은 어느 지역에 얼마나 분포되어 있고 주로 어떤 방식의 노동을 하는지?

A.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과 관련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게는 5만여 명, 많게는 12만 명 내외로 알려져 있죠. 2014년 UN 인권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총 8만500명~8만1,3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대략 러시아 4만7천 명, 중국 1만9천 명, 쿠웨이트 5천 명, 카타르 3천 명, 아랍에미리트(UAE) 2천 명, 몽골 1,300~2천 명, 앙골라 1천 명, 폴란드 400~500명, 말레이시아 300명, 리비아 300명, 오만 300명, 미얀마 200명, 알제리 200명, 나이지리아 200명, 기니 200명, 에티오피아 100명 등입니다.

북한의 해외노동자 송출은 이들을 필요로 하는 국가들과의 상호 필요성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북한의 입장에서 해외노동자 임금은 주요 외화 획득 수입원으로 국가재정 확대에 기여하고 있죠. 북한 해외노동자는 주로 중장비 기계가 필요하지 않은 상대적으로 낮은 숙련도의 노동에 주로 고용되지만, 일부 동상 제작, 벽화 등의 예술 작업이나 마사지, 무역상거래 등의 일을 하기도 해요.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오래 전부터 각종 개발 사업에 북한 노동자의 노동력에 의지한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 노동자는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높은 강도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 대상이었죠. 또한 북한 회사에서 인력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통제가 용이하다는 것도 선호의 이유입니다.

Q. 북한 내에서 주민들이 해외노동 기회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해외노동자로 선발되어 배출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A. 북한 내에서 해외노동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2~3차례 파견되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 돈 많이 벌었겠구나”라고 생각하죠. 선호하는 지역은 기본적으로 근무 형태와 수입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청부 활동처럼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기후 조건이 좋은 곳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현지 한인들과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사할린 지역이죠. 특히 1945~1950년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에 의해 노동자로 모집되어 러시아 극동 지역에 건너가 귀국하지 않고 정착한 사람들의 후손이 많아 이들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아주 호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북한에서 해외노동자를 선발하는 과정을 보면 대표적으로 건설 분야의 경우 북한 내각 산하의 대외건설지도국에 소속되어야 합니다. 대외건설지도국 산하의 여러 기업소 중 한 곳에서 근무하면서 해외파견자 신청을 하게 되는데 우선적으로 기본 자격조건이 충족되어야 해요. 아이러니하지만 러시아어를 구사하지 못해야 하고요. 6촌 이내에 정치범 및 경제사범이 없어야 합니다. 출국 전 5년간 정치행사 참여가 확인되고, 최근 5년간 거주지 생활이 확인되며, 기술 자격증 및 신체검사 자격증 등이 구비되어야 하죠.

이러한 기본조건을 갖추고 당 간부과에 이력서를 제출하면 간부과에서 이를 검토하게 됩니다. 여기에 결격사유가 없으면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추가적으로 가족 이력 문건도 통과되어야 하죠. 이후 여권 발급 등 행정적인 절차와 해외파견에 대한 관련 교육 등이 진행됩니다. 모든 과정을 마쳤다고 해서 바로 파견되는 것은 아니고, 지원 분야의 필요정원이 발생 시 파견되는 구조죠.

Q. 최근 북한 해외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및 생활환경과 관련하여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실제 해외노동자들의 삶은 어떤지?

A. 러시아 지역의 북한 해외노동자들은 지난 2014년 당시에는 매월 1천 달러, 요즘은 700~800달러 정도의 상납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실제 노동자들의 생활이 아주 힘들다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해외에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북한에 있으면 1달러도 채 손에 쥘 수 없지만 해외에 나가면 적게나마 수입이 있다는 기대 때문이죠.

실제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현지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여권 원본이 없으면 은행 구좌를 만들 수 없어 본인들이 직접 돈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데 그것을 아는 마피아 등 범죄 집단이 숙소 근처에서 노동자들을 위협해 돈을 강탈하기도 하죠. 심지어 자동차로 친 다음 일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몸을 뒤져 돈을 가져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노동자들의 숙소가 도시 외곽에 있고 가로등도 없는 한적한 곳에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어요. 상납금을 두 달 밀리면 북한은 노동자를 강제 귀국시키기 때문이죠. 생활 여건 역시 전반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도시로 갈수록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는 측면이 있고요.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은 공사장 내부나 인근에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에서 여러 명이 함께 숙식하기 때문에 보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겨울철에 작업장에서 난로나 발전기를 켜놓고 자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러시아에 파견되어 도착한 직후 3~4시간 정도의 휴식만 주어지고 바로 업무에 투입되며, 별도의 작업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일하기도 합니다.

업무량의 경우 하청계약 형태로 일을 수주받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정해진 일을 완수하고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에 집단으로 작업현장에 투입되어 하루 13~16시간의 중노동을 하게 되죠. 식사도 석면가루가 떨어지는 공사장 내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집니다. 특별한 여가활동 시간도 없다보니 주로 담배와 술을 벗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과도한 노동의 과정에서 음주나 흡연 등으로 건강상 문제가 발생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금의 경우 계약 당시부터 타국가의 노동자보다 낮은 단가로 시작해요. 매달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장부 기록으로 누적되며, 임금 책정은 같은 작업반 소속이라도 개별적으로 차등 적용됩니다.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인맥에 의한 영향도 있고요. 무엇보다 노동한 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충성자금 명목 등의 국가계획분을 납부해야 하는 조건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 회사의 사장 및 지배인 등 관리자 계층이 노동자들의 임금의 일부를 개인적으로 갈취하는 경우도 있어 여러 면에서 괴로운 상황이죠.

또한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총화로 인해 간혹 러시아 회사와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인 감독자가 북한 관리자에게 “뭐 하러 여기 왔나? 돈 벌러 왔나, 회의하러 왔나?”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 해외노동자들은 러시아 현지에서 러시아어를 습득하고 성실한 태도로 일을 하여 주변 사람들의 신의를 얻으면 ‘청부’라는 형태의 추가 노동을 하여 부수입을 올리기도 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청부를 통해 외부세계를 학습하면서 점차 자본주의 방식을 체화하기 시작하죠. 청부를 하면서 거래의 형태, 작업장에서의 매너 등을 배우게 되고요. 파견 근무를 마치고 북한으로 복귀하더라도 그 다음으로 이주한 노동자에게 전달되면서 재생산됩니다. 또한 북한으로 돌아간 파견 근무 노동자들은 러시아 파견의 경우를 ‘재소생’이라 부르곤 하는데, 자신이 속한 사회를 다른 사회와 비교하고 비판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되기 때문이죠.

Q. 최근 국내외 미디어에서 다루는 것처럼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인권이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텐데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지?

A.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인권이 열악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언론의 르포 기사 형식으로 무작정 폭로하는 것보다는 국제적 인권 기준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체계적 연구 및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특히 연구 측면에서 보면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 문제를 보다 유연하게 비교·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제 이주 노동은 자국 내 노동과 달라서 모국과 거주국을 포함한 2개 이상의 사회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파악으로는 북한 노동자 해외 파견 시스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어요. 따라서 북한이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자 파견 정책을 수립하고 북한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점차 개선시켜 나갈 수 있도록 충분히 설득해 나가는 작업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향후 활동 계획과 비전에 대해?

A. 저의 전공은 중앙아시아, 그 중에서도 카자흐스탄 고려인이기 때문에 오는 9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행사에 참가할 계획이고, 1997년부터 왕래하며 교류한 고려인 부부와도 셋이서 20주년 기념행사를 가지고 싶어요. 잊혀져 가는 고려인 음식문화를 보존하는 작업도 하고 싶고요.

물론 러시아 지역의 북한 해외노동자들의 조사도 지속할 것입니다. 이는 지난 2004년부터 연해주 지역, 2006년부터 사할린 지역의 코리언 조사를 해왔던 인적 네트워크의 결실이기도 하니까요. 북한 해외노동자의 인권 침해를 부각시키는 것이 연구 목적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자 해요.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자본주의 경제를 이해하고 언젠가 남북한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게 되면 그들이 이행경제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남북교류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해외 코리언의 인적 자원으로서 그들을 연구하고 싶어요.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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