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미·중, 北 문제 타협 어려워 … 장기전 시나리오 대비해야” 2018년 10월호
기획 | 격화되는 미·중 갈등, 한반도 정세 돌파구는?
미·중, 北 문제 타협 어려워
장기전 시나리오 대비해야
신범철 /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의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현재 미·중 간 무역전쟁은 최근의 경제지표를 통해 보면 미국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미국의 추가관세를 부과 받은 품목이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도 되지 않기에 단기적 충격이 제한적이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이 미국에게 북한 문제까지 양보해 가면서 무역협상을 종결시킬지 아니면 시간을 끌며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려 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중관계는 한반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시에는 중국이 수세적 입장에서 북한을 도왔고 미국은 이를 압박했다. 최근과 같은 대화의 시기에는 중국 역시 참여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내려 했고, 미국은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심리를 표출했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경쟁과 협력을 반복해오고 있다.
미·중, 상호신뢰 낮고 한반도 문제 합의점 찾기도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 대중국 협력을 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특히 무역전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미·중 양국은 북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했고, 이러한 과정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속도가 지연되자 ‘중국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 5월에 개최된 제2차 북·중정상회담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중국의 부정적 역할에 대한 꾸준한 문제인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책임론’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 차례의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북·중관계가 전통적 혈연관계를 언급할 정도로 회복되었고 중국인들의 북한 단체관광이 다시 허용되었으며, 북·중의 교역량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북한 문제에 대해 미·중간 타협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양국 지도자들은 모두 현실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미·중이 한반도에서 타협을 시도하기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의 수준이 너무 낮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믿을 가능성도 낮고, 반대로 시 주석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에 기반해 북한 문제를 미국과 타협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다음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 미·중 간 합의점을 찾기도 어렵다. 한반도 문제에서 미·중 간 협력의 궁극적인 모습은 중국이 한반도 북쪽에서의 영향권을 인정받으며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북한이 지속적으로 친중정책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미국의 보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역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효과 역시 제한적이다. 중국이 미국과 협력해서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압박을 한다고 해도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여전히 적다. 반대로 북한 김정은 정권이 ‘고난의 행군’을 전개한다면 중국이 추가적 압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자칫 친중적 성격을 지닌 김정은 정권을 중국 스스로 붕괴시켜 버리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 김정은 정권 교체 이상의 빅딜을 고려한다면 그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고,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임을 고려할 때 대북 압박 과정에서 북한의 군사적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중 간 빅딜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이상을 고려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국이 크게 협조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중국은 북·미대화를 지켜보면서 미국이 북한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하려 들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북한이 보다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도록 도울 것이다. 필요할 경우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협상에 중국도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려 들 것이고, 이 과정에서 북·중 간의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타협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북한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미국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친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만일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신고-검증-폐기’의 비핵화 로드맵을 수용한다면 북·미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될 것이다.
반대로 북한이 자신들이 고집하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고수한다면 북·미관계의 진전은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대상을 설정하고, 국제사회의 사찰과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폐기하며, 북한이 원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현재와 같은 방식을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북핵 협상은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상의 시나리오 얻지 못하면 다시 긴장국면 맞을 수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인 남북정상회담 논의 과정이나 또는 10월 중순 이전에 북한이 ‘신고-검증-폐기’ 로드맵을 받아들인다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물론이고 10월 중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경우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에도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9월 남북정상회담, 유엔총회 계기 한·미정상회담,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방북,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개최되며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여전히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미·중관계 맥락에서 중국은 아직도 북한을 후원하고 있다고 보며, 그에 따라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이 보존되는 협상을 선호할 것이다. 그 결과 미국에게 쉽게 핵무기를 건네주는 협상을 하려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를 요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책임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11월 중간선거를 넘길 것이다. 이 경우 12월에 소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한반도는 다시 긴장 속으로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아직 한반도 정세는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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