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2월 2일

글로벌포커스 WHY? | 중국-대만 … 최악으로 치닫나? 2018년 2월호

글로벌포커스 WHY?

중국대만  … 최악으로 치닫나?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지난해 5월 25일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펑후에서 군사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 5월 25일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펑후에서 군사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

중국과 대만(양안)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자칫하면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2016년 5월 취임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1992년 11월 양측의 반관반민 성격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홍콩에서 회담을 갖고 도출한 이른바 ‘92공식’이라는 합의에서 나왔다. 92공식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대표하는 정부가 어디를 말하는지는 각자 해석에 맡긴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차이 총통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중국의 의도는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입장은 대만이 국제사회에 독립국가라는 점을 천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전략은 대만과의 통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의 속셈은 앞으로 대만을 경제협력을 통해 서서히 흡수통일하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대만이 독립을 주장하지 않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대만 독립을 지향해온 차이 총통은 “양안관계는 대만 국민들의 민의와 민주주의 체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대만 국민들의 여론은 대체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

독립 지향적 대만 총통 , 전방위 압박 개시

중국 정부는 차이 총통과 대만의 민진당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조치로는 중국 관광객들의 대만 단체여행 제한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62만여 명으로 차이 총통 취임 이전인 333만여 명을 크게 밑돌았다. 이 때문에 대만 관광과 숙박 업계 등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사드 배치로 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 금지라는 보복조치를 내린 것과 같은 수법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대만과 국교를 맺은 국가들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금지했고, 이를 어기는 여행사에 벌금까지 부과하고 있다.

대만과 국교를 맺은 국가는 바티칸, 니카라과, 파라과이, 팔라우 등 20개국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이른바 ‘수표책 외교(chequebook diplomacy)’를 통해 대만과 수교한 국가들에게 대규모 투자와 차관을 제공한다고 설득해 대만과 단교하고 자국과 국교를 맺도록 해왔다. 수표책 외교는 막대한 경제력을 앞세워 자국의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국을 구워삶는 전략을 말한다. 이에 따라 차이 총통 취임 이후 아프리카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와 중미의 파나마 등 2개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중국 정부가 대만과 수교한 국가에 단체여행 금지라는 조치를 내린 것은 대만을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기 위해 채찍까지 꺼내든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새해 들어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까지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인민해방군 해군육전단(해병대) 소속 여단은 지난 1월 3일 광둥성 서부 루이저우 반도의 잔장에서 대규모 상륙 훈련을 실시했다. 해군육전단과 함정, 항공병 부대 등이 총동원된 상륙 훈련은 대만 공격을 가정한 것이다. 훈련은 해군육전대가 종합 상륙함인 징강산호에 탑승해 바다를 건너 적국 영토에 상륙한 데 이어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항공기들의 엄호 아래 적 진지를 점령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인민해방군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호도 지난 1월 4일 수척의 함정들과 함께 모항인 산둥성 칭다오항을 출항해 저장성 저우산 군도를 거쳐 지난 1월 5일 밤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랴오닝호 항모전단은 대만해협 중간선의 서쪽 항로를 남서로 항행하면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를 지나갔다. 랴오닝호 항모전단은 지난해 7월에도 대만해협을 관통해 내려오면서 대만을 압박하다가 남중국해까지 항행한 적이 있다. 랴오닝호 항모전단은 이번에도 대만해협 인근 해역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한 후 남중국해로 진입했다. 랴오닝호 항모전단은 지난 1월 17일 중국으로 귀항하면서 또 다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그런가하면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훙-6K 폭격기, 수호이-30과 젠-11 전투기, 조기경보기, 급유기 등이 최근 들어 편대를 이뤄 대만 섬 주위를 일주하면서 초계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대만 인근 상공까지 근접해 비행 훈련을 실시한 것은 지난해 모두 23차례나 됐다. 인민해방군 공군의 폭격기와 전투기들은 모두 실전에 대비해 무장한 상태였다.

고조되는 양안 긴장, 무력 충돌 비화 우려도

미국의 싱크탱크인 프로젝트 2049의 이안 이스턴 연구원은 중국이 2020년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앤서니 웡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중국 공군기들의 선회 비행은 대만에 대한 전쟁 준비를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중국 민간 연구소인 차하얼학회의 덩위원 연구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을 2020년까지 무력으로 통일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만 군사전문가들 중 일부도 중국이 대만 무력 침공 및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동부전구는 유사시에 대비해 민간을 동원하는 후방지원 체제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동부전구는 인민해방군의 5대 전구에서 대만과 동중국해를 담당하는 곳이다. 후방지원 체제는 민간이 간단한 물자 제공에 그치지 않고 병참 지원과 무기장비 개발 등까지 지원하는 등 인민해방군의 임무 수행을 전면적으로 돕는 것을 말한다. 동부전구는 연합지휘센터에 민간인들의 동원을 담당하는 전문 직책을 신설했고, 관할하고 있는 9개성과 직할시 등을 하나로 묶어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시 주석은 최근 동부전구 산하 제71집단군을 직접 시찰하며 전쟁에 대비해 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5대 전구에서 민간 동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곳은 동부전구 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4일 대만해협 중간선 인접 상공을 통과하는 새 항공노선을 대만 정부에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중국 민항국은 동남아 항로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항로 증설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만 해협 중간선 인접 상공의 M503 등 항로 4개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M503 항로는 대만 정부의 군사훈련 구역과 겹치는 타이베이 비행정보구역(FIR)에서 불과 7.8㎞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신설 항로를 이용해 대만군의 방공체계를 압박하고, 군용기를 민항기로 위장해 운항할 수도 있다. 중국 민항국은 M503 항로가 상하이 비행정보 구역에 속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대만해협으로 항로를 확대해 실효지배 영역을 넓히면서 대만 정부와 차이 총통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일방적인 항로 신설에 대응해 중국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소했다.

대만 정부와 차이 총통은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공세에 맞서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차이 대만 총통은 지난해 말 미국 재(在)대만협회(AIT)의 제임스 모리아티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만이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다면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대만은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대만협회가 사실상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차이 총통은 “대만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유·개방을 기치로 내건 인도-태평양 전략의 관련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대만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중국의 압박에 맞서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12월 29일 대만의 국책 방산연구소인 중산과학연구원에서 연두 담화발표를 대신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차이 총통은 “대만에 대한 그 어떤 무력동원 가능성도 중국 최고지도자의 머리 속에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양안문제는 결코 무력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만 국방부는 중산과학원이 개발한 스텔스 미사일 돌격함 60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길이 21.4m인 요트 모양의 이 소형 돌격함은 평소에 어선 등과 섞여 있다가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떼를 지어 몰려가 미사일로 대형 군함을 공격할 수 있다. 대만 국방부는 또 방공 미사일 천검(天劍·TC)-2의 사거리를 종전 60㎞에서 100㎞까지 늘렸다. 최대 속도 마하 6인 천검-2 미사일은 앞으로 대만산 전투기 IDF에 탑재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만 정부는 미국 정부에 해병대용 스텔스 전투기 F-35B와 잠수함 판매를 요청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에서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적법한 방어 필요성을 제공하고 강압을 저지하기 위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만에 14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한 트럼프 정부가 만약 대만 정부가 요청한 무기들을 제공한다면 대만의 군사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중국 견제용으로 대만 카드 꺼내든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대만과 미국 해군 함정의 기항지 교차방문을 승인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 하원은 지난 1월 9일 미국과 대만 공무원의 자유로운 상호 방문을 허용하는 내용의 대만여행법안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의사결정 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대만이 참관국 지위를 다시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두 법안들은 상원에서 통과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들을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대만 정부는 중국의 경제 압박에 맞서 신남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남향정책은 대만 정부가 동남아시아·서남아시아·대양주의 18개국과 경제 및 인적 교류를 확대해 공동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만 정부는 중국 정부의 단체여행 제한에 맞서 동남아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하기 위해 비자 발급을 완화하고 항공편을 늘리는 등 인적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양안관계는 차이 총통과 대만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계속 고수한다면 앞으로 더욱 험악해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중국에서 대만을 흡수통일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오고 있는 만큼 양안의 갈등과 대립이 자칫하면 무력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꺼내 들 경우 대만 해협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대만이 한반도에 이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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