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북핵, 중국에 섣부른 기대 금물 … 분명한 원칙 견지해야 2018년 2월호
특집 | 물꼬 튼 남북, 첫 단추 제대로 꿰려면?
북핵, 중국에 섣부른 기대 금물 … 분명한 원칙 견지해야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북한은 올해 이례적인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을 겨냥한 핵 단추가 책상 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미국을 위협하는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과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 한국 정부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이러한 북한의 전술 변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자극해 한·미 공조관계를 균열시키고, 미·중의 대북제재 논의에 갈등을 유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고, 중국은 대미 핵위협보다 남북관계 개선 등 평화적 메시지에 주목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남북대화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져 한반도 비핵화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피력했다. 과연 중국의 대북 입장과 정책은 변할 것인지 분석해보자.
중국의 ‘북한 전략적 자산론’은 여전히 강력하다
동북아, 특히 한반도 지역은 중국의 경제 및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 핵심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안정적인 주변 환경이 필요한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의 남북관계 안정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안정 유지, 남북한 양측 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자주적인 평화통일 실현 및 한반도의 비핵화, 그리고 6자회담 과정에서 출현한 북한 안전에 대한 고려라는 4대 원칙을 대한반도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한국과는 경제·무역관계에 중점을 두고 북한과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자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현 정세가 한반도의 안정 유지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일정한 지원이 한반도의 안정에 도움이 되며 이것이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분명히 사회주의의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나 북한 핵실험 강행 이후 중국은 북한의 배타성과 폐쇄성에 대해 일정한 견제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문제를 지나치게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이 오히려 한반도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협력 기반을 바탕으로 사안별 정치·외교적인 교류를 지향하면서, 북한과도 체제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의미의 균형적인 남북한 등거리 외교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는 기본적으로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유지되는 조건 하에서만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서 한반도의 안정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핵문제의 1차적 해결 방안으로 북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정권을 수호하려는 북한의 자위적 조치라는 북한 입장에 동조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 동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쌍중단(雙中斷)과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쌍궤병행(雙軌竝行)론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에게 북한은 여전히 ‘전략적 자산’이다.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경우 한반도 정세 악화가 반복되고 최악의 경우 북한 정권에 위기로 연결되며 이것이 중국에 과연 유리한 국면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능력 완성 선언이나 지속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개발은 중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인해 국제적으로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제6차 북핵실험과 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북한에 배제당했다. 중국은 북한을 제어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도마에 올랐으며 중국 내에서도 대북관계의 재설정 문제까지 논의되는 등 진통도 겪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필리핀을 방문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8월 6일(현지시간)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양자회담 시작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중국에게는 한반도 ‘비핵화’보다 한반도 ‘안정’이 우선
그러나 중국의 대북 인식은 크게 변하기 어렵다. 이는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일단 강력한 수사를 동원해 북한을 질책하고, 유엔 제재에 형식적으로 협조하면서 제재안을 마련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기이한 ‘한반도 북핵 모델’을 탄생시켰다. 이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한·미 등 국제사회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에 대해 다양한 목표를 추진하고 있고, 여기에는 한반도 안정, 비핵화, 김정은 혹은 북한 정권의 유지, 그리고 대국으로서 영향력 확대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개발과 미사일 시험은 중국에게도 곤혹스럽지만 이로 인해 갑작스런 북한의 정권교체나 변고가 발생한다면 중국이 떠안을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중국에게는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한반도 안정이 정책적으로 더욱 비중이 크다.
북한이 자국의 안보를 베이징의 손에 맡기지 않고 핵을 보유함으로써 독자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중국도 알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소위 ‘전략적 인내’로 불리는 대북압박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미국은 충분한 대북 제어력을 가진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효용성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해 북핵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는 인식이 크다. 때문에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고립과 붕괴를 막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관련국들에게 주문하고 있고, ‘민생’이라는 미명 아래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북·중관계의 현상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지난해 제6차 핵실험과 ICBM급 시험발사 도발은 시진핑 주석의 대북특사가 북한 설득에 실패하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핵보유를 눈앞에 둔 북한이 미국은 물론 중국의 어떠한 협상과 설득에도 응하지 않겠다며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이 중국과 러시아가 있는 한 쉽지 않다는 점, 주변 환경의 안정을 갈구하는 중국의 태도, 그리고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불가함을 강조하는 한국의 생각을 이용해 확실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갖겠다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한·미·중 세 나라가 모두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핵 사태는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지만 통제가 되지 않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중국의 우려도 크다. 북핵 해결 방식을 둘러싸고 미·중 간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고, 한·중 간에도 사드 합의가 무색하게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나 무역 중단 등 초강력 대북 압박을 계속 주문하면서 군사타격이 고려되고 있음을 끝없이 암시하고 있다.
이제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ICBM급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새로운 국면이 대두됐다. 북한의 언급대로 핵탄두가 경량화, 소형화되고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시험 성공에 이어 신형 로켓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면 이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ICBM을 보유했다면 북핵은 이제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중국도 북한의 계획적인 핵보유 의지 앞에서 더 이상 북핵 개발이 미국의 책임이라는 말만 강변할 수는 없게 된 상황이 되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북한의 핵보유는 아태 지역에서 장기적인 미국 군사력 배치의 합리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일본 역시 이틈을 이용해 군사력 증강에 나설 것이므로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이는 한·미·일 안보 구조의 공고화는 물론, 주변국의 핵도미노 현상 출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그야말로 ‘핵능력을 완성’한 북한이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여전히 전략적 자산이라는 전통적 사유에 천착한 중국의 태도는 대북제재에 여전히 적극적이지 않다. 이러한 중국의 애매한 태도는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에도 잘 나타난다. 제재는 필요한 수단(必要手段)이지만 한반도의 안정 유지가 급선무(當務之急)이며, 담판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根本之道)이라는 것이다. 이는 ‘제재’가 북한을 아프게 할 수는 있지만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중국의 인식을 반영한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과도한 대북제재에 동참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북한을 중국의 적으로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인식으로 ‘북한 감싸기’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분야에 국한되어 대북제재를 지속할 방침이지만, 그렇다고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야기하거나 북한이 중국에 반감을 가져 되레 중국을 적대국가로 인식하게 할 정도의 대북제재를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인식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같은 극약 처방에 중국이 직접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 핵심은 미국에 동조해 북한을 ‘무장해제’ 시켰을 때 중국의 이익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반대급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유엔 대북제재에 참여하는 중국이 북한을 잃지 않으려는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북핵, 압박(과정)과 해결(결과)이 상치되지 않음을 설득해야
그러나 북핵문제는 점점 꼬이고 있다. 미국은 최대의 압박으로 북한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며, 한국 정부는 이를 협상으로 이끄는 수단으로 이해하면서도 1차적으로는 압박 우선이라는 미국과 입장을 함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군사타격 논의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 절대불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중국의 쌍중단 논의에 대해서도 자국 안보를 지키려는 합법적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국제적 규범을 깨고 핵보유국이 되려는 북한의 불법행위는 결코 교환할 수 없다는 논리로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자칫 핵보유국 북한과 불안한 평화 사이가 공존하는 매우 비상식적인 상황이 출현할 수도 있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를 통해 핵을 가진 북한과 평화공존이 가능하다는 ‘핵 평화(nuclear peace)’를 설파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북핵문제의 악화가 중국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연관성은 다른 나라보다 분명히 강하다. 중국의 부담도 이해가 되지만 ‘평화적’ 해결을 위해 더 큰 책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중국도 자국이익 우선 원칙에 충실할 것이므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지만 사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은 전략적 자산’이라는 전통적 사유로 진정한 대북압박을 해본 적이 없다. 과정으로써 강력한 압박과 결과로써 평화적 해결은 결코 어긋나지 않음을 중국에게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분명한 입장과 원칙을 가지고 북핵문제 처리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대화 및 소통 추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나친 대화의 강조는 한국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대화 재개를 원하면 따라올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고, 북한의 핵보유국 목표 추진에 시간을 벌어줄 가능성이 있으며, 한·미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원칙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하면 ‘이상한 평화’를 위해 ‘핵을 가진 북한’과 협상하는 기이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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