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최고지도자 직접 겨냥한 선제적 메시지 긴요 2017년 8월호
특집 | 레드라인 넘는 북한, 대북정책 ‘주도권’은?
최고지도자 직접 겨냥한 선제적 메시지 긴요
최근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등으로 한반도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감내하기 어려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위기의식이 점증되고 있다. 새로 출범한 한·미 정부 모두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의 정책 과제로 두고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비핵화 전략으로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실효적 측면에서 얼마나 성과를 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6자회담을 통해 2005년 9·19공동성명과 2007년의 2·13 및 10·3합의를 도출해냈던 시기와 비교해봤을 때 현재 한반도 안보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으며 상황은 더욱 엄중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북한과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에 대한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 및 평가해야 한다. 김정일의 선군 시대에서 김정은의 경제·핵무력 병진노선 시대로 접어들면서 북한의 생존전략은 이미 변화하였다. 북한은 핵무력을 단순히 협상 수단이나 거래의 대상이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보검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한국은 대북 이니셔티브를 얼마나 쥐고 있는가?
북한은 5차례의 핵실험과 이를 운반할 다양한 탄도미사일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핵능력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고도화 된 상태다. 북핵 문제가 북·미관계 중심에서 논의되는 틀을 벗어나 미·중관계의 영향력 안으로 편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북한은 ‘마이웨이’를 추구하고 있는데 한국이 얼마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지 정확하고 냉철한 자기분석을 요하는 시점이다. 미국의 트럼프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새로 출범한 이후에도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속하고 있고 결국 그간 암묵적인 금지선으로 설정되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시험하면서 향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로의 국면전환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북한도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도발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전격적인 북한의 ICBM 발사로 인해 대북정책 추진의 첫 발걸음이 가볍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사드 문제로 촉발된 불편한 한·중관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황으로 원활한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지속되고 문재인 정부가 지난 2개월간 보여 온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경우, 남북관계는 지난 9년과 비교하여 크게 바뀔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역시 상당한 마찰이 발생할 공간이 커지기 때문에 역내 안보 환경은 쉽게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이 비핵화하면 크게 도와주겠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내건 대화론은 북한이 비핵화하면 적극적으로 도와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과 유사하며, 해외에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대북 강경 발언과 한·미·일 공조 강화 주장 등은 향후 대북 및 대중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며 작용하게 될 것인지 전망하기 어렵다.
이에 더하여 북한 유인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앞서 미국을 설득한다는, 즉 한·미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인해 실제 북한을 유인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냉철한 판단을 해봐야 한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확인했지만 현 국면을 고려하여 달리 생각해보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인 ‘최대압박과 관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처럼 한·미관계가 우선한 상황에서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진정성에 의심을 가지고 우리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 역시 희망사항이 투영된 관점일 수 있다. 북한은 여전히 한국을 북핵 게임의 주요 참여자로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식적으로 제안한 대북지원 및 남북교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 통한 대담한 모험적 접근법 필요
북핵 능력 고도화에 따라 ‘동결-비핵화’라는 단계론만으로 북핵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맞교환 역시 불가능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된 조건에서 비핵화라는 최종목표에 과도하게 함몰되기보다는 군사적, 외교적, 정치적 대응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현 상황에서 대북정책은 국내정치나 국제사회의 고려보다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을 통한 보다 대담한 모험적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줘야 하며 이를 위한 대화 개시 조건의 조율과 유예 입구론을 통해 보다 세밀한 단계적 접근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먼저 통치권적 차원의 결단을 통해 근본적인 북핵 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유예를 추구해야 하고 당면한 위협인 북핵 고도화를 우선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후 단계적(유예-동결-불능화-비핵화), 다원적(6자 비핵화-4자 평화포럼-남·북 및 북·미 양자), 포괄적(안보-경제)인 정교한 한국형 로드맵의 작성이 요구된다.
또한 대북지원이나 민간교류 제안보다는 북한 최고지도자를 직접 겨냥한 선제적 메시지가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의 대북지원이나 민간교류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변화한 남북환경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더하여 북한에 대해 공동개발이나 상호협력의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도 역시 중요하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국제사회 대북정책의 ‘운전석’에 앉기 위해서는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통일의 주체는 우리라는 점, 한반도의 운명 역시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대내외에 확고히 천명해야 할 것이다.
김동엽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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