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中, 미국-타이완 관계 따라 한반도를 협상카드로?” 2018년 10월호
기획 | 격화되는 미·중 갈등, 한반도 정세 돌파구는?
“中, 미국-타이완 관계 따라
한반도를 협상카드로?”
김한권 /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책임교수

지난 8월 13일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에서 한 시민이 미국인에게 25%의 추가 요금이 부과디ㅗㄹ 것이라는 아내문 앞에 서 있다.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10월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9차 대회를 통해 중국 외교정책의 키워드로 ‘신형국제관계(新型國際關係)’와 ‘인류운명공동체’를 밝혔다. 또한 ‘분발유위’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자기주장을 강화하는 ‘적극적인 외교(assertive diplomacy)’를 지속할 것과 국익을 양보하는 “쓴 열매”는 절대 삼키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와 더불어 국방정책으로는 군내 부패 척결과 개혁을 통한 ‘중국 특색의 강군’과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시 주석의 정책적 방향성은 그가 두 번째로 국가주석에 선출된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3기 전국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도 다시금 확인되었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의문을 표시하고 타이완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자 동 회의의 폐막 연설을 통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어떠한 국가분열 행위도 이겨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위대한 조국의 한 치의 영토도 절대로 중국에서 분리할 수 없고, 분리될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미·중, 단순 무역분쟁 아닌 영토 포함 전방위적 갈등 양상
이러한 시 주석의 정책적 의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은 전방위적인 대중압박에 가까웠다. 먼저 경제 분야를 살펴보면 미국은 북핵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며 핵의 비확산을 위한 대응과 유엔 결의를 어긴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통한 중국 압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몰아갔다. 2017년 11월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자금 세탁에 이용됐다는 이유로 중국 단둥은행을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완전히 퇴출시켰다. 이어 지난 4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 업체인 ZTE(中興)의 대북 및 대이란 제재 위반을 지적하며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무역분쟁의 가장 대표적 부분으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지적재산권 기준 강화 및 압박에 이어 무역 불공정 사례를 들며 중국의 대미수출 품목에 대한 500억달러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미국은 지난 7월 6일 1차로 총 818개 품목에 340억달러의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자, 같은 날 중국도 총 545개 품목에 같은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이어 같은 해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은 2차로 총 279개 품목에 160억달러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곧바로 총 114개 품목에 160억달러의 관세를 미국의 대중수출 품목에 부과하였다. 이에 미국은 2천억달러의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중국 또한 물러서지 않고 상무부가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거론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양국의 무역구조를 살펴본다면 점차 대응 카드가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군사·안보적인 부분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2월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규정하였다. 2018년 6월 18일 미국 상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실행을 위해 총 7,170억달러의 국방예산을 승인했다. 이어 지난 8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서는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중국의 림팩퍼시픽 훈련 참여를 금지시켰으며, 국방부 장관에게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 위협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는 등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게 가장 큰 문제는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의문을 보인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타이완에 약 14억달러의 무기 판매를 승인하였다. 올해 들어서는 「타이완 여행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3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법안이 발효되어 미국과 타이완 관료들의 공식적인 교류가 가능해졌다.
2018년 3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공식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 2기는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이고 강한 중국의 모습을 약속하였다. 또한 마치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를 던져버린 듯한 시 주석의 발언과 대외정책의 방향성은 향후 미·중관계의 전략적 경쟁구도가 격화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반부패와 개혁을 통한 강한 중국의 건립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켜온 시 주석의 입장에서는 국내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미·중관계에서 전략적으로 양보하는 모습도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점차 대응카드가 소진되어가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응카드 소진되는 中 … 미국의 타이완 정책 핵심변수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인 한국보다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갈등이 높아질수록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증가한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불안요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북·중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될수록 북·미 핵협상에서 북한의 대미 협상력이 높아지고, 북한의 대미협상력이 높아질수록 핵협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동시에 단계별 보상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핵의 비확산이라는 국제사회의 공조로 접근하기보다는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는 무역협상에 가려 미·중 전략적 경쟁의 최전선에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전략적인 타이완 접근은 미·중관계를 근본부터 흔들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충실히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 이외에 마땅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최악의 경우 경제·무역 분야에서는 미국에 양보할 수 있어도, ‘핵심이익’으로 명명되고 주권에 해당하는 타이완 문제에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중의 갈등국면 아래에서 나타나는 미국과 타이완의 관계에 따라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협상카드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과 정통성을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며, 시 주석의 입장에서도 2017년 10월 19차 당 대회와 2018년 3월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주권의 문제에서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천명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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