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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 외교 다변화로 위기 극복 … 신남방정책 날개 편다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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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다변화로 위기 극복 … 신남방정책 날개 편다

이재현 /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1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 서밋홀에서 열린 제19차 한-아세안(ASEAN)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1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 서밋홀에서 열린 제19차 한-아세안(ASEAN)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 11월 초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그리고 필리핀 순방으로 신남방정책의 본격적 막이 올랐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세안+3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에 참석 차 3개 아세안 국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신남방정책 중 아세안을 대상으로 한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비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공약부터 신남방정책의 핵심대상인 대(對)아세안 및 인도 외교를 4강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천명했다. 대통령 선거공약에 아세안이 포함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취임 초 역사상 처음으로 아세안에 대통령 특사도 파견한 바 있다. 바야흐로 신남방정책의 본격적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신남방정책은 100대 국정과제 중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 건설 안에 포함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역정책 구상인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는 3가지 부분 즉 동북아평화지대, 신북방정책, 그리고 신남방정책으로 구성된다. 동북아평화지대는 평화의 축으로, 그리고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은 번영의 축으로 상정되었다. 동북아평화지대는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역내 평화 및 질서에 주목한다.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의 영원한 외교 과제다. 신북방정책은 몽골,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잇는 경제적 구상이며 이 또한 늘 한국의 주요 과제였다.

아세안, 양적 성장 바탕 삼아 질적 전환 견인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다. 현실적 중요성으로나 미래의 잠재 가치로 보나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외교의 중심에 진입하지 못했던 아세안과 인도에 제 자리를 찾아주겠다는 시도다. 아세안만 놓고 보면 1989년 한국과 아세안이 대화관계를 수립한 이후, 특히 1997~1998년 경제위기 속에 시작된 아세안+3 지역협력을 시작한 이후로 한-아세안 관계는 양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정부의 노력과 민간 부문의 진출이 가져온 결과다. 이제 이런 양적 성장을 발판으로 한-아세안 간 질적 전화를 가져올 시기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아세안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아세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3가지, 즉 현재의 중요성, 미래의 가능성, 그리고 외교 다변화 필요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1989년 대화관계 수립 이후 한국과 아세안 관계는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아세안은 이미 한국의 제 2위 무역 및 투자 대상국이다. 한국의 무역과 투자에서 아세안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보다 중요하다. 연간 한국이 아세안과 무역에서 얻는 흑자만 해도 300억 달러가 넘는다. 한국이 공여하는 공적원조의 약 1/4를 아세안이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아세안은 한류 문화의 진원지이고 아직도 한류는 동남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적교류도 빠르게 팽창했다. 40만 명이 넘는 동남아인이 한국에, 비슷한 숫자의 한국인이 동남아에 거주하고 있다. 이주노동의 형태로, 그리고 결혼이민의 형태로 한국 사회 내 아세안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세안인과 한국인 사이에 태어난 2세 숫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간 7백만 명 이상의 다양한 인적교류가 한-아세안 양자 거리를 좁히고 있다. 안보 측면에서 봐도 아세안은 올해 초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한반도 문제와 북한 위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의 안보 문제인 남중국해 분쟁은 한국의 경제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한국은 아세안의 미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아세안 국가들이 경제통합을 통해서 더욱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세안경제공동체는 경제통합으로 2조 달러가 넘는 GDP와 6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단일시장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마쳤다. 중국, 미국 등 강대국, 지역 주요국들이 모두 아세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변국의 대(對)아세안 전략에는 충분히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 나아가 동남아시아는 포스트 차이나(post-China)를 위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각자도생의 치열한 국가이익 구도 속에서 치밀한 전략을 펼쳐 나가야 하는 한국에 포스트 차이나 대안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는 아세안정치안보공동체 건설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안보와 평화 문제에 대해서 더욱 큰 역할을 하려 한다. 아세안이 지역안보 문제에 목소리를 높일 때 필연적으로 한반도 문제도 이에 포함된다. 정치안보 협력의 강화와 공동체로의 이행은 아세안+3, EAS, 아세안안보포럼(ARF) 등 지역 다자협력체 안에서 아세안의 위치와 발언권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아세안 시장이 가지는 잠재 가치, 한국과 협력 가능성, 그리고 아세안공동체의 건설은 아세안과 한국 사이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의 외교, 4강 일변도 벗어나 더 큰 그림 볼 수 있어야

아세안은 한국이 추구하는 외교 다변화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대상이 될 것이다. 냉전, 북한 및 북핵 문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지금까지 한국 외교는 한반도 및 미·중·일·러의 4강 관계 일변도였다. 그 외 다른 지역과 이슈에 신경을 쓸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국력으로 볼 때 한국 외교가 동북아를 벗어나 더 큰 지역을 바라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4강과 한반도를 넘어 더 많은 상대와 더 긴밀한 협력망을 구축하는 외교 다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우리가 소리 높여 외쳤던 수출 다변화처럼 한국의 미래 외교적 생존에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의 외교 다변화는 지리적으로 동북아를 넘어 만나는 첫 대상인 아세안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세안 입장에서도 한국은 이상적인 협력 대상이다. 동아시아 내에서 한국만한 협력 파트너가 없다. 능력 있는 파트너이자 좋은 롤모델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동남아 개도국이 참고하기에 너무 큰 경제다. 중국, 일본, 인도와 달리 한국은 아세안 국가에 위협적일 만큼 큰 국가가 아니다. 경제, 군사, 외교적으로 한국은 아세안 10개국이 함께 협력하기에 안성맞춤인 크기다.

반면 한국의 힘이 그리 약한 것도 아니다. 아세안과 힘을 합쳐 지역 문제를 관리, 해결하기에 좋은 경제력, 외교력과 지식기반을 갖추고 있다. 한류로 시작된 한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는 아직도 강력하다. 이로 인해 아세안이 가진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이다. 경제성장을 바라는 동남아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도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은 매우 좋은 참고자료로 기능한다.

이러한 현재 및 미래 중요성을 인식한 배경 아래에서 도출된 것이 바로 신남방정책, 그리고 아세안에 대한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비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3P, 즉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그리고 평화(peace)를 제안했다. 우선 한-아세안 협력의 가장 근본이자 핵심 목표는 사람이다. 사람을 위한 협력과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다. 평화와 번영은 모두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근본인 일반 사람들의 평화와 번영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는 한국의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과 아세안공동체의 인간중심공동체 목표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다음으로 번영은 한국과 아세안의 상호번영을 핵심으로 한다. 과거 아세안을 한국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로 여겼던 인식에서 벗어나 아세안의 장기적 경제성장이 한국의 미래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인식에서 아세안 정책을 설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한국과 아세안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화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안보 문제에 관한 한국의 대아세안 접근이 북한 문제에만 관심을 두었다면, 문재인 정부의 접근은 안보가 아닌 평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아세안에 주문하는 식의 접근을 지양한다. 대신 아세안과 한국이 상호 평화와 지역 전체의 평화 정착을 위해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 구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속가능한 평화가 경제적 번영을 가져올 수 있고, 경제적 번영이 없는 평화는 공허한 구호라는 문제의식 아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병진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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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과 방향성은 3P, 더욱 구체화된 정책틀 제시되어야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은 이제 막 성공적인 첫걸음을 떼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책 구상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꾸준하게 추진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큰 비전과 방향성은 이미 3P를 통해 제시되었다.

한-아세안 간 안보, 경제, 사회·문화 협력을 위한 각론은 예전부터 구체화된 것들이 있다. 이제는 이 둘을 효과적으로 연결할 분야별 목표가 필요하다. 각 분야에서 한-아세안 간 협력, 더 크게는 신남방정책이 성취하려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최종적인 모습과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빠른 시일 내에 큰 방향과 구체 사업을 효과적으로 연결할 정책틀이 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가진 제한된 시간 내에 모든 목표를 완벽하게 성취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용한 우리의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아세안과의 협력 방향성을 조율하며, 국내적으로 아세안에 대한 관심을 보다 크게 불러 일으켜 지지를 극대화 한다면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외교적 성과로 언급될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 한국을 확실하게 아세안과 인도의 외교 정책의 중요 변수로 못박아야 한다. 반대급부로 아세안과 인도라는 신남방정책의 대상을 한국 외교의 주요 아젠다, 즉 변하지 않는 상수로 자리매김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 이러한 목표가 성취될 수 있다면 신남방정책은 한국 외교사에 큰 성공을 거둔 업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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