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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비핵화, 다양한 중재안으로 북·미 간 견해차 줄여야 2018년 4월호

특집 | 남북정상회담 초읽기 …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비핵화, 다양한 중재안으로 북·미 간 견해차 줄여야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뒤 읽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뒤 읽고 있다. ⓒ연합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북한의 도발 또는 미국의 선제공격에 의해 언제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된 이후 전쟁 발발 가능성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고, 남북정상회담을 잘 치르고 북·미정상회담까지 성공하면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중대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아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고 미국 내 대외정책 주요 책임자들이 대북 강경파들로 교체되고 있는데다 북·미 간에 교섭이나 협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신임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이 대북 강경파인데다 신임 백악관 안보보좌관 존 볼튼은 아예 북한과의 협상이 필요 없고 군사적 해결 방식을 통한 북한 정권교체가 북핵문제 해결에 제일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네오콘’ 정치인이므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거나 개최되더라도 서로 간의 이견만 확인한다면 북한의 추가도발이나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이 클 것이므로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 현재까지는 조건부 비핵화 용의 보인 수준

두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려면 먼저 북한의 입장을 잘 알아야 한다. 사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 특사단에 밝힌 것은 비핵화의 긴 여정을 생각하면 대화 진입을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 그전까지 김정은은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했으므로 미국과의 핵포기 협상은 불가하며 핵군축 회담만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에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고 “북한에 대한 군사위협이 제거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해 조건부 비핵화 용의를 보인 데 불과하다. 또한 비핵화는 먼 여정의 종착지이므로 일단 협상개시를 위한 선의의 표시로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궁극적인 비핵화에 이르려면 협상개시를 거쳐 동결과정으로서의 핵시설 폐쇄(shut down)와 주요 부품의 불능화(disablement), 모든 핵과 미사일 자산 신고와 검증, 핵시설 폐기, 미사일 및 핵무기의 이전이나 폐기, 핵과 미사일 과학자의 전직, 마지막 단계로서 검증 및 사찰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현재 핵과 미사일의 실험은 유예했지만 그 프로그램은 여전히 가동 중이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협상개시 여건만 조성된 것이고 궁극적인 비핵화는 아직 요원하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정상간 빅딜 타결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합의가 도출되는 데는 많은 장애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먼저 양측이 사용하는 비핵화란 용어의 개념이 모호하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개념 속에 북핵 제거와 함께 남한에 대한 핵사찰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접근 금지를 포함시키고 있고, 그것도 조건부로만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핵해체(CVID)를 의미한다. 따라서 북·미회담 중에는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유예, 동결, 폐쇄, 불능화, 검증, 사찰, 폐기 등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핵화 조건 체제안보’,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가?

북한이 내건 비핵화의 조건인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보장을 어떤 단계와 수준으로 어떻게 제공해 주느냐는 협상의 성패를 가를 핵심적인 사안이다. 북한이 체제를 지키려고 핵을 개발했으므로 핵을 포기시키려면 핵 없이도 체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 간에 신뢰는커녕 상호 적대감이 충만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체제안전을 과연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우리는 착한 나라이므로 북한이 핵을 확실히 포기하면 우리가 북한의 체제에 위해를 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믿을 수 없었다. 리비아의 카다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례 등은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를 믿고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할 때 체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런 독재자들의 몰락사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하도록 하려면 김정은이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체제안전을 보장해 준다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과연 트럼프가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군사위협의 경우 김정은이 핵을 포기한 뒤에는 재래식 군사력만 남게 될 것이므로 그런 상태로도 체제를 지킬 수 있도록 남북 및 주한미군 3자 간 군사력 균형을 유지해줘야 한다.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을 쓰고 있으므로 북한에게도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체제 안전보장을 위해서는 내정간섭이나 탈북 유도 작업을 삼가고 확성기와 대북라디오 방송 및 전단 살포를 중단하며 북한 내 반정부 활동 지원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북·미수교도 원할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북한의 비핵화를 가속화시키고 싶다면, 북·미수교를 비핵화 전에 시행해 북한에게 신뢰를 먼저 보여주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전향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비핵화가 진전되더라도 과거 북한 핵의 불능화가 90% 정도 진행되다가 폐기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결국 무산된 이유인 검증과 사찰이 또 다른 중대한 장애로 존재한다. 먼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자산의 완전한 목록에 대한 신고가 검증 이전 동결 단계 진입 시에 필요하다. 양측 간 신뢰가 박약하므로 미국은 신고와 비핵화 단계마다 검증 및 사찰을 요구할 것이고 북한은 주권사항임을 내세워 가능한 최소한의 형식적인 검증 및 사찰만 받으려 할 것이다. 이러한 신고와 검증이 사실상 최고의 난제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양측 간 신뢰가 부족하므로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 이미 노출된 영변 핵시설을 동결한다면서 대북제재를 상당부분 완화하는 등 보상을 받고 실제로는 다른 지역에서 우라늄농축 등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를 진행한다면, 미국과 우리는 또다시 기만당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개진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숨어있는 장애 요인도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목표는 우선 러시아 커넥션으로 인한 사법절차라는 국내정치적 궁지에서 탈출하고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권력을 강화하며 나아가 2년 뒤 재선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5월 북·미정상회담이 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적절한 구실을 찾아 회담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 또한 회담을 하더라도 북핵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구축을 지향하기보다 미국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정도로 북한과 담합하거나 아니면 초강경 기조로 대화를 진행해 회담을 결렬시키고 군사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만약 트럼프가 장거리미사일 문제만 타결하고 북핵문제는 미봉할 경우 1994년 제네바합의 때처럼 우리는 통미봉남 구도에 빠질 것이고, 더구나 회담이 파국으로 끝난다면 북한의 군사도발이나 미국의 선제 군사행동 가능성으로 우리는 지난해보다 더 위태로운 군사적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미 간 신뢰부족 상태 한국이 간극 메울 수 있어야

두 정상회담의 개최가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며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중차대한 계기지만 여러 난관이 존재하므로, 정부는 이들을 유념해 하나하나 슬기롭게 극복해 가야한다. 먼저 남북정상 간 핫라인이 가설되어 수시로 정상 간 통화가 가능하게 되고 셔틀 정상회담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보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다지는 기반 조성에 중점을 두어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정상 간에 한민족의 미래비전을 주고받고,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담는 기본조약을 체결하도록 준비할 것을 약속하며 당국 간 만남을 정례화하는 수준으로도 족하지만, 남북관계의 발전도 비핵화의 진전 여부에 상당 부분 달려 있으므로 북핵과 한반도 평화구축 부문에서 성과가 나오도록 집중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하므로 우리가 이 간극을 메워주어야 하고,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정상 간 신뢰를 강화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현재 북·미 양측이 타협안을 강구하기보다는 샅바싸움이나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므로 우리가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다양한 중재안을 만들어 양측의 견해차를 줄여줘야 한다. 게다가 양측 간 신뢰가 부족해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이행이 될 지를 의심할 것이므로 상호 신뢰조성 및 확보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핵과 미사일 자산을 공개하고 검증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북한을 설득하고, 미국이 제공하는 대북 보상 및 보장조치는 중국과 함께 다자적으로 보증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북·미정상이 합의에 도달하려면 김정은과 트럼프가 기대 수준을 어느 정도 낮추면서 어떻게든 타협을 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정은에게는 지연작전을 구사할 경우 미국이 실제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구사해온 칭찬외교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 대한 트럼프의 기여를 계속 부각시켜 그가 적극적으로 합의를 추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끝으로 만약 북·미정상회담에서 별 성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에는 한반도 안보정세가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Plan-B’ 차원의 대책도 철저하게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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