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0월 1일

Uni – Movie | 장성택 끌어들인 착상은 기발했지만… 2017년 10월호

Uni – Movie | <브이아이피(VIP)>

장성택 끌어들인 착상은 기발했지만

 

201710_56

 

오랜만에 분단 소재 영화가 개봉해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 <브이아이피>의 박훈정 감독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가이자 <신세계>를 연출한 스타 감독이다.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개봉 직후 영화에 대해 들려오는 소식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각종 보도매체에서 영화안에서의 여성비하와 폭력성의 문제로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즉 다분히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만든 영화라는 악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훈정이라는 감독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람을 결정했다. 우선 이 영화에는 거물급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시기적으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김정일 사망과 장성택 처형이라는 굵직굵직한 정치사적 사건과 잇닿아있다. 영화의 구성을 위한 밑바탕은 그런대로 탄탄한 편이다. 책을 보는 듯한 챕터식 구성도 독특했다. 이와 같은 구성은 원래 박훈정 감독이 <브이아이피>를 영화가 아닌 소설로 내려고 준비한 데에서 기인한다. 영화 <브이아이피>는 소설의 구성을 영화에 그대로 구현해 놓은 것이다.

스토리

이 영화는 북한에서 장성택의 오른팔로 비자금을 담당하던 고위 간부의 아들 김광일(이종석 분)의 망명을 둘러싼 사건의 전개로 구성되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국정원 내 비선라인을 통해 김광일을 극비리에 한국으로 입국시키고 여기에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양념을 더하면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과거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연상시키듯 경기도 서남부 지역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 유력한 용의자로 ‘김광일’이 거론된다.

영화는 2013년 홍콩 시내 외곽에서 시작된다. 2013년은 장성택이 처형된 해로 북한의 권력지형이 크게 바뀌는 시기였고 이것이 김광일의 탈북과 연관되어 있다. 영화는 과거 북한에서 김광일이 벌인 활동을 보여주고 배경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관할 경찰서 수사팀장인 채이도(김명민 분)는 본능적으로 김광일이 범인임을 간파하고 그를 쫓는다.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VIP’는 사실상 남북한에서 연쇄 살인마로 활동한 김광일의 신분이다. 이미 북한에서도 수십 명의 여자와 그의 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했고 남한으로 넘어와서도 그의 살인 계획은 계속 진행 중이다.

VIP 김광일을 둘러싼 인물은 기획탈북의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박재혁(장동건 분), 미 CIA 요원인 폴(피터 스토메어 분), 경찰청 수사팀장 채이도, 북한 인민보안성 출신 탈북자 리대범(박희순 분)이다. 출연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충 김광일을 둘러싼 사건 전개의 시나리오가 연상된다. 사실 남북한 경찰 등 기관원과 탈북민 문제가 얽혀있는 형태의 영화는 <공조(2016)>, <용의자(2013)> 등이 있었고 나름 흥행에도 성공했다. 뻔한 스토리이기는 했지만 기본기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영화 <브이아이피>는 ‘연쇄살인범’에 ‘북한’이라는 요소를 섞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스토리에 개연성을 녹여내지 못했다. 영화 내내 김광일이라는 연쇄살인범의 이유 없는 살인 행각과 국정원, CIA, 경찰 등 관계기관 인물들 간의 경합은 겉돌기만 했다.

감상포인트

영화 <브이아이피>가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을 기록한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배우들의 캐릭터가 너무 단조롭다. 출연 인물들의 선과 선이 부딪히는 극적인 긴장감이나 반전이 약하다. 영화 <신세계>에서 보여줬던 시퀀스의 과단성이나 특유의 리듬이 보이지 않았다. 거의 전형적 인물에 의한 전형적 전개였다.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박성웅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연기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오히려 막내 격인 김광일 역의 이종석이 보여준 ‘악마 미소’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에서 보인 살해 당한 여성들의 잔혹한 장면은 박훈정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연상시켰다. 연쇄살인마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오히려 ‘여혐’이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는 현 세태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고, 박성웅과 장동건의 상하관계 역시 영화 <신세계>에서 고 국장과 강 과장 관계를 패러디한 정도였다.

다만 북한에서 큰 정치적 사건이었던 김정일 사망과 장성택 처형을 시간적 분절점으로 정하고 북한의 핵심 인물을 영화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 착상은 기발했다. 보다 잘 다듬어져서 나왔다면 큰 작품이 될 소지가 다분했는데 오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일찍 스크린에서 내려오는 신세가 되어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