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 – Movie | 급변사태와 핵무기 … 일촉즉발 시나리오 속으로 2018년 1월호
Uni – Movie | <강철비>
급변사태와 핵무기 … 일촉즉발 시나리오 속으로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영화 <강철비>의 원작은 웹툰 <스틸레인>이다. 우리나라 웹툰의 경쟁력은 매우 뛰어나다. 참신한 아이디어, 독특한 상상력과 구성은 영화 소재로 사용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웹툰을 영화화하는 것이 요즘 우리 영화계의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웹툰에서 분단 상황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일례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있다.
<강철비>는 개봉 첫날 23만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하며 관심을 끌었다. 정우성, 곽도원을 투톱으로 현재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상황과 유사한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출연배우들은 영화 개봉 전부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가 ‘역대급’임을 강조하며 홍보에 힘을 보탰다.
줄거리
영화의 제목인 ‘강철비’에는 몇 가지 재밌는 의미가 있다. 먼저 원작 웹툰 제목인 ‘스틸레인(Steel Rain)’의 번역어이기도 하고 영화 초반 등장하는 미국 전술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테킴스(ATACMS)의 가공할만한 위력을 은유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무기는 중동전에 투입되어 지상군에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또 하나는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정우성(엄철우 분), 곽도원(곽철우 분)의 이름 철우가 바로 스틸레인, 즉 철우(鐵雨)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강철비>는 한참 상영 중이기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만한 영화 속 이야기 몇 가지만 풀어볼까 한다. 우선 주인공인 염철우는 북한 정찰총국 출신 노동자다. 북한의 정찰총국은 대남 도발을 전담하는 기구로 우리나라의 정보사령부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의 주요 기관은 정찰총국과 더불어 호위총국, 국가보위성이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북한의 지도자는 ‘1호’라고 불린다. 영화 속에서 북한 지도자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는다. ‘장군님’으로 불리기 때문에 김정일로 추측할 수 있지만 실루엣으로 봤을 때는 김정은이다. 즉 지도자의 실체를 애매모호하게 처리했다.
영화는 이렇게 북한 내 호위총국-국가보위성-정찰총국의 갈등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졌다. 또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여 치명상을 입은 북한의 지도자가 남한으로 후송되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남북한의 두 철우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감상포인트
지적할 점은 영화 속에서 북한의 호위총국-국가보위성-정찰총국 간의 갈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북한의 군 권력 서열을 논할 때는 단연 총정치국과 총참모부가 우선이지만 호위총국은 지도자의 신변보호 임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다른 모든 기관보다 우선되기도 한다. 사실상 우리의 청와대 경호실이지만 북한의 호위총국은 기계화 부대를 포함해서 평양 외곽부대 등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경호실과 수도방위사령부를 합쳐 놓은 기구다. 또 국가보위성은 말 그대로 정보 및 반탐 기구이기 때문에 우리의 국정원과 유사한 기구다. 반면, 정찰총국은 대남 침투 및 도발을 목적으로 한 조직으로 국군 정보사령부와 유사하다. 정찰총국은 상대적으로 다른 북한군 조직에 비해 규모나 지휘계통상 두세 끗발 아래다. 정찰총국은 대남 도발과 관련하여 항상 중심에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대남 강경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기구가 호위총국이나 국가보위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대결구도는 아무래도 어불성설이다.
또한 <강철비>에는 몇 가지 ‘옥에 티’가 눈에 띈다. 우선 앞서 말한 기관들의 서열을 무시한 암투는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정찰총국 출신 엄철우의 계급이 고작 우리의 병장에 해당하는 상급 병사로 설정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적어도 엄철우의 계급이 베테랑급인 상사나 대위 이상의 계급이면 모를까 상급 병사로 제대한 병사를 총국장이 직접 찾아가서 부탁한다는 점은 여러모로 모순된 설정이다. 게다가 북한군 병장 출신과 남한의 장관급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케미를 이룬다는 것 역시 격에 맞지 않는다. 청와대의 NSC 회의에서 외교안보수석인 곽철우가 대통령 앞에서 보고하는 것을 막는 안보실장의 제지 역시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영화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은 전작인 영화 <변호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철학과 출신답게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다. 감독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 비핵화, 전쟁, 현상 유지, 핵 균형이라는 네 가지 해법 속에서 퍼즐을 맞추어 나가며 영화의 결론을 낸다. 현실 속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뚜렷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 감독의 결말은 말 그대로 영화적인 ‘희망’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또 다른 화두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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