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0월 1일

특집 | 위기의 끝, 전면전 감수할 결기로 협상 임해야 2017년 10월호

특집 |  북한 6차 핵실험 … 우리의 안보, 원점에서 다시 본다

위기의 끝, 전면전 감수할 결기로 협상 임해야

북한의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면 이를 폐기해야 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직접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강요 또는 회유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강요할 것인가 아니면 회유할 것인가’를 놓고 해온 논쟁은 본질에서 잘못된 것이었고 소모적이었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

북한에 핵포기 여부 따른 생사 여지 확보하고 납득시켜야

거칠게 말하자면 북한 정권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죽고 핵을 포기하면 산다’는 명제를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순해 보이는 이 명제가 사실은 복잡하고 어렵다. 첫째, 이 명제는 사실상 ‘핵을 가지면 죽는다’와 ‘핵을 포기하면 산다’는 두 개의 명제로 구성되어 있다. 둘째, 이 두 가지 명제가 동시에 충족돼야 북한은 핵을 포기한다. 핵을 가져도 살고 포기해도 산다면, 혹은 핵을 가져도 죽고 포기해도 죽는다면, 이왕 가진 마당에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그런데 북한은 그 정반대의 명제, 즉 핵이 없으면 죽고 핵이 있으면 산다는 것을 믿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포기 여부에 따라 북한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고 그것을 북한에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죽일’ 것인가? 은유적으로 말한다면 ‘때려 죽이는’ 것이 한 방법이고, ‘굶겨 죽이는’ 것이 다른 한 방법이다. 군사적 조치나 경제적 제재가 그것이다. 지금껏 국제사회 또한 한국 정부가 생각했던 것은 후자다. 즉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 혹은 김정은 정권을 붕괴 또는 전복 직전까지 몰아붙여 정책의 변경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경제제재는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고 이미 드러나고 있다. 경제제재가 통하려면 정책결정자에게 미치는 고통이 참을 수 없는 정도가 되거나, 일반 주민에 끼치는 고통이 인민봉기 또는 반대세력의 쿠데타 등을 통해 정권 전복을 도모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경제제재를 예상하고도 도발을 거듭하고 있으니 제재로 인해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없다. 경제제재에 대한 인민의 불만이 고조되거나 정권 내부 반대 세력이 정권 전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설사 정권의 변경이 있더라도 새로운 정권이 핵을 포기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때려 죽이는’ 방법이 남는데, 이는 앞에서 배제한 ‘예방타격’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예방타격은 북핵을 직접 제거하기 위한 것이지만, 여기서 ‘때려 죽이는’ 것은 협박을 통해 북한의 자발적인 핵폐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둘 사이의 미묘한 차이에 국제정치와 국제협상, 외교의 진정한 묘미가 있다.

첫째, 때려 죽이겠다는 협박은 조건부다. 먼저 핵포기를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면 때려 죽이겠다는 협박이다. 협박이 통하려면 여러 조건이 있다. 첫째는 때려 죽일 수 있는 능력이다. 둘째는 이 과정에서 입게 될 부수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능력이며, 아울러 불가피한 피해는 감수하겠다는 결기다. 셋째는 법적·윤리적·정치적 정당성이다. 무조건 때리는 것보다 조건부로 때리는 것이 정당성의 확보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요소다. 능력과 결기, 정당성 이 모든 것은 북한의 셈법에 영향을 미칠 때만 유효한 것이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제2375호 주요 내용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제2375호 주요 내용

북한의 도발과 유엔 안보리 제재는 상호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안보리 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 지연시키기 위한 제재에서 경제적 고통을 주기 위한 제재로 전환되어 북한의 외화 획득수단을 제한하는 쪽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다가 9월 11일 채택된 결의안 제2375호는 북한에 대한 석유 및 석유 제품의 수출중단으로 확대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제동으로 제한적 금수에 그쳤지만 북한이 이후에도 도발을 지속했고 또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결국은 전면적 금수로 확대될 것이다.

그런데 실효적 석유금수가 이행에 옮겨진다면 상황은 경제제재의 범주를 넘어선다. 석유는 북한의 탱크를 굴리고 전투기를 날리는 데 필요한 전략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을 앞둔 협상에서 미국이 대일 석유금수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일본은 미국에 외교적으로 굴복하든지 아니면 석유비축량이 허용하는 시일 내에 단기전으로 미국에 승리하든지의 선택지에 몰렸다. 일본은 후자를 선택했고 패망의 길을 걸었다.

요컨대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석유금수는 장기나 체스에서 말하는 외통수다. 북한은 외교적으로 굴복하여 협상에 나서든지 아니면 극단적인 도발을 하든지의 선택에 몰리게 될 것이다. 이 고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한·미 간을 이간하거나 중국이나 러시아의 개입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면 북한은 도발의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상황은 파국이 된다.

입구는 핵동결, 출구는 비핵화’, 협상에 큰 부담되는 것

그러나 그럴 여지가 없다면, 즉 한·미동맹이 단단하고 중국 및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과 실익이 없으면 북한은 결국 협상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풀어서 말하면 북한이 연평도나 백령도를 포격 내지 침공하는 식으로 도발할 때 한·미 양국이 북한의 전략적 자산에 대한 선제타격 준비를 갖추고 혹 전면전으로 확대되더라도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각오로 단호히 대응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충분히 확보할 경우를 말한다.

위기의 끝에 북한이 협상을 택한다면 한·미 양국은 반드시 비핵화의 전제에서만 협상에 임해야 한다. 입구에서 동결, 출구에서 비핵화라는 주장은 협상에 너무나 큰 부담을 준다.

한·미 양국은 협상이 결렬되거나 부진하면 언제든지 선제타격을 하고 전면전을 감수하겠다는 실질적 준비와 심리적 결기를 갖춘 상태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명제의 두 번째, 즉 핵을 포기하면 산다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핵을 고집하면 죽는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것에 못지않게 어렵다. 산다는 것의 의미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때려죽이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그 약속을 어떻게 믿게 만들 것인가? 때려죽이지 않아도 굶어 죽을 수도 있지 않은가? 곧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경제회생에 대한 방안이 포함돼야 하는데 이것이 잘 되면 한반도는 위기를 넘어 통일이라는 대업에까지 다가갈 수 있다.

김태현 /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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