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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法 통일LAW | 북한이탈주민의 법정보호의무자는 누구? 2018년 2월호

북한통일LAW

북한이탈주민의 법정보호의무자는 누구?

최은석 / 통일교육원 교수

북한이탈주민이 혈혈단신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해 정착 과정에서 정신건강이 온전치 않아 병원을 간다면 법정보호의무자는 누가 될까? 원고 A는 2004년 5월 경 북한을 이탈하여 중국 선양에서 생활하다가 2008년 10월 경 태국으로 건너가 외국인보호소의 탈북자수용소에 수용된 이후 2009년 1월 15일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이다.

A는 태국 외국인보호소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열악한 환경의 외국인수용소에 수용되면서 같은 시기 북한을 이탈한 사람들보다 늦은 2009년 1월에 입국했다. 이후 A는 2009년 2월 3일 중앙합동심문센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태국 외국인수용소에 있는 동안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이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등 불안하고 흥분된 정신상태를 보여 인근 모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당시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는 “A가 3년여 전부터 불면증이 있어 왔고 최근 불안, 불면과 몸에 열이 나며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등 증상이 심해지고 있어 꾸준한 투약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정신질환 겪던 탈북자, 하나원장 동의로 폐쇄병동 입원해

이로부터 약 2주 후 A는 2009년 2월 17일 하나원 교육생으로 입소했고, 첫날부터 사회적응교육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표시하는 등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냈다. 하나원의 담당자 갑(甲)은 2009년 2월 17일 하나원 내 심리상담사인 을(乙)로 하여금 A를 심리상담한 결과 “조증을 시사하는 증상과 함께 주의력, 기억력 손상, 사고장애 등을 보이고 있고 지각장애가 존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는 “기분 요소를 동반한 정신증적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신분열증에 대하여는 신중한 배제가 요구되며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개인력, 과거력, 가족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고, A씨가 병식(insight)이 없으므로 입원 조치 시 주의가 요망된다”는 취지의 심리상담 결과를 하나원장에게 보고했다.

상담 결과를 듣고 난 A는 다음날인 2월 18일에도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분노를 계속 표시하는 등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태를 보였다. 이에 갑은 하나원 내 정신과 의사인 병(丙)에게 진료를 의뢰하여 “행동 조절이 안 되고 자해 또는 타해가 우려되며 지속적 경과 관찰 및 치료를 위해 정신과 입원이 필요한 상태”라는 취지의 소견을 받아 하나원장에게 보고했다.

이에 하나원장은 2월 18일 의사 병과 담당자 갑으로 하여금 A를 용인시에 있는 정신의료기관인 모 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지시했고, 이 병원 정신과 전문의 정(丁)은 A를 양극성 장애의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며 입원치료를 권고하였다.

같은 날 위 병원에 A의 입원을 의뢰하면서 하나원장은 「정신보건법」 제24조, 동법 시행규칙 제1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의무자로서 원고가 입원하는 것을 동의한다는 내용의 입원동의서를 제출하였고, 정신병원장은 같은 날 하나원장의 입원동의서를 근거로 원고를 폐쇄병동에 입원시켜 치료하다가 2009년 5월 6일 퇴원시켰다. A는 퇴원하는 날 하나원도 함께 퇴소했다.

위 사안에 대해 법률관계를 살펴보면, 「민법」 제21조(보호의무자)에서 “정신질환자의 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1조 제1항). 이 규정에 의한 보호의무자 사이의 보호의무 순위는 부양의무자·후견인의 순위에 의하며 부양의무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는 「민법」 제976조 ‘부양의 순위’ 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한편, 「정신보건법」에서는 보호의무자가 없거나 보호의무자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 당해 정신질환자의 주소지(주소지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그 보호의무자가 된다(제21조). 따라서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이 필요한 경우,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발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또는 정신보건 전문요원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당해인의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제25조).

그러나 위 사안에서 정신병원장은 이 사건 입원 당시 관할 지역인 안성시장에게 입원 동의를 요청하였으나, 관할 시장은 “하나원의 교육생은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받지 않았고 하나원에 일시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하나원장이 보호의무자가 된다”고 하며 입원 동의를 거절하였다. 이에 하나원장은 입원약정서를 작성하는 등 직무상 권한으로 입원 조치를 취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론부터 보면, 2016년 4월 대법원은 2013년 12월 서울북부지법 원심 판결에 대해 「정신보건법」에 규정된 보호의무자가 아닌 자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로서 동의를 하여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킨 경우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고, 「정신보건법」 제26조 제1항에 규정된 응급 입원의 요건 및 절차가 충족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요지를 보면, 정신질환자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항상 자발적 입원이 권장되어야 한다는 「정신보건법」의 기본이념을 강조한 것이다. 법률 취지에 비춰볼 때 「정신보건법」 상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규정은 입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신질환자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원 동의를 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입원 요건 및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보건법」에 규정된 보호의무자가 아닌 자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로서 동의를 하여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은 정신질환자가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크고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충족되지 아니하면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의사에 반하는 입원으로 신체의 자유 상당기간 침해

한편, 서울북부지방법원 2심 판결에서는 원고 A가 주장했던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원고가 의사에 반하는 입원으로 신체의 자유를 상당기간 침해당했고 이로 인하여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대한민국)는 원고의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고, 입원 경위 및 입원 기간 당시 원고의 증세와 치료의 필요성 및 치료 경과 등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자료를 2백만 원으로 산정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체 5천만 인구 속에 북한이탈주민 3만여 명 이상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현행 법체계 하에 논란이 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 문제를 검토하고 그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점증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처리를 위한 정책적 목표 아래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지원이라는 임시방편적 대응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위 사건을 통해 하나원은 입원 당시 원고 A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가 창설되지 않고 주민등록이 부여되지 않아 민법상 부양의무자나 주소지 및 현재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사실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하나원에서 보호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지침을 2010년 11월 제정하여 법정보호의무자 문제를 해결하였다.

현행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가족관계 등록 창설의 특례’(제19조)에서 가족관계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등록기준지를 정하여 서울가정법원에 가족관계 등록 창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여 일가를 창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형제자매라 할지라도 대한민국 입국 시기가 서로 상이할 경우 가족관계 등록 창설허가도 달리되어 법정보호의무자가 되지 못한다. 사실상 진정 가족관계에 있는 국내 거주 형제자매가 긴급한 경우도 법정보호의무자가 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이런 사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도 있으나, 사전에 법률 사각(死角)지대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결국 입법자의 몫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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