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북한 ICBM 능력 어디까지 왔나? 2017년 8월호
특집 | 레드라인 넘는 북한, 대북정책 ‘주도권’은?
북한 ICBM 능력 어디까지 왔나?
북한은 지난 7월 4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미·일은 화성-14형에 대해 ICBM이라는 명칭 대신 ‘대륙간사거리미사일’로 평가했다. 즉 대륙을 가로질러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만 갖춘 미사일이라는 의미다.
이번에도 북한은 화성-14형 ICBM을 일본과의 정치·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고각으로 발사했다. 화성-14형 미사일은 8축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려 발사패드로 이동되었다. TEL의 길이가 20.1m인 것을 고려하면 화성-14형 ICBM의 길이는 19.5m 정도로 추정된다.
1단 추진체의 길이는 11m 직경은 1.4m, 2단 추진체의 길이와 직경은 3m와 1.2m로 추정된다. 1단 로켓은 액체추진제 엔진으로 구성되며 비대칭디메틸하이드라진 연료와 사산화이질소(N2O4) 산화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발사 동영상에 의하면 1단 로켓의 연소시간은 약 65초 정도로 추정된다.
북한 ‘화성-14형’ ICBM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는?
발사 동영상에서는 1단의 분리 시점 쯤에 갑자기 하얀 배기가스 기둥이 형성되었다. 이어서 미사일 동체에 장착된 카메라에 의해 촬영된 단분리 영상이 나타났다. 만일 하얀 배기가스가 2단 로켓연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는 고체추진제 로켓으로 보인다. 2단 로켓이 액체추진제 엔진이든 고체추진제 모터든 발표된 고각발사의 정점고도 2,802km와 사거리 933km를 이용하면 정상궤적에서의 사거리 및 정점고도를 계산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화성-14형 ICBM의 시험발사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TEL에 의해 발사장소까지 미사일을 이동시킨 후, TEL을 분리하고 미리 설치해 둔 발사 패드 위에서 발사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상발사 패드를 이용하는 발사 방식은 북한이 처음 개발한 것은 아니고, 이미 러시아에서 과거에 사용해왔던 발사 방식 중의 하나다. 이러한 지상발사 패드를 이용하는 방식은 발사로 인한 TEL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추정된다. TEL의 가격이 수십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화성-14형 ICBM 발사에 사용된 콘크리트 발사 패드는 62m x 20m의 면적을 가졌으며 이는 TEL을 통제하는 데 충분한 크기로 보인다.
이렇게 추정된 제원 및 추진제 특성을 이용하여 화성-14형 ICBM의 성능분석을 수행했다. 성능분석 결과 북한은 화성-14형 ICBM 고각발사에서 기술적 난이도를 줄이기 위해 정점고도를 줄이도록 핵탄두 질량을 900kg으로 하여 수행하였다. 이 탄두 질량에서 정상궤적으로 발사할 때의 사거리는 6,200km에 불과했다. 해외 매체에서 화성-14형 ICBM이 6천 km대의 사거리를 갖는다는 주장은 고각발사를 정상궤적발사로 전환하여 수치를 환산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14형 ICBM은 정상궤적으로 발사 시에 북한의 표준핵탄두 질량 600kg 탑재하면 약 8,100km의 사거리 성능을 갖는다. 만일 핵탄두 질량을 450kg으로 줄인다면 정상궤적의 사거리는 9천 km 정도이며, 200kg으로 줄일 수 있다면 1만1천 km의 사거리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통상 ICBM의 정의는 사거리 5,500km 이상을 가지는 탄도미사일이다.
평양에서 알래스카까지 거리는 약 6천 km, 하와이까지 거리는 약 7,600km, 샌프란시스코까지 거리는 약 9천 km 정도다. 그리고 평양에서 워싱턴D.C까지는 약 1만1천 km다. 결국 화성-14형 ICBM에 표준핵탄두를 탑재하는 경우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북한의 도발 수준에 대한 레드라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단계까지 가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보는 듯하다. 미국이 언급한 레드라인은 아마도 북한이 미국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상황일 것이다.
상당한 수준에 도달 … 골든타임은 앞으로 2~3년
그렇다면 이번 화성-14형 ICBM의 시험발사는 레드라인을 넘은 것일까? 북한 ICBM의 완성단계는 기술적으로 어떤 수준일까? 이는 미사일의 신뢰성 및 안정성, 재진입 기술 그리고 정확도가 중요한 요소로 판단될 수 있다. 북한은 북극성-2형 중거리미사일의 경우처럼 화성-14형 ICBM을 한 차례 더 발사해서 성공하면 실전배치를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첫 시험발사로부터 전력화 배치를 하는 데까지는 10여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엄청난 경험을 가진 러시아가 블라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서 보여준 사례이다. 특히 핵탄두 ICBM의 경우 발사 초기에 폭발하면 북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ICBM의 재진입 기술 및 정확도와 관련하여 북한은 최대의 가혹한 재진입 환경조건에서 말기 유도특성, 열적 특성과 구조안정성이 확증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재진입과 관련한 명확한 데이터나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성공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북한이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했지만 화성-14형 ICBM이 전략 목표물을 공격할 정도로 충분한 정확도를 가졌다고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핵폭탄이 인구밀집 지역을 공격할 때 정확도는 중요성이 덜하다. 인근에 낙하하여도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ICBM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ICBM의 신뢰성, 안정성 및 재진입 기술능력과 정확도를 확보하여 미국 본토를 타격하고, 전장에서 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의 전력화 배치를 위해서는 아직도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 빨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 기간이 우리에게는 대화로 풀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도 하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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