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신남방정책 지역, 우리에게 기회인 이유? 2018년 8월호
특집 | 사람, 번영 그리고 평화 … 신남방정책의 미래는?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포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은 유라시아를 향한 신북방정책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외교 비전인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의 양축 중 하나다. 중국과 미국에 의존적인 우리나라 경제·외교 관계를 다변화해 전략적인 포석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대외적 충격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및 인도와 함께 평화공동체 건설, 즉 중국, 일본, 인도, 한국이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보완적인 관계를 강화해 더불어 번영할 수 있는 기틀을 구축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인 것이다. 특히 신남방정책의 투영 지역은 국제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최전선이며 그 여파가 한반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의 과감하고 역동적인 외교적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자안보와 경제공동체 통합이 핵심인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신북방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구상과 추진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신남방정책 지역
우리에게 기회인 이유?
이재현 /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동남아 최초의 국가 간 고속철도 건설사업 수주를 위해 중국이 쿠알라룸푸르에 설치한 홍보용 전시장에서 지난해 1월 17일 시민들이 철도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야심차게 추진된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들과 인도를 대상으로 한다.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3개국(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순방에 이어 2018년 3월 베트남 방문으로 아세안에 대한 신남방정책 소개가 이루어졌다. 2018년 7월에는 신남방정책의 또 다른 축인 인도, 2018년 아세안 의장국으로 대(對)아세안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이기도 한 싱가포르 순방을 통해 정상차원 신남방정책 의지 표현이 한층 강화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와 지역은 한국에게 어떤 기회의 요인으로 작용할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넘어선 미래지향의 공간
한국에게 신남방정책 대상 지역과 국가가 가지는 기회요인은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미래지향, 외교다변화, 경제협력, 외교·안보적 중요성, 사회·문화적 의미가 그것이다. 먼저 7월 초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신남방정책의 3P 원칙, 즉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에 플러스(Plus)를 추가, ‘3P 플러스’ 개념을 제시했다. 플러스가 의미하는 바는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와 협력은 미래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미래를 이들 국가와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의 미래지향이다.
물론 기존 한국의 4강 외교 대상은 다양한 현안과 이익 실현을 위해서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외교를 4강, 한반도 문제에만 가두어 둔다면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한국의 미래 번영, 안정, 평화를 위해서는 신남방정책 대상 지역 국가와 같은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이 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이러한 새로이 부상하는 지역과 지금부터라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 한국의 미래 비전이다.
두 번째 기회요인은 외교다변화다. 외교다변화는 문재인 정부 대외정책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앞서 언급한 미래지향이라는 가치와 연결된다. 지금까지 한국 외교는 긴급한 한반도 안보 문제 해결, 당면한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그리고 강대국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와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조건을 가진 한국은 4강을 넘어서 최대한 많은 전략적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강대국에 대한 우리의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 외교의 다변화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세안 10개국, 그리고 인도라는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와 지역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경제협력에 있어서 이미 신남방정책 대상 지역의 중요성은 입증되었다. 아세안 지역은 한국의 제2위의 무역 및 투자 대상국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은 아세안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무역흑자를 기록해왔다. 뿐만 아니라 아세안 지역은 아세안 경제통합을 통해서 인구 6억 명이 넘는 아시아 제3의 단일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세안은 수년간 개발도상국 평균 성장률을 넘어서는 연 5% 이상의 경제성장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향후 한·아세안 경제협력의 키워드는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의 이익 창출이 아니다. 아세안의 성장을 위해 한국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신남방정책은 아세안과 상생번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도와 경제협력은 인도가 가진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크지 않다. 인도 경제가 가진 폐쇄적인 관성 때문이다. 신남방정책이 인도에 경제적으로 관심을 가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간 협력을 통해서 경제협력 물꼬를 터 기업들이 인도에 더 많이 진출하고 이를 통해 인도와 상호이익이 되는 경제협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외교·안보 차원에서도 아세안은 인도에 한 발 앞서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전략적 동반자로 다양한 방면에서 이미 상당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발전시켜야 할 부문들이 많다. 아세안은 집합적으로 지역 다자외교의 핵심이다. 아세안이 지역 다자협력에서 핵심적 위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 개념이 여전히 강력한 만큼 한국이 지역 다자외교에서 보다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세안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역의 다양한 비전통 및 인간안보 문제에서 한국의 공헌이 더 필요하다. 이를 통해 중견국 한국의 지역적, 국제적 지위는 더 향상될 수 있는데, 여기서도 아세안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 아세안이 할 수 있는 역할도 많다. 북한의 경제적 대외개방, 지역외교 무대 데뷔, 경제성장을 위한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아세안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도 역시 지역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로 외교, 안보, 전략적 측면에서 한국이 향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하는 대상이다. 무엇보다 ‘인도-퍼시픽’이라는 새로 부상하는 지역전략 개념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인도와 외교·안보 협력이 더욱 심화될 필요가 있다.
상생번영 가치와 우리의 연성권력 증대할 잠재력 지녀
마지막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세안은 1990년대 말부터 한류의 진원지였고, 한류의 위력은 여전히 아세안 국가들에서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류의 경제적 효과를 차지하고 한류를 통해서 한국 문화가 해외에 소개되며 소비되는 과정은 한국의 연성권력(soft power)이 증대되고 확산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기존 강대국이 앞세우는 경성권력(hard power)과 구별되는 새로운 힘을 가진 중견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연성권력의 형성, 확장, 유지를 위해 아세안 지역은 매우 중요하다.
반면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은 아세안의 다문화 수용과 관리, 활용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효과적 다문화 사회를 유지하고 이를 아세안의 힘으로 전환시켜 내는 아세안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라도 신남방정책의 성공은 중요하고 신남방정책의 대상 지역과 국가는 한국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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