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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남북경협 재개와 확대 … 냉철한 현실인식 긴요하다 2018년 6월호

시론

남북경협 재개와 확대 … 냉철한 현실인식 긴요하다

홍양호 /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장 (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전 통일부 차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개된 남북한 간 화해무드로 급기야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와 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한은 공동으로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 ‘판문점 선언’의 핵심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합의를 한 것에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모든 남북관계의 경색과 한반도 안보위기는 원초적으로 국제사회의 설득, 경고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불법적이고 끊임없는 핵무기 개발에 있었기 때문이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미국과 북한은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발표하였다. 앞으로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양측이 성공적으로 합의한다면 남북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고,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구조로 접어들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남북 경제협력의 재개 및 확대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경협 추진에 강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환동해 경제벨트(관광·자원·에너지벨트), 환황해 경제벨트(산업·물류·교통벨트) 및 접경지역 평화벨트(환경·평화벨트)라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는 결과로, 당초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에는 남북경협이 우선협의 과제가 아니라고 하였는데 정작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중요한 합의를 하였다. 2007년 남북 정상 간 발표하였던 10·4정상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로 하였다.

남북경협, 안보정세 요인에 결정적으로 취약한 한계 가져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월 13일 <폭스뉴스> 회견에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할 경우 한국과 견줄만한 북한의 경제적 번영을 위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고 … 북한의 에너지망 건설과 인프라 발전에 미국의 민간 부문이 도울 수 있다”고 발언하였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언론은 “북한판 마샬 플랜”이라고 지칭하기도 하였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핵무력 건설과 경제건설 병진노선’ 전략을 추진하여 왔고, 이러한 전략적 노선 아래 그동안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였으며, 지난해 말에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올해 4월 2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이 승리하였다고 자축하면서 앞으로는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결정하며, 그 연장선 상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도출해 내고, 미국과도 북핵과 거래로 북한 체제보장과 더불어 외부로부터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두 차례 방중 이후 5월 16일 중국을 방문한 박태성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등 친선참관단이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을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정치·군사·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적극적인 의중을 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한반도 정세의 긍정적 변화에 고무되어 개성공단기업협회가 5월에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가 재입주 희망을 표시하였다. 물론 금강산·개성관광 사업을 했던 현대아산을 비롯한 협력업체도 관광 재개를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외 평양 등 다른 지역에 진출했던 투자기업이나 북한과 교역을 했던 기업들도 사업 재개 가능성으로 잔뜩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남북경협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남북경협이 재개되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환경과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988년 노태우 정부 당시 ‘7·7선언’ 이후 남북 경제교류가 태동되어 30여 년의 남북 경제교류협력의 역사가 있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와 방법으로 민간과 정부 차원의 남북 간 경협이 추진되어 왔으나 남북관계의 진전과 후퇴, 상승과 하강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남북 경제교류협력도 기복의 과정을 밟아 왔다. 기본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북핵 문제,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등 한반도 안보정세 요인에 심각한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위축 또는 정체되거나 급기야 완전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기본적으로 한반도 안보정세가 지속적으로 안정되거나, 완전한 정경분리가 제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북경협은 안보정세 요인에 결정적으로 취약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안보정세 요인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남북 경제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되기 위해서는 북한에서의 자유롭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북한은 그들의 정치·사회체제에 미치는 외부의 영향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북한식 체제의 틀 안에서만 우리 기업의 경제활동을 허용해 왔다. 북한의 수령체제 모독이라는 이유로 엄격한 징벌, 보편타당한 법적 절차가 보장되지 않는 인신구속, 자유로운 통행·통신의 제약, 우리 신문의 소지 거부, 북한 근로자에 대한 노무관리의 자율성 부족, 법·제도의 신뢰성 부족, 북한 관리들의 경직성과 투명성 부족 등으로 북한에서의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최소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의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수준은 되어야 남북 경제협력이 확대, 발전될 수 있는데, 북한 체제의 경직성과 자신감 부족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그리하지 못했다.

또한 북한의 인프라 부족과 노후 설비, 원자재 공급의 부족, 시장경제 마인드(품질, 디자인, 경쟁, 납기, 신뢰 등) 부족으로 우리 기업이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하므로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문제다. 북한은 외부기업의 활동에 대해서 북한의 정치·사회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군사안보를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수익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법으로 운용해 왔다. 우리는 북한 근로자의 저렴한 인건비, 일부 품목에서의 높은 수익성,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 한반도 평화 그리고 궁극적인 통일을 위한 정책적 차원의 지원 등으로 민간과 정부차원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해 왔다. 이것이 그동안 남북 경제협력의 실상이라고 엄격하게 진단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낮은 단계의 남북 경제협력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 경제건설 내적동력 보여 , 대외조건 구축 진력해야

앞으로 새로운 남북 경제협력이 시작되고 나아가 확대, 발전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남북경협의 한계와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이 공고히 되어야 하며, 북한 체제가 과거 중국과 베트남처럼 개혁·개방 수준으로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남북 경제협력은 중간 단계(자유롭고 정상적인 경제활동 수준), 나아가 높은 단계(남북경제공동체 수준)의 남북 경제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고 우리 기업과 정부도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한 남북 경제협력을 확대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 경제건설에 총력을 다해가겠다고 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국제사회에 약속하면서 한국, 미국, 중국 등과 빅딜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전개과정이 주목된다. 북한 내적으로도 장마당 활성화로 시작된 시장경제화가 진행되고 있고, 중앙 및 지방급 모두 36개의 경제개발구를 추진하려는 시도가 있어 내적 동력은 있다고 보겠다. 그러나 앞으로도 과거처럼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도 없고, 남북관계도 진전과 후퇴를 되풀이 한다면 남북 경제협력은 재개되더라도 또다시 위축되거나 정체되는 기복의 과정을 밟을 것이며, 불안정한 남북경협으로 우리는 많은 경제적 손실과 대북 및 통일정책의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면밀하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기를 바라고, 우리 기업도 냉정한 판단으로 남북경협을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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