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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3개월 시한부 평화 극복 … 북·미협상 이끄는 리더십 발휘해야 2018년 2월호

 특집 | 물꼬 튼 남북, 첫 단추 제대로 꿰려면?

3개월 시한부 평화 극복 … ·미협상 이끄는 리더십 발휘해야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방한을 기념하는 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방한을 기념하는 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심과 정성이 통한 것일까?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하면서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 이 대회에 대표단을 파견하기 위한 남북당국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호응한 뒤 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우선 이러한 변화는 적어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지원하고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만하다. 지난 두 정부에서 정체되고 갈등을 벌이다 마침내 단절되고 정면충돌의 길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적어도 외견상으로 정상화되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다 한반도 평화나 북핵문제 해결보다는 자국의 이익 또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 극대화에 몰두해왔던 주변 4강 지도자들이 남북한이 새롭게 형성하는 한반도 질서의 미래를 탐문하고 적응하느라 열심인 상황이다.

즉흥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다루면서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중순까지는 군사행동이 없을 것이라고 보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맡기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환영한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가 함께 가야한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

올림픽을 매개로 한 남북 간 교류협력이 증진되는 모습은 2000년대 초반을 방불케 하고 마치 이러한 화해·협력 기조가 계속 이어질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러나 냉철하게 보면 한반도 평화는 일단 3개월 시한부다. 그 뒤의 평화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 때까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수단을 포함한 대북 강경조치를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

다시 도발강경대응 악순환? 3개월 이후 여전히 안갯속

더구나 북한이 추가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만약 4월 이후 한반도 위기가 재연된다면 데탕트 또는 평화에 뒤이은 안보 위기이므로 거의 전쟁발발 위기 수준으로 체감될 것이다. 만약 우발적인 사고라도 나면 국지전 이상으로 확전될 가능성까지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4월 이후 평화와 전쟁의 갈림길에서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미국의 전략적 셈법을 살펴보고 한국 정부의 대응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대외전략과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전략의 일관된 입장을 파악하기 어렵다. 다른 모든 사안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도 예측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흥적인 기질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일관성을 중시하지 않고 최종적인 결과만 쫓는다. 더구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단지 그의 정책 방향을 예측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그가 정치적 이익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도 그는 정책을 즉흥적으로 추진해 왔다. 물론 그는 자신의 지지 계층 이익을 미국의 국익이라고 포장해 이를 옹호하고 있다. 군수 산업, 에너지 산업, 정크펀드 자산가 등 미국 내 최상류 자본가들을 비호하는 동시에 상대국에 대해 공포와 충격을 가한 뒤 각종 이익을 획득하고 극빈층과 유태인, 인종차별주의자, 극우 기독교인들, 실업 위기에 처한 소외된 백인 노동자 등 지지층에게 가시적인 혜택을 주는 기형적인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우방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국가들의 국익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반도와 북핵문제에 관해 트럼프는 전임 행정부, 특히 오바마 대통령 시절로 인해 북한의 핵능력이 이렇게까지 진전되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 보유를 저지하겠다고 장담해왔다. 먼저 그의 안보보좌관인 허버트 맥매스터는 지난해 8월 국제법적으로 불법인 예방전쟁을 언급했고 그 자신은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했다. 다음날 북한은 미국의 해외 영토인 괌 영해 인근에 미사일 포위사격 훈련을 시행하겠다고 대응했다.

미국의 최고위 안보 지도자들이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는 가운데 지난해 9월 3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트럼프는 평화의 전당인 유엔 총회에서 북한 정권과 주민도 구분하지 않은 채 북한을 ‘완전히 파괴’ 할 수도 있다고 장담했다. 이에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장거리미사일 고각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로 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하고는 국가 핵 무력 완성과 로켓강국 달성을 선언해 적어도 당분간은 추가도발을 자제하고 이제까지 구비한 ‘핵억지력’에 입각해 미국과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자신의 책상 위에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발사를 명령할 핵단추가 놓여있어 미국은 더 이상 전쟁을 걸어올 수 없다고 말하면서 핵탄두와 미사일을 대량생산해 실전배치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선언했다. 동시에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테니 한국 정부도 9월 공화국 창건 70년을 축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형적인 통남봉미 전략이다.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북한을 경멸해온 초강대국 미국 지도부는 김정은의 속셈을 간파했다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예를 들어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대북 인도지원 의사를 내비치자 미국과 일본은 대북제재 기조 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반대했다. 미국은 동맹국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3월 중순 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지켜보겠지만 그 과정에서라도 필요하면 개입할 것이고 특히 4월부터는 또 다시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CIA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 가능한 핵무력 완성에 3개월 정도만 남았다고 평가했으므로 올해 3월말까지 북한이 핵문제에서 모종의 양보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실제 행동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올해 봄, ·미대화 모멘텀 놓치면 9월 위기고조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가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이는 자칫 수백만의 인명을 희생시킬 수도 있으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먼저 중국을 세컨더리 보이콧 채택 가능성으로 위협하면서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를 도모하고, 한국 정부에게는 대북 해상차단 이상의 군사조치 시행은 유예한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한·미 FTA를 유리하게 개정하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미국 방위산업 물자 판매 등을 도모하면서 북한의 양보가 없더라도 추가도발만 없으면 일정 기간 동안은 외교적·경제적 해법을 동원하는 가운데 미국의 국익 극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일정기간 동안에도 성과가 없으면 저강도의 정밀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코피 터뜨리기’, ‘정강이 걷어차기’ 작전 등 다양한 형태의 군사작전이 준비되고 있다. 이들은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북한의 일부 테러 관련 행위에 대한 조짐을 명분으로 삼고 숙고를 통해 설정된 상징적인 군사 목표를 향해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정밀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북한 지도부가 비이성적이라면 무자비한 보복을 한국 쪽으로 감행하게 함으로써 대량 살상까지도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히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더라도 국제제재 공조 차원에서 남북경협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검증과 정확한 미사일 타격 목표 설정을 위해 오는 9월 9일 정권수립 70년을 기념하는 명분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즉 올해 봄에 위기가 벌어지지 않더라도 북·미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는다면 8~9월에 북·미 간 정면대결이 펼쳐질 위험성이 크다.

미국의 선제적인 대북 대량공격은 물론이고 국지적으로 정밀한 저강도 타격이라도 한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강화하면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예방·억지하는 외교·안보 정책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해 점진적이더라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분단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유도하고 미국을 설득해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적이고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정상적인 국제 행위자로서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북·미 간 접촉을 주선해야 한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북·미접촉을 피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평화 축제의 장인 올림픽에서 접촉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정부는 현재의 남북 해빙 분위기를 살려 군사회담을 개최하여 DMZ 인근에서의 상호비방 행위를 중단하고 우발적 충돌 방지와 충돌 시 확전 방지를 위한 제반 신뢰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NLL 인근에서의 군사 충돌 예방과 이 지역의 평화적 활용방안을 위한 협상도 바람직하다. 2016년 중국 내 식당 종업원의 집단탈북 문제를 잘 해결하면서 생존자 확인과 이산가족상봉을 성사시키고 이를 정례화한다면 남북 간 신뢰는 크게 증진될 것이고 관계개선의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북한 핵·미사일이다. 현재 북한은 핵무력 완성과 로켓강국 달성을 선언했지만 아직 체제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국의 공격에 대한 충분한 억지력을 실제로는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먼저 장거리미사일의 완전한 성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일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4월로 연기된 상황에서 올림픽에 참가하고 응원단 파견 및 축하 예술 공연을 통해 호전적 국가가 아닌, 서구 선진국 수준에 뒤지지 않는 예술을 사랑하는 평화애호 국가임을 연출해 보임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엄중한 대북제재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핵·미사일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미연합군사훈련, 한반도 분쟁의 빌미 되어서는 안돼

현재 미국과 북한이 기싸움을 하면서 각각 실리 증진을 모색하는 한편 정면대결이 불가피하다면 군사적 충돌마저 피하지 않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은 평화 회복을 위한 외교를 전방위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국가안보를 위해 시행하는 것인데 이것이 오히려 한반도 분쟁의 결정적인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훈련을 중단하지는 않더라도 미국과 협의하여 일부 조정을 가해서라도 북핵 해결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고 평화를 회복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미 연기된 상황에다 8월이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또 다시 시행되니 지휘소 연습인 키리졸브 연습은 예정대로 시행하되 동원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규모나 내용을 일부 조정하거나 혹은 한반도에서 조금 격리된 지역에서 시행한다면 이를 계기로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유예(모라토리엄)하고 북·미협상이 개시될 수 있는 모멘텀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므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은 탄력을 받을 것이고, 결국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회복되어가면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간 호혜적인 협력 진흥으로 이어지는 등 선순환적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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