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동네 리얼스토리 | 황금송이 2018년 10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92
황금송이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8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의 한 달은 북한에서 ‘황금’을 줍는 시기다.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당국에서 당 자금 마련, 즉 외화벌이 일환으로 주민을 버섯 채취에 동원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쌀과 밀가루를 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고 집에서 제조한 농주가 아니라 ‘넥타이’를 맨(상표 달린) 병술도 마실 수 있다. 실로 송이버섯만 많이 채취하면 이 시기에 TV도 한 대 마련할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송이 철만 되면 어른과 아이 구분할 것 없이 총출동한다.
함경북도 김책시는 북쪽 회령군이나 종성군 및 새별군, 청진 이북인 전거리, 부령, 남쪽인 명천지구의 칠보산 등과 함께 송이버섯 산지로 이름이 높다. 버섯이 잘 나오는 해면 김책지구에서만도 하루 5t 이상이 나온다. 8월 15일부터 김책지구 송이버섯 산지인 청학지구와 상평지구에는 송이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모인다. 송이버섯을 쌀이나 밀가루로 바꿔주기에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 동원된 사람들이다. 송이버섯이 나는 지역에 5호관리소 수매장을 차려 놓고 버섯수매 즉시 쌀이나 밀가루로 바꿔준다. 그러나 필자 역시 북한에 살 때 10여 년 가까이 송이버섯 채취를 다녔지만 수매확인증만 주었지 수매 즉시 쌀을 내주지는 않았다. 아마도 더 적극적으로 버섯을 채취하라는 의미에서 그런 방법을 쓰는 듯하다.
“지금 같은 때 송이 뽑아 바치는 사람은 바보 아녜요?”
지난 8월 29일 뜻밖에도 김책에 사는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송이버섯 철에 버섯 채취는 하지 않고 국경에 가서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니 조카는 “지금 같은 때 송이를 뽑아 바치는 사람이 바보 아녜요?”라고 한다. 대체 무슨 소리인지 싶어 들어보니 “세월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모두 다 돈에 미쳐서 규정이고 절차고 양심이고 당성이고 싹 다 무시하고 살아요”라고 했다.
조카는 “송이를 뽑으면 1~2등품 1kg에 밀가루 1kg씩 바꿔 주는데 이를 중국 화폐인 위안화로 계산하면 2~3위안 정도 해요. 그런데 그것을 당국에 넘기지 않고 슬쩍 중국으로 밀수출을 하면 1kg에 200~300위안 정도 받는데 삼촌이라면 어느 쪽을 택하겠어요?”라며 “2~3위안 벌겠다고 종일 산을 뒤지며 다리가 저리도록 다니는 사람을 똑똑하다고 하겠어요? 바보 중에 상바보죠”라고 한다. 그러면서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나라에서는 계속 같은 방식으로 어린아이 어르듯 주민들에게는 밀가루나 주면서 황금 같은 송이를 헐값에 가져가는데 그것을 곧이곧대로 듣고 산을 뒤지는 사람들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요”라며 비난했다.
아무래도 조카가 중국 접경에서 송이 밀수를 하는 듯 싶어 “다른 주민들은 성실히 송이를 모으는데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밀수나 하면서 배를 채우는 너는 뭐냐?”라고 하자 조카는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라면서 “저 같은 사람들이 있어 1kg 당 2~3위안이 아니라 50~100위안까지 받는 거예요”라고 했다. “지금 국가에서 정한 5호관리소에 채취한 송이를 바치는 사람은 전부 다 바보 취급한 지 오래예요”라면서 “여기에 단속한다는 보안서원이나 규찰대마저 밀수를 단속해서는 또 다른 밀수업자들에게 팔아 이윤을 뽑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그만한 담력도 없이는 입에 풀칠도 못해요”
조카는 “결국 송이수매소에는 송이꾼들의 발길이 끊어져 파리만 날아다녔어요”라면서 “한 달 동안에 두 번이나 집중검열을 들이대면서 잡아가고 공직자는 처벌하는 등 아주 야단법석을 떨었죠”라며 킥킥 웃었다. 밀수가 무섭지 않은지 물어보니 조카는 “지금은 그만한 담력도 없이는 입에 풀칠도 못해요”라면서 “돈을 벌려면 매 맞고 잡히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으쓱대기까지 했다.
북한 함경북도 지역은 북쪽인 새별군, 회령시, 종성군, 전거리, 부령군, 경성군, 어랑군, 명천군칠보산, 김책시의 상평지구와 청학지구 등이 다 송이버섯이 나는 산지다. 하루 생산량만 해도 함북도 내에서만 무려 50여 t에 이른다. 백두산의 중국 측 지역에서 나는 송이보다도 훨씬 향이 진하고 맛 또한 일품이다. 북한 정부에서 수매하는 송이버섯은 대체로 일본으로 수출한다. 질 좋고 맛도 좋은 한반도 북단의 진귀한 명물 송이버섯이 외화벌이용으로 헐값에 팔려나가는 것이 너무 아깝다. 버섯 철이 되면 북한 정부와 주민들 간의 숨바꼭질 놀음도 언제 없어질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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