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WHY? | 골란 고원에 드리운 먹구름 … 이란-이스라엘, 자칫 전면전? 2018년 6월호
글로벌포커스 WHY?
골란 고원에 드리운 먹구름
이란–이스라엘, 자칫 전면전?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시리아 남서부에는 평균 해발 1,000m의 골란 고원이 있다. 서쪽으로 이스라엘, 남쪽으로 요르단, 북쪽으로 레바논과 맞닿은 골란 고원은 남북 길이 71㎞, 동서 최대 너비 43㎞, 면적 1,800㎢로 여의도 넓이의 140배나 되는 거대한 구릉지대다. 골란 고원에서는 인근에 있는 헤르몬 산(2,814m)의 정상에 있는 만년설의 녹은 물이 흘러들어오는 덕분에 예전부터 채소와 과일 등이 풍부하게 생산된다. 특히 골란 고원은 요르단 강과 갈릴리 호수 등의 근원지(根源地)다. 골란 고원은 역사적으로 볼 때 대대로 아랍 민족들과 오스만 튀르크가 지배해왔다.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골란 고원을 차지했다. 프랑스는 1916년 영국과 체결한 사이크스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에 따라 시리아와 골란 고원을 통치했다. 시리아는 194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골란 고원을 자국의 쿠네이트라 주에 편입시켰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월 5~10일 엿새간 시리아·요르단·이집트를 선제공격하면서 이른바 ‘6일 전쟁’인 제3차 중동전쟁을 벌여 승리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 동예루살렘, 골란 고원, 요르단 강 서안 지구, 가자 지구 등을 점령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와 가자 지구에서는 군 병력을 철수했지만 골란 고원과 동예루살렘은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시리아는 영토를 탈환하고자 이집트와 함께 1973년 10월 6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제4차 중동전쟁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골란 고원을 놓고 전쟁까지 벌인 이유는 골란 고원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골란 고원에 오르면 갈릴리 호수를 비롯해 이스라엘 곡창지대인 이스르엘 평야가 한눈에 보인다. 시리아 쪽으로는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이르는 평야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골란 고원을 차지하는 쪽이 상대국의 군사 움직임을 손쉽게 간파할 수 있다.
군사요충지 골란 고원, 최근 긴장국면에 일촉즉발 화약고로
이스라엘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중에서 이집트와 요르단과는 1979년과 1994년 각각 평화협정을 맺어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는 지금도 대치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그동안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협상을 벌여왔지만 한 치의 진전도 없다. 시리아는 골란 고원이 자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즉각 반환하고 협상하자는 입장인 반면 이스라엘은 평화가 정착된 후 골란 고원을 반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양국의 협상은 시리아 내전 사태가 2011년 3월 발발한 이후 아예 중단됐다. 시리아 정부가 반군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으로 골란 고원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의 골란 고원 영토분쟁에서 이란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시리아 내전 사태에서 알 아사드 대통령과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 병력은 물론 각종 무기와 병참, 정보 등을 지원해왔다. 게다가 이란은 시리아 내에 드론 기지, 로켓과 레이더 기지 및 정보 센터, 무기고 등 각종 군사 기지들을 구축해왔다. 특히 이란의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의 알 쿠드스 군은 대규모 훈련시설을 세워 5만 명에서 8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시아파 민병대를 훈련시켜왔다.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이라크, 시리아,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일종의 ‘초승달 벨트’를 구축하고 지중해까지 진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 경우 이란은 시아파 세력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숙적인 이스라엘과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이란이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유지하고,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한다면 상당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스라엘은 그동안 시리아에서 군 병력을 철수시킬 것을 이란에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군 병력을 철수시키지 않자 수차례 무력을 행사해왔다. 이스라엘 군은 지난 2월 10일 시리아 중부 팔미라 인근에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부대인 알 쿠드스 군이 건설한 군사 기지에서 이륙한 무인정찰기(드론)가 국경을 넘어 자국 영토로 들어오자 아파치 헬기를 동원해 격추시켰다. 이스라엘 군은 지난 4월 9일 시리아 중부 홈스에 있는 T-4 군용 비행장을 미사일로 공격해 이곳에 주둔해있던 이란 군 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군은 지난 4월 29일 시리아 하마 지역의 시리아 정부군 제47여단을 미사일로 공격해 시리아 정부군 4명과 이란 군 22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군은 지난 5월 8일에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의 키스웨 지역에 있는 이란 군 무기고와 로켓 발사대를 미사일로 공격해 이란 군 9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기습 미사일 공방전 … 美 이란 핵합의 파기, 기름 끼얹어
이란 군은 이스라엘 군의 수차례 공격에도 직접적으로 맞대응하지 않다가 지난 5월 10일 골란 고원의 이스라엘 군 초소와 유대인 정착촌 등에 로켓포 20여 발을 발사하는 등 기습 공격을 가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직접 무력을 행사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란이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온 것은 미국이 핵합의를 유지하고 제재조치를 해제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8일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하고 지금까지 유보해왔던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를 원상 복구한다고 선언하자 이란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골란 고원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은 그동안 시리아 시아파 민병대와 헤즈볼라의 정예 병력을 골란 고원 쪽으로 비밀리에 이동시켜 왔다. 때문에 이란의 목표는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골란 고원을 탈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란이 골란 고원에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군의 공격은 또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파기 결정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에 분개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4월 30일 이란이 핵합의 이후에도 이를 무시하고 10㏏급 핵탄두 5개를 생산할 수 있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가동해왔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프로젝트 아마드’라는 이름의 비밀 핵개발 프로그램의 내용이 담긴 문서와 CD를 이란 수도 테헤란의 비밀 저장소에서 입수했다면서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스라엘 군은 이란 군의 기습 공격 직후에 F-15와 F-16 등 전투기 28대를 동원해 시리아 내에 있는 70개의 이란 군 목표물을 공습했다. 이스라엘 군의 반격 작전은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시리아 영토 내에서 최대 규모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레드 라인을 넘었다”면서 “누구든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우리는 7배로 보복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5월 11일 골란 고원을 방문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시리아 내 이란 군을 쫓아내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앞으로 양국은 자칫하면 핵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파기에 반발해 핵개발에 나선다면 이스라엘로서는 이를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5월 21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타결한 이란 핵합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협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이란과의 새로운 핵합의에 담길 12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란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우라늄 농축 중단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재처리 중단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이란 내 군사시설을 포함한 시설에 무제한 사찰 허용 ▲과거 핵무기 개발 계획 전면 공개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 지원 중단 ▲시리아에서 이란 병력 전면 철수 ▲이라크 정치 개입 중단 ▲미국이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원 중단 ▲이스라엘을 향한 위협 중단 ▲이란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의 즉각 석방 ▲이란 국민의 인권 침해 중단 등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과 새로운 핵합의를 위해 12개 항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현 이란 지도부 교체를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 고위 관리들은 현재 78세로 건강이 좋지 않은 이란의 국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구도를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가 사망한다면 이란 정국에 커다란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목소리 높이는 이란 강경파 … 대(對)이스라엘 전면전으로?
미국 재무부는 8월 6일부터 이란의 자동차와 항공 부문, 11월 4일부터 이란의 원유 등 에너지와 중앙은행 등 금융 부문에 대해 제재조치를 각각 다시 내릴 예정이다. 미국의 제재조치가 단행되면 이란은 원유 수출이 막히는 등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란의 강경파는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경파의 대표격인 알리 샴커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란 정부는 일단 핵합의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은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3개국,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핵합의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폼페이오 장관의 12개 요구사항에 대해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로하니 대통령은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핵합의를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어떠한 제약 없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의 압박과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스라엘의 위협으로 궁지에 몰린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이 핵개발을 다시 추진할 경우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1981년과 2007년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시설을 폭격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최근 미국에서 도입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사상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했다. F-35는 스텔스 기능 때문에 레이더에 탐지될 가능성이 낮아 적국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F-35를 실전에 투입함으로써 공군력을 대폭 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유사시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도 이에 맞서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 및 정부군을 내세워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벌일 수 있다.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일 수도 있다.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아>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은 시간 문제라면서 이는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중동 지역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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