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전초기지, 남북접경 지자체를 가다! | “관광과 생명 분야로 남북협력사업 추진할 계획” 2018년 4월호

2018 특별기획 통일의 전초기지, 남북접경 지자체를 가다

이순선 인제군수

“관광과 생명 분야로

남북협력사업 추진할 계획”

대담 / 손현수 평화문제연구소 부소장, 본지 편집인

이순선 인제군수

이순선 인제군수

“우리 군은 현재 ‘생명특별군’ 비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관광과 결합해 삶의 질을 높여 나가는 미래 프로젝트로를 북한 금강군으로 확대한다면

분단으로 벌어졌던 차이를 좁히면서 남북이 하나가 되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Q. 인제군은 설악산, 소양호 등 우리나라 대표적 절경들이 분포해 있고, 특히 6·25 민족상잔의 자취가 깊이 자리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 인제군의 지리·역사적 특성을 소개바랍니다.

A. 일제의 강점으로 파생된 38도선으로 인제군 4개리가 북한으로 편입되는 등 지정학적 조건으로 6·25 전쟁 시 인제는 치열한 격전지였습니다. 수복이 됐을 때는 그야말로 풀 한포기 남아 있지 않은 황무지였습니다.  지금의 인제군은 잿더미 속에서 피와 땀으로 새로 일궈 놓은 고장입니다.

접경 10개 시·군 가운데 인제군만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성은 서화면 가칠봉에서 삼재령까지 12.7㎞의 DMZ와 삼재령에서 기린면 갈전곡봉까지 87.7㎞의 백두대간이 폭넓게 교차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인제군은 광범위한 산림과 다양한 생태, 그리고 청정한 환경을 보유한 한반도의 심장부 같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제군 인제읍 전경

인제군 인제읍 전경

Q.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장을 하셨기에 접경지역의 문제점을 많이 접하셨을 줄 압니다. 지금까지 접경지역의 공통된 주요현안은 무엇입니까?

A.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라는 행정협의체를 2014년부터 2년간 맡으며 느꼈던 점은 분단 70년 시점에서 접경지역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접경지역을 안보에 방점을 두다보니 법률적으로 많은 제약이 불가피하나 지나친 제도적 제약은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보다 능동적이고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접경지라기보다 ‘통일전진기지’로 인식의 변화가 요구됩니다. 이것이 훨씬 유연하고 문제 해결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Q. 접경지역 환경을 거시적 관점으로 보면서 제정한 접경지역지원특별법2011년부터 발효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A. 「접경지역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이 법은 현재 일반법보다도 못합니다. 이유는 법조항에 「국토기본법」,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에 관한 법」 등을 비켜가도록 되어있거든요. 가장 걸리는 게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에 관한 법률에 의한 민간인 출입통제’인데요. 또 특별법인데도 재원 대책이 명시되지 않아 재원도 부족합니다. 이 같은 점을 포함해 접경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접경지역종합발전계획(2011~2030년)’을 만들어 접경지역 시·군 발전을 위한 사업을 리스트화 해서 종합계획을 만들었지만 특별법에는 재원 대책이 전혀 없습니다. 행정안전부, 국토부, 환경부, 문화관광부 소관이라는 구분만 되었을 뿐, 사업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행안부는 접경지역을 포함한 도서지역을 지원하는 특수상황지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접경지역 국회의원들 8명이 ‘접경지역사랑 국회의원협의회’를 만들었으나 수도권 규제완화 법률에 의해 지역구에 이해관계와 서로 상충돼 정치력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은 국가 전체의 차원으로 접경지역 10개 시·군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국방부와는 1년에 한 번 정도 만났는데, 이번 계기로 상·하반기 최소 2차례를 정례화해 모여 논의하기로 했고, TF팀을 만들어 접경지역과의 상생 업무를 지속 관리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위수지역 문제로 서주석 국방부 차관께서 접경지역을 직접 다녀보겠다고 양구를 다녀가기도 해서 앞으로 변화가 기대됩니다.

 

이순선 인제군수가 지난해 6월 12일 내린천휴게소 공사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이순선 인제군수가 지난해 6월 12일 내린천휴게소 공사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Q. 남북 도시 간 교류가 추진되면 인제군의 북한 측 상대는 어디가 적합하고, 지리·경제적 조건이 협력을 추진하는 데 어떤 특징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A. 인제군과 교류가 가장 적합한 곳은 북(北)강원도 금강군입니다. 지리적 위치도 비슷하고 자연환경 또한 유사한 것으로 압니다. 금강군과 협력사업을 한다면 관광과 생명 분야의 두 개 분야로 구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관광 분야를 보면, 우리 군 서화면 가전리를 통하는 육로로 내금강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내금강과 내설악을 잇는 관광벨트를 구축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과제를 가지고 인제군과 금강군이 공동으로 협력해나가는 것이죠. 우리 군은 체험을 테마로 하는 관광개발로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 노하우는 앞으로 금강산 개발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분야가 생명 분야입니다. 인제군과 금강군은 백두대간과 DMZ가 교차한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협력도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 군은 현재 ‘생명특별군’의 비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제군이 지니고 있는 광활한 산림자원, 다양한 생태자원, 그리고 청정한 환경자원을 지속가능발전 개념과 융합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최적의 생활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관광과 결합해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과 공유함으로써 군민 삶의 질을 높여 나가는 미래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인제군의 생명특별군 구상을 금강군으로 확대한다면 분단으로 벌어졌던 남북의 이념적 사고의 차이를 좁히면서 진정으로 민족이 하나가 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Q. 남북협력사업은 장단기로 구분해 추진해야 할 텐데 인제군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부터 시작할 구상이신지요?

A. 짧은 시간에 가시적 성과를 이룩할 수 있는 게 농업 분야입니다. 현재 우리 군은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까지 범위를 넓혀서 부족한 노동력 확보를 하고 있는데, 이를 북한으로 전환한다면 인제군과 금강군이 공동 번영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농업 인프라를 볼 때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경지를 정리하는 등 기계화 영농에 적합한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 조림사업도 함께 추진해 인제군이 산림을 통해서 생산해 내는 부가가치를 금강군에서도 가능하게 한다면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생명특별군’ 프로젝트 이식은 물론이고 파트너로서 역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통일이 되면 북한에 조림사업을 해야 하는데, 우리 군이 땅이 넓다는 점에서 ‘통일묘목장’ 사업을 하려 합니다. 통일되기 전이라도 남과 북이 그러한 사업을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

인제군 곰배령 전경

인제군 곰배령 전경

Q. 예전에 한참 진행하셨던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인지요?

A. 우리 군은 총면적의 89%가 산으로, 산림이 풍부하니까 생태자원도 다양합니다. 제가 환경보호과장을 하던 지난 2002년 우리 군은 야생꽃사슴 복원사업을 시도했습니다. 야생꽃사슴의 공식명칭은 대륙사슴인데 남한지역에서는 멸종됐고, 북한은 존재합니다. 북한은 백두산 쪽에 서식하던 사슴을 북강원도 금강산 쪽에서 키웠는데 이 원종을 들여와 복원시키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순수 민간차원에서 군민들이 월 1만원씩 5년간 기금을 조성하고, 군(郡)에서도 적극 지원해 정부 승인을 받아 북측과 개성에서 만나 협의를 했습니다. 구제역 때문에 농림식품부가 허가를 안 해 금강산지구에 인제군이 투자를 해 사육시설을 만들고, 사슴사료와 관리인건비를 대기로 한 겁니다. 처음은 녹용을 가져오는 조건이고, 그 사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역학조사를 해 구제역에 안전하면 생체를 들여와 복원시키는 계획을 남북이 합의했는데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사건이 발생해 중단되었습니다. 통일되기 전이라도 남과 북이 그러한 사업을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군은 앞으로 남북교류가 본격화 된다면 민간이 주도하고 행정기관이 지원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코자 합니다. 분단 70년이라는 오래 세월 달라진 의식으로 법률적이고 행정적인 경직된 접근은 간격을 좁히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민간 부문에서 나서야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인제군에서 지난해 발간한

인제군에서 지난해 발간한 <인제군생물자원도감>

Q. 그러고 보니 인제군이 통일대비 계획이 아주 탄탄한데, 작년 말 <인제군생물자원도감>을 발간하셨더군요. 생태계 공동조사도 남북협력으로 아주 중요한 사업이라고 봅니다.

A. 그렇습니다. 우리가 산이 많아 자연생태환경이 우수한데 ‘과연 뭐가 식생하는가?’의 질문에 답하고자 <인제군생물자원도감>을 발간했습니다. 동·식물을 종별로 위촉, 서울대와 충남대 교수 등이 팀을 구성해 학부 및 대학원생들과 4년간 조사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등록이 안 된 신종도 3가지나 발견되어서 학명에 반드시 ‘인제’를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강원도, 특히 인제군은 위도 상 북방생태계와 남방생태계가 만나는 지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생물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입니다. ‘나고야의정서’에 의해 앞으로 생물자원의 주권이 주어져 대한민국의 생물자원으로 등록을 해두면 예를 들어, 다른 나라가 이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할 때 우리에게 로열티를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10만종 등록이 목표인데 현재 5만종도 못 채우고 있습니다.

인제군 생물자원 I, II, III

인제군 생물자원 I, II, III

Q. 남북협력 등 통일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어떤 것이 가장 문제가 되는지요?

A. 아무래도 법률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법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주적은 북한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지자체에서 직접 남북교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전담부서 편성이나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간단치 않습니다.

다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해지고, 정전상태인 지금 상황이 종전으로 전환된다면 그때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서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기초지자체별로 추진된다면 중복 투자나 과당경쟁이 초래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근 지자체끼리 협의체를 만드는 방법도 괜찮을 것입니다.

Q. 최근 대두된 국방부의 위수지역 해제 문제로 접경지역 시군 주민들이 많이 화가 나셨던데요?

A. 네, 우리 군의 경우 면적이 서울시의 2.7배로 북한 금강군에 속해 있는 170㎢까지 합하면 제주도 면적과 맞먹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군사보호시설과 국립공원이고, 소양호의 최상류로 수질보호 등 각종 규제가 중첩돼 있습니다. 여기다 군(軍) 작전 등 국가안보라는 측면에서 주민들이 감당하는 불편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국가안보는 국가존립의 문제인데 접경지역 주민들만 이를 감내해야 하느냐, 이런 건 전체 국민들이 고르게 분담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독일은 통일 이전부터 접경지역을 통일 전진기지로 간주해 통합과정에서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인제군에 위치한 이단폭포 전경

인제군에 위치한 이단폭포 전경

Q. 위수지역 해제 문제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경제활동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데 대한 염려인데 서비스나 질, 그리고 가격 등이 보장된다면 장병들이 굳이 멀리 나갈 필요가 없지 않나요?

A. 지난주 군내 사회단체장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예전에는 위수지역이 지역통제 개념이어서 그 안에서 사업을 하는 분들이 안일하게 대처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이에 시설보수를 지원해 밝고 깨끗하게 하도록 하고, 특히 홍대 앞에 가 하루를 보내면서 대학생들의 기호, 업소의 서비스 등을 직접 보라고 했습니다.

물가는 쌀 수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식자재의 경우 서울 가락동 등지에서 구매하므로 운송비가 발생해 서울보다 비싸게 되고, 쌀도 기름진 인제쌀보다 비축쌀을 쓰면 한 사람 인건비가 나온다고 해 비축쌀을 쓰지 않도록 20kg 당 1만원(군 5천원, 농협 5천원)을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숙박요금의 경우, 인제군 내에 민박 펜션들이 대부분 외지에서 와 운영하면서 군장병들도 단순 관광객으로 취급할 뿐이에요. 또한, 주중보다 주말 요금이 비싸지만 환경은 서울보다 떨어지니 바가지로 보이는 것입니다. 보완책으로 서비스를 강조하고, 시설보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서비스가 나쁘면 SNS로 금방 퍼지니까 업자들 스스로도 주의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온 북측 응원단 숙소가 인제에 있어 수고가 많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나 에피소드를 소개바랍니다.

A.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 인제군에 전 국민, 전 세계인 이목을 집중시켜 커다란 홍보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북측 응원단을 맞이하게 된 우리 군은 정부합동준비단 등과 협의를 통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했고, 군민들이 힘을 더해주셨습니다. 우선 북측 응원단을 경호하는 경찰 인력을 위한 편의시설과 언론사 취재를 위해 임시 프레스센터를 지원했습니다. 설 명절을 맞아 인제 오대쌀로 만든 떡국용 떡과 기린면 지역에서 생산한 콩으로 만든 두부, 용대리 황태 등을 전달하면서 같은 민족의 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례로 북측 응원단은 인제다목적구장에서 공연을 펼쳐서 남과 북이 한 민족임을 확인시켰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인제군을 대내외에 크게 홍보했고 아울러 과제도 남겼습니다.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만큼 이에 걸맞게 남북교류를 이끌어가야 하고 다른 지자체들의 남북교류에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의무를 느끼게 합니다. 이를 위해 인제군민과 함께 우리 군에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를 다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이순선 인제군수

(민선 5·6기)

-인제군 출생

-전 인제군 자치행정과장, 환경보호과장, 민원봉사과장, 세무회계과장, 기획감사실장

-전 (사)사슴생태복원운동본부 총무이사

-전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 회장, 인제군문화재단 이사장

-현 인제군체육회 회장

-현 인제군장학회 이사장

(기사 정리 : 조두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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