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도발-제재 악순환 속 ‘강 대 강’ 위기고조 지속 2017년 10월호
특집 | 북한 6차 핵실험 … 우리의 안보, 원점에서 다시 본다
도발–제재 악순환 속 ‘강 대 강’ 위기고조 지속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북한으로의 유류공급을 30% 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있다. ⓒ연합
‘북한 도발 → 국제사회 제재 → 다시 도발’의 악순환이 반복되며 한반도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3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소폭탄 실험을 목적으로 한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성명에서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평양시간, 서울시간 12시 30분)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이번 실험이 “대륙간탄도로켓 전투부(탄두부)에 장착할 수소탄 제작에 새로 연구 도입한 위력 조정 기술과 내부 구조 설계 방안의 정확성과 믿음성을 검토 확증하기 위하여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험의 ‘완전 성공’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매우 의의 있는 계기”라고 주장했다.
北 “ICBM용 수소탄 시험 성공” … 안보리, 유류 제재 결정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주재하고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이날 새벽 북한 매체들은 핵무기연구소가 최근 ‘보다 높은 단계의 핵무기를 연구 제작하는 성과’를 이뤘다며 김정은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 현지지도를 통해 ICBM에 장착할 수소탄을 참관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사실은 이날 기상청과 미국 지질조사국(USGS), 중국 지진국 등 국내외 지진관측 기관들이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에서 인공지진파를 감지하면서 처음 포착됐다. 기상청은 인공지진의 발생 위치에 대해 풍계리 인근 북위 41.302도, 동경 129.08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0km, 규모는 5.7로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이런 규모에 따라 에너지의 위력을 추정하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지난해 1월 6일) 대비 11.8배, 제5차 핵실험(지난해 9월 9일) 대비 5∼6배 높게 분석된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이 경우 이번 핵실험의 폭발 위력은 최소 50kt 이상으로, 북한이 실시한 역대 핵실험 중 최강 폭발위력을 보였다. 수소폭탄은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폭탄보다 폭발력이 월등히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9월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으로의 유류공급을 30% 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 결의 제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로 여겨지는 유류가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북 원유 수출은 기존 추산치인 연 400만 배럴을 초과해서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당초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원유 금수조치를 추진했지만 기존 규모에서 상한을 설정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다만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건별로 사전 승인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추가 수출의 길을 열어뒀다. 연 450만 배럴로 추산되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수출도 55% 줄어든 연 200만 배럴의 상한을 설정했다. 유엔 외교가와 관련 전문가들은 원유와 석유 정제품 등을 포함한 전체 유류 제한은 기존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이라 추산한다.
기존 결의에서 수출이 전면 금지된 석탄과 함께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직물, 의류 중간제품 및 완제품 등 섬유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해외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와 관련,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에서 건별로 사전 허가를 하지 않는 한 신규 고용을 금지했다. 기존에 이미 고용된 북한 노동자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했다. 북한의 섬유 수출 차단과 해외 노동자 고용 제한을 통해 각각 연 8억 달러와 2억 달러 등 총 10억 달러(1조1,350억 원)의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또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 등 개인 1명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등 3개 기관이 해외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등 신규 제재 대상에 올랐다. 당초 미국이 제시한 초안에는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제재대상에 올랐지만 최종 결의에서는 빠졌다.
연이어 ‘화성-12형’ 발사 … 안보리 “도발 즉각 중단해야”
한편 북한은 유엔 제재 사흘만인 9월 15일 북태평양을 향해 일본 상공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5일 오전 6시 57분경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불상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최대고도는 약 770여 km, 비행거리는 약 3,700여 km로 판단되며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임을 확인하고 실전배치 단계의 전력화가 이뤄졌음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훈련을 지켜보고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의 전투적 성능과 신뢰성이 철저히 검증되고 운영성원들의 실전 능력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면서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되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특히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발사 사진에는 그동안 거치대에서 발사하던 방식이 아닌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로써 미사일을 차량으로 이동시킨 후 곧바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 기동성과 은밀성을 확보했음을 시위했다. 이에 따라 화성-12형 미사일은 개발과 시험 단계를 거쳐 본격적으로 실전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유엔 안보리가 또 다시 나섰다. 안보리는 지난 9월 1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즉각적인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중국, 러시아도 규탄 성명에 동참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매우 도발적”이라고 규정하고 도발 행위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또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약속을 즉각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핵보유를 향해 질주하는 북한과 이에 대한 제재 일변도의 국제사회의 대응이 이어지는 양상에서 악순환의 고리가 언제쯤 끊길지 답답하기만 하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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