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 집어 개념풀이 | 현지지도 2017년 10월호
콕! 집어 개념풀이
현지지도

지난 6월 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강서약수공장을 찾아 현지지도 하는 모습 ⓒ연합
북한에서 현지지도라는 것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이 군대나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기관, 학교, 건설현장 등에 직접 찾아가 행하는 특유의 정책지도 활동으로 대표적인 통치방식 중 하나입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1992)은 현지지도를 ‘현지에 직접 내려가서 하는 지도로서 가장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대중 지도 방법의 하나’라고 정의하는데요.
이러한 현지지도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정책지도 활동에 한정하여 지칭하고 있으며, 북한 고위층 간부들의 활동은 ‘현지요해’ 혹은 ‘현지시찰’이라고 명명합니다. 이처럼 북한은 현지지도를 통해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를 심화시켜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데 적극 이용하고 있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북한이 독특한 통치방식을 통해 유일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고 체제안정과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현지지도’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뉴스 돋보기
북한은 9월 3일 오후 12시30분(평양시간 12시)께 핵실험을 했는데 이에 앞서 이날 오전 6시 30분(평양시간 6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탄 등의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연구소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위한 마감 단계의 연구개발 전투를 빛나게 결속하기 위한 총 돌격전을 힘 있게 벌여야 한다”면서 ‘핵무기 연구 부문 앞에 나서는 강령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17년 9월 3일
북한 지도자들이 현지지도를 행하는 목적은 생산현장의 근로자들과 직접 만나 격려함으로써 그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고, 아울러 자상하고 세심한 ‘인민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일성의 현지지도와 관련해서 널리 알려지고 있는 것은 ‘천리마운동’, ‘청산리방법’, ‘대안의 사업체계’인데요. ‘현지지도’라는 용어는 당초 김일성의 공개적인 정책지도 활동에 국한된 표현이었지만, 1980년대 말에 접어들면서 김정일의 활동에도 조심스럽게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의 현지지도는 그의 후계자 시절 ‘실무지도’라는 이름으로 쓰였는데 이는 김일성의 현지지도와 차별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북한이 김일성의 리더십을 ‘유일영도체계’로, 김정일의 리더십을 ‘유일지도체제’로 구분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김정일이 실무지도를 시작한 것은 후계자로 공인된(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 이후인 1981년경부터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실무지도와 관련해서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1984년 8월 3일 김정일이 평양경공업제품전시장을 둘러본 후 ‘8·3인민소비품생산운동’을 제창한 것입니다.
한편 1988년 4월부터 김정일에게도 실무지도라는 말 대신 현지지도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 말 들어 부쩍 강화된 그의 정치적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인데요. 북한이 김정일에 대해 현지지도라는 표현을 보편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김정일에 의해 북한 통치가 시작된 1990년대 들어서입니다. 1990년 1월 7일 <노동신문>에서 김정일에게 현지지도라는 표현을 쓴 이후부터 모든 북한 선전매체에서는 김일성과 같은 맥락으로서 현지지도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데요. 김정은의 경우에는 2011년 김정일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2012년 초 최고지도자로 공식 등극하면서 곧바로 현지지도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 전역에는 김일성, 김정일이 행한 현지지도 사적을 대를 이어 영원히 전한다는 이유로 ‘현지지도 사적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현지지도가 끝난 후에는 현지에서 내린 지시나 방침에 대한 관철을 다짐하는 ‘충성결의 모임’을 진행하며 ‘현지지도 사적비’와 함께 ‘현지지도 말씀판’ 등을 건립해 혁명사적지로 조성하는데요. 지난 2016년 7월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함께 담은 사적비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 건립되었습니다. 향후 김정은의 사적비가 얼마나 세워질 지 주목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죠.
김슬기 /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원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