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2월 2일

특집 | 북한의 대남전략 … 3개의 변곡점을 주목하라 2018년 2월호

 특집 | 물꼬 튼 남북, 첫 단추 제대로 꿰려면?

북한의 대남전략 … 3개의 변곡점을 주목하라

차문석 /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2018년 북한의 신년사 중 정치 및 대남 분야의 내용은 다른 분야에 비해 다소 명확한 비전 속에서 매우 현실적 의미들을 지닌 채 제시되었다. 북한 국내정치적으로는 ‘당적 지도의 강화’에 역점을 두었으며, 대남 분야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강력히 제시하였다. 일면 진부하고 별 의미 없어 보이는 표현 같지만, 사실 이것이 갖는 현실적 의미는 ‘표현’의 수준을 넘어선다. 사실상 2018년은 북한 체제의 역사에서 어떠한 질적인 전환을 목도하는 중요한 시간대로 상정되어 있다.

김정은의 정권 공고화 작업, 완전하게 구축됐다

2018년 신년사에서 국내정치 분야는 거의 모든 강조점이 북한 사회 전체에 대한 조선노동당의 확고한 지도를 중심에 놓고 있다. 전당의 조직 사상적 단결 및 혁명적 당풍 확립, 당의 전투력과 영도적 역할 제고, 당 세도와 관료주의 작풍 근절, 주요 부문 단위 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 및 정치 사업 강화 등이 그것이다. 2016년 제7차 당대회를 통해서 당 우위 체제로의 형식적 정상화가 이루어졌다면 2018년은 당 우위 정치 체제의 실질적 정상화를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부 정치의 공고화는 2018년 북한이 추구할 대남 및 대외 전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토대로 간주되고 있다.

2017년 신년사에 비해 2018년 신년사에서 대남 비중은 17%에서 23%로 증가하였다. 분량뿐 아니라 방향에서도 급선회가 목격된다. 대미관계를 우선시했던 기존의 관성적 입장과는 다르게 2018년 첫날부터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는 입장으로 급선회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하였다. 나아가 북한에게 2018년은 공화국 창건 70년과 남한의 동계올림픽 대회가 열리는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할 해”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를 남과 북이 함께 의의를 가진 해로 상정하였다. 이것이 갖는 대남 및 대외전략 상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실상 이 두 가지 의미는 북한의 2018년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

2018년 신년사에서 당적 지도를 강조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에 대한 조직적 통제를 포함해 거의 모든 통제권을 완전하게 확보하였고, 이를 통해 북한 시스템 전체 차원에서 김정은 정권의 공고화가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최근 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가 당 조직지도부장에 발탁되었을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이 노동당 핵심부서인 당 조직지도부를 완전히 장악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당 조직지도부는 ‘당 안의 당’으로 북한 정치권력의 핵심이며 이에 대한 장악은 통치 권력의 공고화를 의미한다.

2018년에 김정은 정권은 사회주의 문화의 전면적 발전 요구를 주장하면서 부르주아 반동문화에 대한 제압 의지를 내비쳤고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근절 투쟁을 요구하였다. 이것은 올해 사회적 일탈과 기타 잡다한 사상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예고하는 것이며, 사회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2018년 국내 및 대외적 목표 실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2018년은 매우 중요한 해로 설정되어 있다. 2018년 북한의 대내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바로 ‘공화국 창건 70돌’이다. 북한의 경제, 사회, 안보 등 각종 분야의 실질적 목표들이 창건 70돌인 9월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올해 9·9절 행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력과 위대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정치적 스펙터클(spectacle)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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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략의 초점, 9월 공화국 창건 70돌에 집중

김정은 위원장은 공화국 창건 70돌을 맞이하여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국제사회 제재 국면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 전반 활성화’, ‘자립성과 주체성’, ‘인민경제 개선 향상’ 등을 강조하였다. 특히 중요한 군사 분야에서는 2017년에 선언한 ‘핵무력 완성’에 이어 2018년에는 ‘핵탄두들과 탄두로켓들을 대량생산, 실전배치’ 및 ‘핵 반격 태세 유지’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군사 분야의 강조점은 핵무력의 ‘실질적 완성’을 2018년 9월에 실현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실질적 완성이란 대기권 재진입 과제를 완성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의 실현, 미사일 양산과 실천 배치의 완성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를 ‘미국과 힘의 균형’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미국과 힘의 균형은 역으로 김정은의 대내정치 및 권력의 무력적 토대이자 통치의 정당성을 구현하는 2018년의 비전이다.

2018년 신년사에 언급된 ‘남북관계의 출로를 과감히 열어나갈 때’라는 표현이 지니는 직접적인 의미와는 상관없이 올해 북한이 추구하는 대남전략과 이에 따른 남북관계 전개는 지금까지 남북관계 자체가 갖고 있었던 관성적 전개와 진화 과정을 밟지 않을 것이다. 즉, 한편으로는 북한의 특정한 단기 목표만 채우고 흐지부지되는 습관적이며 관성적 전개도 아닐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1월의 남북관계의 개선이 잘 이루어져 점점 더 성숙한 남북관계로 진화하는 과정을 밟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 대남전략의 급선회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북한에게 2018년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해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북한에게 2018년 남북관계는 거대한 비전에 종속되어 있다. 종국적으로 ‘미국과 대등한 무력’을 완성하는 시점에 이를 때까지 각종의 스펙터클과 이벤트를 통해 유지해야 하는 전술적 영역에 속해 있다. 이 시점에 이르기 위해서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충분’하다고 간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미진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제고하여 미국과 대등한 무력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북한은 남한과 대화하는 국면을 창출함으로써 외부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그 시점은 대략 세 개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변곡점은 1~3월 국면이며, 두 번째는 4월 국면이고, 마지막 변곡점은 9월의 국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먼저 1~3월은 평창동계올림픽 국면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 속에서 국제사회 제재 국면과 분위기를 형해화하고 스스로를 평화 추구 이미지로 포장하면서 이른바 ‘북한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변곡점인 4월은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연기되었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는 시기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모든 핵전쟁 연습의 중단”을 강조했다. 만약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면 북한은 남한에 대한 역평화공세를 통해 대화국면을 중단할 수 있다. 그간의 남북관계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대남 평화 및 햇볕정책 담론을 사용함으로써 평화 추구 이미지를 강화하고 중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주장의 정당성을 구하는 국면으로 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에게도 불확실한 시간일 수 있다.

마지막 변곡점은 9월이 될 것이다. 2018년은 북한이 정부수립 70년을 기념하는 해이며, 9월 9일은 그 기념일이다. 2018년의 모든 이벤트와 스펙터클은 이 시간대로 수렴될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한 레토릭 및 실질적 공세를 시작하는 모든 무력적 토대, 즉 ‘미국과 무력을 대등하게 만드는’ 인공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에 대한 능력 확보, 핵탄두와 미사일의 대량생산 및 대량배치가 일정 수준에서 완료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2018년 9월까지의 남북관계 전개양상은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시간대 순으로 기획한 전술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18년 북한이 이러한 대남 전략을 수행함에 있어 만들고자 하는 것은 바로 ‘남한의 핀란드화(Finlandization)’다. 북한은 자신이 기획한 마지막 변곡점에 이르기까지 남한이 외교적으로 중립적인 존재일 것을 강요할 것이다. 핀란드화의 실행은 다양하다. 북핵문제가 남북관계에서 언급되는 것을 막고, 북한의 시간대가 확보되기 전까지 한·미동맹 작동을 실질적으로 중지시키며, 남한이 미국과 중국 등 특정한 대북 입장을 가진 국가들이 아닌 북한에만 외교적 관심을 집중하도록 할 것이다. 북한의 남한 핀란드화 전략은 남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국면에 완전히 들어가 있다는 전제에서 활용되고 있다.

시한부 평화를 넘어 항구성 가진 체제를 정착하려면?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바람직한 남북관계의 지향과 목표, 그리고 이를 위한 전략 입안과 실행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비핵화, 한·미동맹의 강력한 지속과 한·중관계와의 균형,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해결, 통일 기반의 조성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에 대한 전략적이며 전술적인 우선순위 부과, 과제들 간 인과관계 설정 및 시급한 과제의 국면적 선별, 다양한 과제의 조합과 과제 진행상의 평화적 원칙 등을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2018년 전략 속에는 현재의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대화가 있겠지만 이로 인한 평화적 분위기는 ‘과도기’적이거나 ‘시한부’로 설정되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도기와 시한부를 어떠한 항구성을 가진 체제로 정착시켜 나가는 지혜와 대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영역의 대안과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넘어서는, 즉 주도적이면서도 협력적인 외교 전략을 필요로 한다.

대외 전략과 정책을 수행하는 모든 국가들의 외교 행태가 그러하듯 북한의 대남전략도 일정한 정도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북한이 한국의 동맹관계에 대한 ‘이간질’, 한국 사회 내에 북한 및 남북관계 문제를 둘러싼 날선 갈등을 부추기려는 전략 등을 내포하고 있음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북한의 이간질 유발 행태가 뻔히 보인다는 이유로 지금의 대화 국면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모든 국가들의 외교 행태가 그러하다. 이를 극복하면서 우리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인 3월 중순까지는 어쨌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이 국면에서 우리는 확고하게 남북대화를 비가역적인 ‘체제’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북한이 비가역적인 체제를 버리고는 다음 전략적 행동을 결코 할 수 없도록 강력한 체제여야 한다. 4월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재개 시 북한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다. 특히 남북대화의 지속을 원하는 우리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삼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대화 국면에서 남북의 책임 있는 정치인과 국가기구를 통한 장기적이고 상대적으로 부동의 제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제도적인 의미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남북관계 개선을 반기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있는 부분은 북핵문제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노력의 병행을 이미 선언하였던 바,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비핵화 없이 대북제재 탈피를 요구하게 될 북한의 공세적인 전략은 부분적으로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와 충분히 소통하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관계의 개선이 병행해서 이루어졌을 때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와 다자협력이 잘 이루어졌던 과거의 역사적 경험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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