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8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文 대통령 ‘베를린 구상’, 북한 반응은?

장용훈의 취재수첩

대통령 베를린 구상’, 북한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독일의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및 통일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독일의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및 통일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첫 선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옛 베를린 시청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내놓고 꼬일대로 꼬인 현재 한반도 상황을 풀 남북관계 구상을 밝혔다.

베를린 구상의 초점은 대화다. 그는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남북 간 대화가 필요하다”며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의 모든 관심사,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자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끌기 위한 우리 정부의 5대 정책 기조를 밝혔다. 이는 ‘한반도 평화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사업 추진’ 등이다.

또 베를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비교적 정치적 부담이 적은 일부터 남북이 함께 추진해 나가자며 ‘4대 제안’을 제시했다. 우선 민족 최대 명절이자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인 오는 10월 4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할 것과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또 휴전협정 64주년이 되는 7월 27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과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이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스포츠 교류 등 비교적 부담이 적은 분야부터 남북이 손을 잡음으로써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선언 이후 후속조치로 7월 17일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동시 제의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회견에서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만일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고 군사회담만으로는 2014년 10월 비공개접촉 이후 33개월 만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고 과거 남북이 합의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면 우리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호응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조 장관은 “남북이 마주 앉는다면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회담 제안에도 북한은 7월 26일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단 북한의 무응답은 남측의 회담제의를 받아야 할지 거부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한다는 관측이 있다. 북한이 공식기구나 매체 등을 통해 회담 제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한·미정상회담 결과나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베를린 구상 자체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긍정·부정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회담에 적극성을 보이는 남측의 태도를 활용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의도를 가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측이 군사당국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논의하자고 한 만큼 당장 회담 개최에 답을 주지 않은 채 ‘무언’으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면서 향후 우리 정부의 추가 행동이나 조치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7월 11일 “북측은 남조선 당국의 관계개선 의지를 말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각오와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무언으로 대응하며 핵·미사일 마이웨이전망도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MDL에서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 중단 등을 선(先)조치하면 북한도 이에 호응하면서 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는다. 또한 일각에서는 북한이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의제를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회담의 판을 키우는 역제안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군사당국회담은 MDL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적십자회담은 이산가족 상봉을 다루는 제한적이고 실무적인 성격의 회담인 만큼 현재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고위급의 회담을 제안함으로써 남측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확고하게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나아가는 현 상황에서 남측의 회담 제안을 뭉개면서 자신들의 일정표에 따라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차피 현 상황에서 이뤄지는 회담을 통해 얻을 것이 크지 않은 만큼 당분간 회담이나 협상 제의를 무시하면서 핵·미사일 능력을 갖춘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독자 행보를 통해 몸값 높이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CNN> 방송은 7월 19일(현지시간)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앞으로 2주 이내에 ICBM 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해 북한의 향후 움직임은 더욱 주목된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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