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굶주림의 리얼리티,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 2018년 10월호
북리뷰
굶주림의 리얼리티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
이희은 /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원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정확한 뜻은 모를지라도 1990년대 중반, 북한에 대기근이 일어나 많은 수의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뉴스나 매체를 통해 익히 들어왔다. 그 당시 숨졌다고 추정하는 수는 33만명부터 300만명까지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33만명이 가장 믿을만한 수치라고 한다. 33만명이라는 숫자도 3년 내내 매일 300명이 죽어야 나올 수 있는 수치이므로, 그 참담함은 매한가지다.
이 참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은 한 소년이 있다. 심지어 한쪽 팔과 다리가 없는 장애를 가진 소년이다. 그 소년의 이름은 지성호. 책의 주인공이다. 작가는 이 소년의 이야기를 소년이 살았던 마을 풍경의 변화에 따라 무서우리만큼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또한 이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해 “독자들이 그저 눈을 감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잘못 없이 굶어 죽은 비극에 대해 더 슬퍼해주기를 바란다. … 나는 고난의 행군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집중하려 한다. 굶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굶주리면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인간의 존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그런 가운데에서도 동시에 인간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가치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쓰려 한다”고 밝혔다.
책은 135페이지로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몇 장 읽다가 덮기를 반복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의 참혹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굶어서 죽는다’는 표현을 말로만 들었을 뿐 실제로 겪게 되면 어떤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치달으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윤리의식도, 위생관념도 잃어가며 어떤 상식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왜 살아야 하느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
소년은 함경북도 회령시 학포탄광 마을에서 살았다. 흔히 유배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 살았지만 소년의 집은 출신 성분이 좋은 특권계층이었다. 가족들은 대부분 당 간부, 군, 교사 등 당성이 매우 좋은 집안이었다. 그랬던 소년의 집도 ‘고난의 행군’이라는 재앙을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있던 귀중품, 때가 되면 팔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보관했던 물건들마저 삼촌이 사기치고, 훔쳐 가버렸다. 무엇이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했던 소년의 가족은 학포탄광에서 석탄을 싣고 나오는 열차에 올라타 석탄을 훔쳐 회령시 사람들에게 파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 일이 생긴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나간 소년은 참변을 당하고 만다. 기차에서 떨어져 왼쪽 다리와 손이 절단된 것이다. 수액도, 수혈할 피도, 제대로 된 장비도, 충분한 양의 마취약도 없는 병원에서 소년은 수술을 했다. 그리고 죽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는, 살아있는 지옥을 경험했다. 그 때마다 던졌던 질문. “네 이름이 뭐냐. 왜 살아야 하느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
소년은 기적적으로 살았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 땅에서 북한의 인권과 실상을 알리고 있다. 이 소년의 남은 ‘팔과 다리’는 자유와 기적, 희망을 향한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이 소년의 이야기는 단순한 ‘탈북스토리’가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팔과 다리의 힘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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