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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김정은 전격 방중, 비핵화 위한 정교한 접근법 긴요해 2018년 4월호

특집 | 남북정상회담 초읽기 …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김정은 전격 방중, 비핵화 위한 정교한 접근법 긴요해

 박병광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이 지난 3월 2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이 지난 3월 2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비핵화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마지막 방중인 2011년 이후 처음이자,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머문 시간은 24시간에 불과하지만 그의 방중은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2년 집권 이후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를 비난하며 북·중정상회담을 거부하던 김정은이 이처럼 갑자기 중국을 방문하게 된 배경과 속셈은 무엇일까?

 

전격적인 북·중정상회담, 양국 이해가 일치했다

김정은과 시진핑의 만남은 북·중 양국 간 이해의 일치를 가장 큰 배경으로 한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이른바 ‘차이나 패싱’으로 소외감을 느끼던 중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영향력과 존재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정상회담을 통해 멀어져가던 북한을 다시 자국의 영향권 안에 머물게 할 뿐 아니라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김정은의 생각을 여과 없이 파악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집권 2기에 들어서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 다진 시진핑으로서는 외교 영역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역할 공간을 필요로 하던 시점이었다.

북한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미국의 초강경파 안보라인 등장에 불안감을 느끼고 북·중연대 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한국 정부만을 바라보기에는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북·중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 전에 대미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거나 실패했을 경우 더욱 강화될 것이 확실한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이라는 보호막이 필요했을 수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미·중갈등이 고조되는 틈새를 이용해 대북제재 이완의 계기를 만들고,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셈법이 작용한 것이다.

김정은 방중에 따른 북·중관계 개선은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 게임’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중국이 다시 추가됨으로써 ‘합종연횡’의 복합방정식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중정상회담에서 약속된 모종의 합의를 토대로 북한이 북·미협상에 나설 경우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향후 동북아 질서의 틀이 바뀔 수도 있다.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한을 조건 없는 핵 폐기의 길로 이끌고자 했던 미국의 구상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만일 중국이 다시금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게 된다면 미국의 제재와 압박 효과는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을 수용하지 못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성의 있는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북·중정상회담의 핵심 포인트는 김정은이 중국 측에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는 향후 남북, 북·미정상회담 성공의 가장 중요한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 측의 설명을 보면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과 미국에게 평화실현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불안하고 못 믿겠으니 한·미가 그간의 불신부터 해소하라는 뜻이며, 비핵화의 과정을 여러 단계로 쪼갠 뒤 조치를 취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은 ‘선(先) 핵포기’를 주장하고 있으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향한 실질적 조치가 이행되기 전까지는 어떤 보상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에 이루어진 김정은과 시진핑의 만남은 문재인 정부에 적잖은 부담과 숙제를 던진다. 첫째, 한국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징검다리 삼아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이벤트를 중재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석을 확실히 차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과 의도에 중국이라는 변수가 끼어들게 되었고 김정은이 결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중정상회담으로 자칫하면 이제는 ‘코리아 패싱’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중 셈법 파악 후 수용 가능한 최대공약수 도출해야

둘째, 중국의 등장으로 비핵화 여정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게 되었다. 한국 정부는 단계적·포괄적 로드맵을 북핵해법의 방향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단계마다 보상을 원하는 북한, 그리고 실질적 핵폐기 관련 조치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더욱 큰 시련을 맞고 있는 것이다.

셋째,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견인할 필요가 대두한다.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을 포용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면 이는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전달하고, 비핵화의 여정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북제재와 압박에도 균열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한 보다 정교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우선 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의 셈법을 정확히 파악한 뒤, 관련국들이 수용 가능한 최대공약수를 도출하고, 그런 바탕 위에서 우리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좋든 싫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중국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실현의 조력자로 끌어들여야만 한다. 끝으로 이러한 모든 노력은 4월 27일로 확정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일단은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에 만전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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