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협상국면 전환 대비 한·미, 구체적 대화조건 조율해야 2017년 10월호
특집 | 북한 6차 핵실험 … 우리의 안보, 원점에서 다시 본다
협상국면 전환 대비 한·미, 구체적 대화조건 조율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北 도발 일지 ⓒ평화문제연구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다. 현재 북한 핵보유국 불인정, 모든 대북제재와 압박 사용, 북한 정권교체 불(不)추진, 최종단계 시 대화로 비핵화 해결의 방법을 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가 나오는 등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옵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다시 나타내는 등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일관되고 유효한 전략이 부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 스캔들 등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효율적인 부처 간 조율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듯하며 이는 대북정책의 구체적 전략 마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양하고 구체화되지 않은 대북정책은 제6차 핵실험으로 인해 강경한 제재와 압박으로 굳어지고 있는 국면이다. 미국도 북한과 거래를 하는 제3의 국가에 대한 거래를 끊겠다고 밝히며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하였다. 과연 불법 거래를 막는 2차 제재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이행할 수 있을지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미국, 대중 ‘세컨더리 보이콧’ 이행 의지 있을까?
실제로 미국은 대중국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 중국의 단둥은행 제재 당시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것이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가 아닌 “나쁜 행동을 하는 단체에 대한 제재”라고 언급함으로써 미·중관계를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관계를 고려하여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이행에 매우 수동적이다. 현 상황에서 미국은 대중국 압박을 통해 중국이 스스로 북한 문제와 무역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은 지난 7월 말 북한과 러시아, 이란에 대한 독자적 제재 수단으로서 패키지 법안을 상·하원에서 통과시켰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하였다. 패키지 법안에 포함된 전방위 대북제재 내용은 ▲북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 선박과 유엔 대북제재를 거부한 국가의 선박 운항 금지, ▲북한의 온라인 상품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러시아 및 중국이 북한 해역에서 어업활동을 하고 북한에 대가를 지급해왔던 입어권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었다. 중국이 이를 어길 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이행의 권리를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지만 그 여부는 여전히 대통령의 재량권에 맡기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원유공급 차단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 통과되기는 했지만 이것이 향후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면적인 통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확실히 표명하고 있다. 특히 북·중관계 악화로 인해 북한 비핵화와 도발 중단을 위한 대북 영향력은 더욱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더구나 북한은 1년치의 원유를 이미 비축해놓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우선 미국은 절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인정하는 순간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혼선을 빚게 된다. 즉 미국의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은 ‘미국이 과연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 속에서 자국의 안보를 책임져 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이 북한 ICBM의 타격권인 샌프란시스코를 희생하면서까지 서울과 도쿄를 보호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한국과 일본의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키게 할 것이고,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흔들리면서 동맹에 기반을 둔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도 혼선을 가져다줄 것이다.
미국 군사조치 가능성 막고 대화국면 전환 노력해야
향후 북·미 양측은 한동안 기싸움을 지속하겠지만, 결국 대화 국면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1964년 마오쩌둥이 핵을 보유한 이후 중·소 대화에 임했듯이, 북한도 자국의 핵과 ICBM 개발을 완료한 이후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북·미 간 대화의 목적과 그 간극이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북한은 대화를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이 같은 양자 간 상이한 대화 목표의 조율 여부에 따라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이 결정될 것이다.
현 제재 국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제재가 중국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움직인다고 해도 북한은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으로 번지기 쉽다. 현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완료해 장거리핵미사일 전력화를 추진해나가는 상황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추후 대화 국면을 대비해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대화를 위한 선제조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한국은 ‘핵 동결이 대화의 입구이고 핵 폐기가 대화의 출구’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최근 틸러슨 장관은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도발 중단이 필요하다”는 3가지 조건을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율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더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체제 안을 구성해야 한다. 그동안의 ‘선(先)비핵화, 후(後)평화체제’인지, 혹은 양자 간 병행 내지는 선평화체제인지, 또 평화체제의 내용이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미국 측과 긴밀하게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현욱 /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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