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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 文대통령 방중, 사드 넘어 실질적 관계 개선이 관건 2018년 1월호

집중분석

文대통령 방중, 사드 넘어 실질적 관계 개선이 관건

박병광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2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2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지난해 12월 13~16일 중국을 국빈방문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이후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2017년 7월 독일에서의 G20 정상회의 기간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고, 11월에는 베트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다시 정상회담을 갖는 등 중국 방문 전에 이미 두 차례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양국 정부는 10월 31일에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은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인해 최상에서 최악으로 전락했던 한·중관계를 정상궤도로 회복시키고 갈등 해소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대통령 방중 전부터 한·중 정상회담의 기류는 순탄치 않았다. 청와대는 방중 발표와 동시에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밝힘으로써 사드 문제가 아직도 양국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중국 <CCTV>는 방중 직전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내용을 방송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발언 일부를 삭제하고, 내레이션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특정 메시지를 강조하여 한국 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대통령의 베이징 공항 도착 영접 행사에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나오고, 대통령이 10번의 식사 중 8차례나 이른바 ‘혼밥’을 함으로써 중국의 의도적 ‘홀대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더욱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현지 행사 취재 도중 중국 경호업체 직원들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은 한·중 정상회담에 결정적으로 암운을 드리우는 것이었다.

최고지도자 간 상호신뢰 회복했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은 큰 틀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대통령 방중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첫째, 한·중 양국 최고지도자 간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둘째, 북핵문제 및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통 인식과 해법을 추구하며 셋째,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으로 경색된 경제관계의 실질적 복원을 이루고 넷째,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신남방 및 신북방정책’과의 연계를 추구하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그리고 장더장 상무위원, 장가오리 상무부총리, 천민얼 충칭시 서기 등 중국의 고위급 지도자들과 회담하면서 사드 문제로 경색된 한·중관계를 복원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공을 들였다. 대통령은 사드 문제와 관련하여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과거 덩샤오핑의 해법과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한국 대통령이 ‘난징대학살’에 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었으며, 중국의 호응을 이끌어냈는데, 이러한 메시지는 한·중 사드 논란을 어떻게든 끝내기 위한 다층적 포석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직접적으로 사드를 언급하지 않고 “우리가 다 아는 이유”라고 우회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면서 타당하게 처리해 줄 것을 희망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중관계를 바둑에 비유하면서 “‘미생’의 시기를 거쳐 ‘완생’의 시기를 이루고, 또 ‘완생’을 넘어서 앞으로 ‘상생’의 시기를 함께 맞이하길 바란다”고 했는데, 이 역시 두 지도자가 바둑이 취미란 점에서 공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에 리커창 총리는 “향후 양국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며, 한·중관계의 봄날을 기대할 만하다”고 발언하면서 사드 보복 철회 가능성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한편 북핵문제 및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한·중 정상은 언론 발표문을 통해 ‘4대 원칙’에 합의했음을 표명했다. 그것은 첫째,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둘째, 한반도의 비핵화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셋째,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 넷째,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른다. 물론 양국 정상은 북한의 도발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포함하여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과 협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4대 원칙’과 관련하여 비핵화에 대한 원칙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 입장이 앞에 나온 것은 다소 의외의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에서 전쟁 반대를 제일 앞에 놓을 경우 한국 정부는 군사옵션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미국의 선택을 제약함으로써 한·미 간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반대에 대한 표명이 비핵화보다 앞에 놓인 것은 그만큼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이 평화와 전쟁 반대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략적 오판에 따른 제2의 한국전쟁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내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7년 12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

2017년 12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

4대 원칙 합의 한반도에서 전쟁 절대 용납 못해

또한 경제관계의 실질적 회복과 관련하여 이번 정상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60여 개의 기업과 경제 단체들이 동행했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라는 점을 고려했을 뿐 아니라 사드 문제로 경색된 경협관계를 복원하려면 경제인들의 역할이 긴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정상회담에서 한·중 정상은 양국 산업협력단지를 조성하고, 투자협력기금 설치 등 그간 중단된 협력 사업을 재개하며, 한·중 FTA 서비스 및 투자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협력을 추진하고, 빅데이터·인공지능·5G·드론·전기자동차 등 제4차 산업혁명에 함께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우리의 신북방·신남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간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는 데 주목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적극 발굴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의 충칭시 방문은 현지에 투자한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에 대한 격려와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인 천민얼 서기와의 네트워킹도 목적이었지만 실상 충칭시가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거점도시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및 한·중 정상회담은 역대 한국 대통령의 방중 가운데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한·중 양국 사이에 사드 문제의 잔영과 해법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조속히 사드 긴장을 해소하고 한·중 경제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대내외적 입지를 강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측은 자신들의 셈법에 따라 정상회담을 이끌어 감으로써 향후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적잖은 국민들이 정상회담의 과정을 기대뿐 아니라 우려 속에 지켜보아야만 했고, 어느 정상회담보다도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이 한·중관계 회복을 위한 큰 틀에서 긍정적 측면을 지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진정한 의미와 성과는 향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욱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각론적인 측면에서는 한·중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남겨진 과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첫째, 한국 측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갈등은 아직도 완전히 봉합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초 대통령은 중국 측이 더 이상 사드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를 희망했지만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때문에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하는 가장 큰 배경이 되었다. 중국은 한국의 이른바 ‘3불’에 관한 입장 표명을 계속 ‘약속’이라고 강변하면서 사드 문제의 단계적이고 타당한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기대처럼 사드라는 양국관계 발전의 장애물이 봉인된 것이기 보다는 언제든 한·중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것이며, 차후에 중국이 계속해서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이 향후 중국 측의 의도와 태도를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히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이번 정상회담은 향후 한·중관계가 과연 상호존중과 호혜평등의 국제규범에 따른 양자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던졌다고 볼 수 있다. 한·중 간 사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중국 정부 역시 인민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최상의 예우와 환대로 맞이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해 놓고서 중국 측이 보인 손님맞이의 태도는 적잖은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상당한 불편함과 아쉬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한·중관계는 발전 과정에서 언제든 마찰과 대립도 발생할 수 있고, 양국의 종합국력은 갈수록 비대칭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중국 측이 이번에 보인 우리 대통령 영접의 태도는 과연 중국이 주변국과 상호존중과 호혜평등의 관계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대상인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한반도 평화 관리의 큰 그림속 일관된 협력 이뤄야

셋째, 한·중 양국 정상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인식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도발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지만 정작 어떻게 북한 문제를 다루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양국 정상은 원론적 언급을 넘어서는 보다 창조적이고 대담한 협력의 원칙과 지평선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령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관리의 일환으로

‘북핵 동결’을 입구로 하는 양측의 진지한 논의와 이해의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른다. 나아가 양측은 미국이나 북한의 발언과 행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보다 대범하고 원칙적인 한반도 평화 관리의 큰 그림을 갖고 일관된 협력을 추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넷째,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전화통화, 서신교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하여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을 구축함으로써 긴밀한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는 양국 지도부 간 신뢰와 소통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지만 이러한 약속과 형식에 대한 합의는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양측의 합의를 얼마나 내실화하고 제도화를 이루어 내는지에 달려있다. 양국 간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대화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채널을 더 적극적으로 가동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새로운 대화채널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기존의 대화채널이 더 자주 활용되고 이를 통해 양국의 고위급은 물론이고 실무진 사이의 신뢰가 증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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