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8월 2일

2018 통일준비 역량강화 국외연수 | 새로운 관점 갖게 된 북·중·러 접경 현장탐방 2018년 8월호

2018 통일준비 역량강화 국외연수 

새로운 관점 갖게 된

··러 접경 현장탐방

강병의 / 고양시청 평화인권도시팀장 / 정치학 박사

필자는 최근 경기도청이 진행한 ‘2018 통일준비 역량강화 국외연수’에 참가, 북한·중국·러시아 접경지역을 직접 답사하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기에 필자의 경험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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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리가 중국 랴오닝성의 다롄시에서 시작, 러시아 연해주 아르춈시까지의 공간적 이동거리는 2,350㎞에 달했다. 이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442㎞를 비교해보면 대략 5배가 넘는 장거리로,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의미 있는 현장체험 연수였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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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중국과 북한을 경계로 흐르고 있는 압록강과 두만강의 북·중 접경지역의 통상구와 북한의 경제개발구가 접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하여 지역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파악한 점이다. 이에 북한의 변화를 전망해보게 되었으며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또한 북방경제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최근, 그 요충지인 연해주에서 남·북·러 경제협력의 가치 등을 파악하고 이에 요구되는 공무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안중근 의사와 최재형 선생 독립운동 현장의 숨결 느껴

프로그램 진행 중에 특별한 감동을 받았던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다. 중국 다롄시의 뤼순일본관동도독부 지방법원을 방문했을 때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았던 법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재판관 앞에 있는 피고석에 필자도 직접 앉아볼 수 있었다. 해설사로부터 당시의 상황을 들으면서 법정 의자에 직접 앉아보니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아려짐을 느꼈다.

당시 일본의 재판과정은 정말 졸속재판으로 이루어졌는데 판사, 변호사, 통역관, 방청인까지 모두 일본인으로 그야말로 재판은 형식에 불과하였다. 일본의 각본대로 안 의사는 사형을 선고 받을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였다. 또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고난 이후 그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러시아 연해주의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과 친지들로부터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그는 “사형이 선고되거든 당당하게 죽음을 택해서 속히 하느님 앞으로 가라”는 모친의 말씀에 따라 목숨을 구걸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사형선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참으로 가슴이 저미는 일이었다.

이렇게 나라를 구하기 위해 소중한 목숨을 기꺼이 던질 수 있는 용기와 행동은 길이길이 후손들에게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 과정 중에 알게 된 것은 안중근 의사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연해주 우수리스크의 거부 최재형 선생의 존재였다. 자신의 전 재산을 독립군 자금으로 지원했던 선생이 일본군에 의해 총살당했다는 안타까운 사실도 알게 되면서 선생에 대한 존경심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였다.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동포학자의 조언은?

ss중국 연변대 세미나는 ‘중국의 동북개발 전략과 북·중·러 접경개발 전망’이란 주제로 현동일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발제 내용은 여러 가지 새로운 관점을 생각하게 하였다. 현재 급변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남한이 북한과 교류를 시작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그는 북한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 이유는 현재 북한의 쌀 생산량은 연간 200만t에 불과한데, 2,400만 북한주민에게 필요한 쌀은 800만t인만큼 극심한 식량난과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우선으로 북한에 쌀 600만t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마음에 와 닿았다.

20180801_143802다음으로는 자금이 필요한 북한이 이를 빠르게 마련할 수 있는 길은 관광사업이므로 조속히 금강산관광 등이 재개될 수 있도록 유엔제재가 하루빨리 해제되는 데 남한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중교류에 있어서 중국 훈춘의 두만강 지역 내 위치한 권하세관과 마주하고 있는 북한 원정세관 간 나진-원정 도로는 현재 북한이 중국과 연결되는 주요한 운송로이며, 나선경제특구와 직접 통하는 최상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 세관은 교량으로 연결되어 있고, 현재 중국 지린성과 북한 간 육로를 통한 세관 중 여객 및 차량, 화물량이 가장 많은 통로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남북관계가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남북은 교류 활성화와 협력체제 구축에 결단을 내릴 기회가 왔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특히 대한민국 차원에서는 더 긍정적인 시각에서 북한을 받아들이고 용기 있는 자세와 파격적인 정책으로 남북교류의 물꼬를 본격적으로 터야 할 시기라는 그의 지적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또 다른 특이사항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인 압록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본 압록강 건너 북한 마을들의 모습이었다. 남한에서 북한을 바라볼 때의 느낌은 남북의 군인들이 서로 총을 들고 경계근무를 하면서 언제든지 사격을 가할 대결적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압록강 건너 길게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북한의 마을들은 주택의 모습이 하나같이 비슷했고, 집집마다 지붕위로 굴뚝이 솟아 있는 모습은 1960년대 남한을 회상시키기도 했다. 마을 주변의 산들은 예외 없이 헐벗은 모습이었다. 산을 개간하여 밭으로 사용하고 있고, 아직도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마을 주변 높은 곳은 군사 경계초소가 세워져 있는 것도 관찰되었다.

 

평온한 압록강 마을과 활기찬 혜산시, 모두 북한의 모습

20180801_143912한편, 마을에서 가까운 압록강변의 풍경은 무척 평온해 보였다. 강가에 내려와 빨래하는 아낙네와 물장구치는 아이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웃통을 벗고 몸을 씻는 사람들, 압록강과 계곡의 물길이 맞닿는 지점에서는 주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압록강가는 주민들이 강물에 들어가 허리를 굽혀 무엇인가 열심히 잡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었는데, 아마도 다슬기를 잡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이들의 모습에서는 군사적 긴장감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간혹 경계초소 주변에 북한 군인의 모습도 관찰되었지만 긴장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압록강 북한 마을들은 대부분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사람들이 평화롭게 생활하는 것을 보면서 다소 색다른 느낌을 가졌다.

이동 중에 차창 밖으로 본 중국과 북한 사이에 흐르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쪽은 허리높이의 경계석과 경계석 사이에 철조망이 쳐있었고, 간혹 중간에 끊어진 철조망도 관찰되었다. 북한 쪽 강가는 군사 경계초소가 일정 간격으로 세워져 있고, 경계선도 허리높이의 철조망이었지만 길고 허술하게 쳐져있어 마음만 먹으면 수심이 낮고 강폭이 좁은 곳을 통해 언제든지 중국으로 쉽게 넘어올 수 있는 지리적 여건으로 보였다.

이렇게 거의 대동소이한 마을들과는 다르게 백두산 가까이 있는 장백조선족현 전망대에 올라 북한의 혜산시를 한눈에 바라보면서는 또 다른 놀라움을 느껴야 했다. 눈앞에 펼쳐진 혜산시는 도시의 규모나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까지 본 마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활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잘 지어진 아파트와 정비된 도로,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노는 아이들, 거리를 편안하게 걷고 있는 주민 등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평온한 움직임까지, 이것 또한 북한의 모습이었다.

이외에도 백두산 서쪽 능선으로 올라가 바라 본 천지와 하로하 조선족향에서 가진 마을 인사들과의 간담회, 우수리스크 고려인들과의 대화는 아직도 뇌리에 그 여운이 남아있다. 이번 접경지역 연수는 긴 일정을 잘 소화했다는 뿌듯한 마음과 함께 공직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부담 그리고 향후 남북 교류를 위한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심혈을 기울여 이와 같은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경기도와 진행기관인 평화문제연구소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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