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0월 1일 0

시론 |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에 주력해야 한다 2017년 10월호

시론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에 주력해야 한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여기에 장착할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잇단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하여 우리 내부에서 여·야, 보수·진보 간 논쟁이 있다.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러나 그 원인을 두고 다투는 것은 소모적이다.

북한은 악착같이 핵무장을 추구했다. 역대 정부부터 현 문재인 정부까지도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했다. 포용정책이 북핵 개발을 도왔다거나 압박정책이 북핵의 고도화를 도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북한은 우리의 대북정책과는 전혀 상관없이 핵을 개발했다. 우리가 남북대화로 북한 핵을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나, 우리는 북한 핵을 저지할 상응하는 수단이 없다. 북한은 1993년 북·미회담 이후로는 핵 문제를 의제로 우리와 대화할 생각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정부가 바뀌고 북한을 배려하며 선의로 대하면 북한의 태도가 바뀌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선의로 대하면 태도 바뀐다? 비현실적 기대일 뿐

북한은 1990년대 초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는 것을 보면서 핵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북한 내부적으로는 정권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었다. 북한은 자체 붕괴를 막아내기 위하여 ‘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다른 한편에서는 핵 개발을 추진한 것이다.

북한의 제1차 핵 위기는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핵 개발을 선언함으로써 시작됐다. 1994년 미국이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검토했을 때 김일성 주석은 안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래서 협상이 시작됐다. 김일성의 공식입장은 핵을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것이었다.

김일성 사후 북한은 미국과의 후속 회담에서 비핵화를 유보하여 불씨를 남겼다. 그러나 1994년 이후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책임이 있는 미·중·러 등 강대국은 이를 위한 실효적 조치를 한 번도 동원한 바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의 적대정책과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을 개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비핵화가 유훈이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핵무장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안보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미연에 막고, 관련 국가와의 협상을 계속할 수 있었다. 북한은 협상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이때에 남북관계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북핵문제는 실질적으로 점점 더 악화됐다. 북한은 과거 핵 활동을 계속 숨겼고 우라늄 농축에 의한 핵개발을 비밀리에 추진했다.

김정은은 핵 보유국임을 선언하고 비핵화를 공식 거부했다. 과거와는 달리 핵능력을 과시하고 때때로 핵 선제공격을 위협했다. 이제 ICBM과 수소탄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호언한다. 북한은 핵 무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담판을 원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하여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적대정책을 폐기하라고 한다. 대북제재를 해제하여 북한 경제발전에 장애를 조성하지 말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반도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 주민과 대남 선전에서는 무력에 의한 한반도 통일까지도 공언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 비핵화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우선 북한이 자체 붕괴의 위기감에서 벗어난 것이다. 2016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승리자의 축전’으로 치른 것이 이를 시사한다. 북한이 ICBM 시험에 성공하고 제6차 핵실험으로 수소탄까지 개발한 것도 비핵화 외교를 본격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자국의 안전을 위협받게 되었으며, 중국은 동북아에서 유일 핵 보유국 지위를 잃을 수 있으며, 남한과 일본은 직접적으로 북한 핵 위협을 받고 있다.

북한의 핵 무장을 현실로 받아들였을 때 그 위협을 받는 나라들은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어날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안보질서 변화는 중국과 북한을 포함하여 어느 나라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등 핵심 당사국들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들은 그러한 책임과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나라들이 강력한 압박과 유인 정책을 써서 북한 정권의 안위를 걸고 접근한다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의 외교는 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정권의 안전이 핵 보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북한도 정세를 냉철하게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당장의 어려움을 피한다면 앞으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핵동결 목표가 현실적? 적절치 않고 위험한 주장

우리는 북핵문제의 성격과 북한의 목표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새로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날의 방법이 지금은 통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니 핵동결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 중립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으로써, 적절치 않고 가능하지도 않으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한편에서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반입하든가 자체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도 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 그리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떠한 수단도 강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다만 현재는 북한이 정책을 바꾸도록 압박하여 비핵화에 주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정부와 국민들이 전쟁 공포에 떠는 듯한 유약함을 보이면 위협은 커지고 우리는 더 많은 양보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북한과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우월하다. 비핵화 불가론의 패배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우리는 북핵을 쓸 수 없는 무기로 만들면서,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관련 국가는 이제까지 실질적인 해법을 써보지도 않았다.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약화되면 국제사회는 해법을 강구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핵 위협에 방치될 것이다. 이는 좋은 일이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가능하다.

김천식 / 전 통일부 차관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