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4월 4일

만나고싶었어요 | “한반도 신경제지도, 중소기업에 절호의 기회” 2018년 4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동북아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

“한반도 신경제지도, 중소기업에 절호의 기회”

이동훈 / 본지기자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동북아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동북아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

Q. 문재인 정부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목표 아래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전략을 추진하고 이에 따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경제통일을 구현한다는 국정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관련, 추진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A.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은 ‘생산토대 구축’과 ‘대륙과의 연결’, 이렇게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반도 서쪽 축과 동쪽 축, 그리고 접경지역 축을 각각의 경제벨트로 구상하여 지리적 특성에 맞는 생산토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대륙과 연결되는 하나의 시장을 한반도에 구축하겠다는 것이죠. 이제는 남북경협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한반도 개발형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한반도 경제통일 그리고 평화경제 구조 아래 동북아 및 북방 지역과의 상생체계를 형성하려는 일종의 그랜드플랜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구상 즉 북한 내 생산토대 구축과 한반도와 대륙을 연결하는 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간을 고밀도로 연결하는 생산과 소비체계의 형성 및 결합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의 태생적 역할은 이와 같은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것이죠. 모세혈관처럼 산업, 기업, 생산, 소비, 투자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 30여 년의 남북관계에서도 중소기업은 그러한 역할을 해왔죠. 개성공단처럼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남북경제공동체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촘촘히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중소기업은 남북한 경제와 사회 통합의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통일을 위한 중요한 생산토대 구축의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실천을 위한 중요한 협력 주체가 된다고 할 수 있죠.

Q.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측면에서 적절한 사업을 선정해 나간다고 한다면 어떠한 원칙과 고려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A. 원칙 없이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협 활동이나 체계적인 개발 전략이 진행될 수 없습니다. 다소 까다롭고, 소위 건너야 할 강이 많다고 하더라도 적합한 원칙 아래 기업의 경협 활동이나 정부 차원의 한반도 개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겠죠. 남한 내에서의 공감대가 확보될 수 있는 원칙도 필요하지만, 한반도 주변에서 펼쳐지는 지정·지경학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요컨대, 법·제도의 준수, 상호주의는 경협 활동에 대한 공감대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원칙이 될 것입니다. 일시적 경협 사업이 아니라 경제공동체 완성을 위한 체계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죠. 아울러, 대북제재 국면에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따라서 신뢰 확대와 국제협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역할이라는 원칙은 남북협력의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대내외의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낼 것으로 봐요. 마지막으로 북한 내 유휴 설비 및 노동력을 공식부분에 흡수함으로써 북한 생산토대를 재건시킬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서 매우 중요한 원칙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여러 협력 사업은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와 기업 성장의 원동력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 위쪽 북방 지역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다양한 협력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지난 시기 형성된 남북한 간의 긴장과 대결구도의 지속으로 인하여 우리가 이러한 협력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지경학적 이점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 주변에서 펼쳐지는 여러 다자협력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에요.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여러 한계를 극복할 수 계기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중소제조업은 가동률 하락과 규모의 영세율 심화 등 사업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만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서의 적극적 역할 모색은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을 통일경제의 핵심적 경제주체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면서 성장의 원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Q. 지금까지 남북경협 사업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 것이 제조업이었는데, 향후 제조업 분야에서 남북협력 사업의 재개를 위한 바람직한 모델, 그리고 내륙을 연계하고 대외적으로 확산해 나가기 위한 전략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A.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남북경협의 토대는 제조업입니다. 한국의 산업구조 역시 이와 다르지 않죠. 실제 통일한 독일의 경우에도 결국은 제조업이 통일독일을 이끌고 있지 않습니까? 우선 개성공단의 재개는 필수적이라 할 것입니다. 물론, 현재의 대북제재 문제가 해결되어야겠죠. 국제공조를 벗어난 무리한 재개 추진은 국내외에서 저항을 받으며 재개 추진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성공단의 재개는 남북한 간의 가교 역할 뿐만 아니라 경협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에게 주는 중요한 신뢰 척도가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 같은 형태의 경협 사업은 북한 내 여타 지역에서도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성공단 운영에 따른 평양 이남 지역에서의 인력수급 한계도 지적되고 있기도 하지만, 북방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자협력 사업에서 한반도의 지경학적 가치를 제고시키기 위해서라도 접경 근처에서의 제2의 개성공단 운영은 필요합니다. 나선이나 해주, 남포, 신의주 등의 후보가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어느 지역에서 어떤 형태로 하는지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3통 문제 해결, 한국산 인정 확대, 관련 보험 제도의 정비 등 제도의 고도화가 더 중요할 것으로 생각해요. 양적인 성장만큼이나 이제는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지 않겠어요?

남북경협 초기에 추진했던 섬유 분야의 임가공 사업은 북한 내 생산설비 가동과 노동력의 복귀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사업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과 인접한 중국 및 러시아 접경에 원자재 생산과 공급을 위한 공단 설립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중국의 훈춘이나 러시아의 자루비노, 하산 등지에 원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전용 공단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 사업은 향후 남북경협의 고도화 단계에서 적시에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겠지만, 중국의 동북3성 진흥계획이나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 지역 개발 사업에서 필요한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신시장 개척 차원에서도 경제성 있는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Q.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인데, 어떠한 분야에서의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A. 남북한 간 철도 및 도로의 연결은 남북경협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기업과 상품, 인력이 이동하고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물론 이러한 인프라 구축 사업은 사실 정부가 주도하고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육로 연결 사업 자체가 갖는 의미는 중소기업이 북한에 그리고 대륙으로 진출할 유인을 구축한다는 점에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인적자원 개발도 중요한 인프라 구축 사업입니다. 시간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미래 사업이죠. 북한 주민을 기술인력으로 양성하는 사업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남북경협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도 가장 필요한 사업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사업을 DMZ를 활용해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DMZ 긴장 완화를 위한 ‘또 다른’ 전략으로써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인력개발 사업이다 보니 미래 투자 사업이고, 기업들에게는 당장 필요한 사업이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부터도 자유로운 일종의 평화적 사업이라 할 것입니다.

시야를 한반도 위쪽으로 올려보면, 현재 러시아 극동을 포함해 북방 지역에서 펼쳐지는 협력 사업은 정말 다양합니다. 거기에 참여해야죠. 예컨대, 러시아가 신동방정책의 일환으로 강력히 추진하는 ‘극동지역개발’에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까지도 대규모로 참여하고 있거든요. 극동지역개발 참여는 신시장 개척을 위한 거점 확보라는 가치뿐만 아니라 이해관계를 확대하면서 지정학적 위기를 관리하고 지경학적 이점을 활용하는 중요한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Q.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표방하는 전략의 핵심은 결국 한반도 주변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견인하여 소기의 성과를 이룩해 나가는 것인데, 다자협력 분야에서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은 어떤 것이 있으며 기대효과는 어떤지?

A. 현 단계에서 다자협력은 정말 중요합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공간적으로 한반도만을 상정한 것이 아니라 북방과 남방 지역을 정책 범위로 설정한 상황에서 다자협력을 핵심 조건으로 두고 있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지정학적으로 불안정 요소의 중심에 있는 우리가 다자협력에 적극 참여하여 협력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해요.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한반도까지 확대시키면서 남북경협을 이어가는 한편, 한반도를 역내 평화경제구조에 묶으며 지경학적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에서 추진 가능한 사업으로는 남북한과 중국이 함께 하는 위탁가공사업지원센터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신의주 등의 지역이 적합할 것입니다. 3국의 역할 확대를 통해 부가가치를 확대하는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북한 내에는 생산구조 형성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또한 러시아가 극동 개발을 위해 강력히 요구하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조선협력 사업입니다. 선박을 새롭게 건조하고 개보수할 수 있는 협력 컨소시엄이 부품 기업들과 함께 극동 지역에 진출하는 것은 러시아가 요구하는 극동지역개발 참여 기업모델이 됩니다. 수입대체 산업 육성과 인력 개발 그리고 시장 진출, 이것이 핵심입니다. 당연히 남북관계가 고도화되면 북한 지역에서의 조선협력 중요성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중소기업에는 환동해 시대와 북극항로 개발에 맞춰 역량을 전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요.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인식 구조를 공유할 수 있는 협력 사업도 필요합니다. 결국 외교나 협력이라는 것은 공감대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접경지역에 형성된 물류체계를 활용하는 4개국 협력 클러스트 사업 그리고 농업 협력 클러스트는 미래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Q. 중소기업의 사업 추진 역량과 역할 기여에 대한 측면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바라본다면 향후 정부의 정책 추진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A. 가장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의 역할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30여 년의 남북경협을 살펴보면 어떻습니까? 부침의 경협 환경을 끝까지 지킨 것은 결국 중소기업이었거든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구상하고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에 있어 중소기업을 중요한 협력 주체로 인정하고 중소기업의 구체적 역할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소기업은 경제와 사회를 연결하는 모세혈관과 같아요. 한국의 VC(value chain)와 북한의 VC가 연결되고 이것이 결국 대륙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합니다.

독일이 전체 통일비용 2.5조유로(약 3,200억원) 가운데 산업 재건에 투입한 돈은 10% 내외입니다. 나머지 비용의 대부분이 사회복지 비용으로 활용되었죠. 이는 통일 이전에 구동독 지역에 생산구조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죠. 1990년대 중후반,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르는 시기 이후에 북한의 산업과 생산구조는 붕괴되었습니다. 노동자들도 공장·기업소를 떠났기에 설비나 인력 측면에서 북한 내에 생산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요.

지금 북한은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당장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식품가공부문, 섬유·의류, 일부 일용품 부분에 대한 투자에만 집중하다보니 여전히 성장주도 산업이라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현 상황에서 남북한이 통일을 할 경우 가져올 충격은 독일통일에서 나타난 충격 이상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에 생산토대를 미리 미리 형성해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은 북한 내 생산구조를 형성하고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데 그 어떤 주체보다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해내겠다는 욕심보다는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진행되었으면 좋겠어요. 중소기업계에도 그에 맞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남북경협의 가치를 낮은 인건비가 주는 매력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계가 지닌 여러 현안 과제를 해결하고 성장의 원동력으로서 인식한 상태에서 남북경협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남북경협이 한반도 발전과 중소기업 발전의 활로임을 인식하고 함께 발맞춰 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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